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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88! 빛나는 실버] 전진문과 만나는 책 세상

전진문 전 교수는 책읽기를 좋아하여 2005년 (사)대구독서포럼 '전 대구경영자독서모임'을 창립, 지금까지 매월 2회씩 저자를 초청하여 272차의 '저자와의 만남'을 운영해 오고 있다. 2013년부터 용학도서관에서 매주 한 권씩 책을 읽고 의견을 나누는데 현재까지 148권의 책으로 강좌를 열었다. 2015년부터는 달서구 본리도서관에서도 진행 중이다.

전 교수는 대구가톨릭대학교와 영남대학교 경영학부에서 교수, 경상대학장 및 경영대학원장을 역임한 후 퇴임했다.

용학도서관 4층, 독서아카데미 강의실은 뜨거웠다. 강의는 7~9월 매주 목요일 오후 2시부터 4시까지 이어진다.

전진문(69'대구시 동구 지묘동) 교수는 강단(剛斷)이 있었다. 단아한 모습이었으나 목소리에서는 부드러우면서도 강한 힘이 느껴졌다. 불현듯 '작은 거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12주 동안의 공부는 자연, 역사, 철학, 인문, 사회 등에 관한 서적으로 프로그램이 짜여 있다. 혼자 책을 읽기보다 함께 토론하며 공부하는 것도 꽤 매력적일 것이다.

당일에 공부한 책은 '조선의 지식 계보학'이었다. 조선은 종묘(宗廟)와 문묘(文廟)라는 두 개의 권력 축으로 지탱된 나라다. 종묘가 왕실의 영혼을 달래기 위해 마련된 사당이라면 문묘는 지식인들의 정신을 기리기 위해 마련된 사당이다. 문묘에 오른 인물 중에 포은 정몽주 얘기가 주된 화제가 되었다. 고려의 충신이 조선의 문묘에 오르게 된 배경은 '역설의 정치적 활용'으로 태종의 교지에 따라 권근이 복권을 거론했다. 포은은 조선을 위해 단 하루도 살지 않았던 고려인이지만 그의 절개와 고려에 대한 충성심이 정치 윤리의 모범으로 공인되었고 그의 학문은 조선 지식 계보의 출발점이 된 것이다.

수강생들의 지적 수준도 상당했다. 여성 수강생이 보충 설명을 요구하자 솔선하여 답을 제시해 주려는 어르신은 역사를 줄줄 꿰고 있었다. 열띤 토론의 시간이 이어졌다. 전 교수는 그 모습을 지그시 바라보았다.

"상대방 의견이 나의 생각과 다르다고 해서 기분 상할 필요는 없습니다. 상대의 말을 여유 있게 듣고 나서 보완하면 됩니다. 저는 책을 먼저 읽고 자료를 보충하여 강의합니다. 이황의 '이기호발설', 이이의 '기발이승일도설'은 몇 날 며칠을 얘기해도 시간이 부족합니다. 조선의 지식계보 형성은 유가의 도학정신을 통한 학문적 진화가 아니라 지식인 내부의 경쟁과 권력, 왕권의 경쟁과정에서 파생된 권력정치의 산물로 보아야겠지요. 그리고 저는 역사학자가 아닙니다. 어려운 질문은 하지 마세요." 강의실에 까르르 웃음이 번졌다. 대학 강단에서 30년 넘게 경영학 강의를 한 노하우가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전 교수는 책읽기를 좋아하여 2005년 (사)대구독서포럼 '전 대구경영자독서모임'을 창립, 지금까지 매월 2회씩 저자를 초청하여 272차의 '저자와의 만남'을 운영해 오고 있다. 2013년부터 용학도서관에서 매주 한 권씩 책을 읽고 의견을 나누는데 현재까지 148권의 책으로 강좌를 열었다. 2015년부터는 달서구 본리도서관에서도 진행 중이다.

전 교수는 대구가톨릭대학교와 영남대학교 경영학부에서 교수, 경상대학장 및 경영대학원장을 역임한 후 퇴임했다. 미국 위스콘신주립대 및 일리노이주립대 방문교수, 한국산업경영학회 회장을 역임했다.

그의 저서 중에 '경주 최 부잣집 300년 부의 비밀'에는 분수를 알고 절약하며 이웃을 사랑한, 마지막으로 대학을 만드느라 전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고 빈손으로 돌아간 최 부자의 행적을 그리고 있다. 전 교수도 그 정신을 이어받은 것은 아닐까. 책은 숨 쉬는 생명으로 하나하나가 귀하다. 책은 사람 아래 있지 않다. 대구의 책 읽는 북멘토 1호, 전 교수의 책 사랑을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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