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 썩어도 너무 썩었다

송일호 소설가

고위층의 부정부패를 보고 국민은 통곡한다. 중학교도 진학하기 어려웠던 1950, 60년대 천재 발명가 에디슨은 학생들의 우상이었다. '천재는 99%의 노력과 1%의 영감으로 이루어진다'는 에디슨의 어록을 책상머리에 커다랗게 붙여놓고 열심히 공부를 했다. 그러나 이들이 자라 사회생활을 하면서 에디슨의 어록이 얼마나 엉터리인가를 알게 된다. 아무리 공부를 잘해도 가난한 부모를 만나면 진학을 포기하고 아까운 천재는 이 땅에서 영원히 사라지게 된다.

금수저의 부모를 만나면, 보궐입학이라는 것이 있어 논 3마지기만 팔아주면 전국의 일류고등, 일류대학을 골라잡아 갈 수 있었다. 그들이 지금 세상을 움켜쥐고 요리하고 있다. 나는 조선왕조를 싫어한다. 당파 싸움은 조선 500년 동안 이어졌다. 일하지 않고, 세금도 내지 않고, 군대 가지 않는 양반과 상놈의 계급사회를 만들었다. 관존민비(官尊民卑), 사농공상(士農工商)의 직업 귀천은 60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 피가 그대로 흐르고 있다는 것이 놀랍다. 거기다 친일파들의 후손까지 부귀영화의 혈통을 이어받고 권력을 누리고 있다. 이 땅에 정의가 없어진 것이다.

청문회 때, 높은 사람들의 부동산 투기, 위장 전입, 논문 표절, 군 미필, 세금 포탈은 단골 메뉴였고, 이들 대부분이 양반'친일파 후손들이었다. 이 나라에 깨끗한 사람이 없어 1년 가까이 후임 국무총리를 구하지 못한 부끄러운 현실을 우리는 통곡해야 한다. 정치, 경제, 교육, 사회, 문화, 종교, 입법, 심지어 법을 집행하는 검찰, 경찰, 나라를 지켜야 하는 국방까지, 부정부패가 신문이나 TV 뉴스에는 매일같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리스의 철학자 디오게네스는 대낮에 등불을 들고 다니며 깨끗한 사람을 찾는다고 했다. 고위층의 부정부패에, 국민은 분노에서 실의로 이제는 당연한 것으로 각인하고 있다. 도대체 썩지 않은 곳이 어디인가? 사회 구석구석 썩어도 너무 썩었다. 우리 속담에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는 말이 있다. 서민들은 밤거리가 무서워 마음대로 다닐 수 없고, 열쇠를 한 꾸러미 차고 다녀도 불안해서 못 살겠다고 아우성이다.

국민을 개'돼지로 말한 교육부 정책기획관은 "신분제를 부활시켜야 한다" "99%의 민중은 개'돼지로 보고 먹고살게만 해주면 된다"고 했다. 조선시대 양반은 3%밖에 되지 않는다. 서민은 이 3%를 위해서 존재해 왔던 것이다. 조선시대 양반과 상놈의 세상으로 되돌아가는 느낌마저 든다. 실제 되돌아와 있다. 바다물이 짜다. 소금이 있기 때문이다. 소금의 농도는 3%밖에 되지 않는다. 이 3%의 위력이 대단하다. 우리나라 돈, 땅, 권력, 3%가 다 가지고 있다.

재벌의 자식은 태어나자마자 재벌이 되어 있고, 거지 자식은 태어나자마자 거지가 되어 있다. 노력만 가지고 되는 세상이 아니다. 일등대학은 전국 부자들의 자식이 다 차지하고 있고, 개천에서 용 났다는 전설도 사라졌다. 전'현직 고위층이 재벌기업에 포진해 있는 것도, 공기업 낙하산 자리도 부정부패의 산실이다. 빈부의 차이는 점점 벌어지고, 돈이 계급장이 된 사회는 언제 폭발할지 모르는 화산과 같다. 행복지수 108위, 부패 45위, 자살률 1위, 저출산 1위의 나라, 조선시대 대감을 먹여 살린 것은 머슴이고, 우리나라 기업을 살리는 것은 비정규직이다.

공산주의가 왜 망했는가? 당원과 그 추종자들만 잘 먹고 잘살았기 때문에 망했다. 땀 흘려 열심히 일하는 사람이 잘살자는 자본주의가 놀고먹는 특권층만 잘살면 자본주의도 망한다. 로마가 망한 것은 힘이 없어 망한 것이 아니고 부패해서 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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