매일신문

[최미화 칼럼] 거짓말과 민심

우병우 민정수석 거짓말 시리즈

국민감정상, 용납 못할 중대 범죄

의로운 고난 아니니 당장 교체를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이 도덕적, 국민 법 감정적, 처신적 3대 의혹에 빠져 있다.

우선 도덕적 의혹이다. 우병우 수석은 지난주 초, 한 일간지가 1천326억원짜리 강남역 처가 부동산을 넥슨이 5년 전에 사줄 때 넥슨의 김정주 대표와 친구인 진경준 검사장이 거래를 알선했다는 의혹을 보도하자 이 언론사를 상대로 정정보도 청구와 함께 기사를 작성한 기자 등을 상대로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죄로 고소하고,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매매에 관여하지 않았고 김정주 대표는 전혀 모르는 사람이고, 진경준에 부탁한 적도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우병우 수석의 말은 거짓으로 드러났다. 매매에 관여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매매 계약 현장에 같이 있었다. 계약서에 도장을 찍는 방에 부동산 중개인은 배제한 채, 우 수석이 그 자리에 함께 있었다. 그러면서도 우 수석은 주로 장모님을 위로했을 뿐이라고 둘러댔다.

"계약하는 날 장모님이 와달라고 했다. 장인어른이 돌아가시고 나서 살림하던 분이 큰 거래를 하는데 불안하다고 와달라고 해서 갔다"고 해명했다. 큰 계약을 하는 게 불안해서 권력자인 민정수석 사위를 불렀는데, 계약하는 방 안에서 장모님 손 붙들고 그저 위로만 주고받았을까.

이것뿐만이 아니다. 그 땅과 관련해서, 넥슨이 특혜를 주었다는 의혹이 거듭되자, 우 수석은 대체 불가한 강남역 옆에 위치하고, 심플하게 살 수 있는 땅이어서 대기업에서도 문의가 있었다고 해명했지만, 그 땅 가운데를 차지하고 있는 한 필지를 사기 위해 소송까지 벌어진 곳이라는 사실을 언론이 까발리기 전까지는 깜쪽같이 속였다. 교묘하게 거짓말을 한 것이다.

청와대 민정수석은 사정과 함께 민심 파악이 주요한 기능이다. 민심은 가만히 있다가도 때로는 배를 뒤엎기도 하는 속성이 있어 만에 하나라도 그런 사태가 터지지 않도록 민심의 동향을 파악하는 파수꾼 역할을 해야 하는 곳이다.

그런 민정수석이 거짓말 둘러대기에 급급하다면 대통령을 제대로 보좌하는 임무를 수행하기란 불가능하다. 민정수석을 하기에는 도덕적으로 치명적 하자에 속한다.

우 수석은 국민 법 감정적 측면에서도 의혹의 한가운데 있다. 임명직 공직자와 대통령 가족 등의 부정부패와 비리를 감시하고 사정(司正)하는 최정점에 있는 민정수석이 '현직 검사장 구속'이라는 검찰 흑역사의 주범이 된 진경준의 넥슨 주식 대박을 둘러싼 의혹을 모를 수 있었을까. 게다가, 우 수석은 정운호 몰래변론 의혹도 사고 있다. 변호사 시절, 모든 사건에 선임계를 냈다고 해명했지만, 아무도 믿지 않는다. 민심은 우 수석이 콩으로 메주를 쑨대도 믿지 않을 태세이다.

처신에도 문제가 있다. 의경인 아들이 꽃보직으로 변경됐을 때 설령 자신이 개입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알아서 기는 아랫사람들에게 경고장을 날리지는 못할망정 원상복귀 조치를 해달라고 요구하지 않았다. 오이밭에 가서는 갓끈을 매지 말라는 상식적인 판단을 왜 안 했을까. 불행히도, 의경 아들의 상사인 경찰 간부는 승진까지 했다. 단순히 저간의 의혹 제기가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지는 식의 해석은 아닐 것이다.

'의혹 패키지'에 휩싸인 우 수석이 버티기를 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국가안보회의 말미에 "고난을 벗 삼아 소신을 지켜 가시기 바란다"고 말한 것을 우병우 자신에 대한 감싸기로 오해하는 것은 금물이다. 이제 민심의 화살은 우 수석을 넘어 그런 인물을 고른 대통령을 향하고 있다. 우 수석이 밍기적거리면 대통령의 결단이 필요하다. 거짓말하는 공직자를 택할지, 민심을 받들어 다시 한 번 죽기 살기로 나라 살리기에 나설지 선택의 순간이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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