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목요일의 생각] 알파고, 포켓몬 고, 그리고?

올 3월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대결로 전 세계의 관심이 우리나라로 집중됐었다. 인간과 인공지능(AI) 간의 바둑 대결은 단순한 바둑이 아니라 인공지능이 바꿔놓을 미래를 미리 경험하게 했다는 측면에서 큰 화두를 던졌다. 두려움이 낙관을 압도했지만, 덕분에 우리가 어디로 가야 할지 깨닫게 하는 등 얼마를 줘도 아깝지 않을 '미래에 대한 비전'을 얻었던 것이다.

또 이 세기의 대국은 인간이란 과연 어떤 존재인가, 인공지능의 발전은 인간의 위기인가 기회인가, 포스트 휴먼의 정의는 무엇인가 등 인간에 대한 존재론적 질문을 엄청나게 뿌렸다. 우리 정부는 1조원이 넘는 돈을 AI 연구에 투자한다는 내용이 골자인 AI 육성책까지 내놓기도 했다.

알파'고'가 떠나고 4개월 뒤, 또 다른 '고'가 나타났다. 이번엔 스마트폰 게임인 '포켓몬 고'다. 포케몬 고는 증강현실기술(AR)을 이용해 거리 곳곳에 나타난 작은 몬스터를 스마트폰 화면에서 포획해 훈련시키고 서로 싸움도 벌이는 게임이다.

우리나라는 아직 서비스 지역이 아니지만 속초, 울릉도 등의 일부 지역에선 몬스터 포획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알아낸 사람들이 너나없이 속초 등지로 몰려들고 있다. 아니나 다를까 한 지인은 자녀들과 함께 올여름 휴가지를 속초로 정했단다. 아이들이 스마트폰 게임인 '포켓몬 고'를 해야 한다고 하도 졸라대서 온 가족이 함께 떠날 예정이라고 했다.

속초행 여행 상품이 최근 일주일 새 2배 이상 판매율을 기록하자, 속초시는 아예 '포케몬 고 전략'지원사령부'를 한시적으로 운영하기로 했다는 소식도 들린다. 이 사령부는 게임 트레이너와 관광객에게 필요한 정보 및 편의를 제공하고, 게임으로 인한 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함이다. 잘 만든 게임 하나가 얼마나 큰 파급력을 갖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때문에 일부에선 게임 강국임을 자처하는 우리는 왜 이런 게임을 만들지 못했느냐는 자성의 목소리도 들린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충분한 기술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매번 우리는 뒷북만 친다. 한두 번이 아닌 것 같다. 왜 그럴까?

우리만의 강점을 살려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내놓지 못하고, 외국 흐름을 따라가는 경향이 팽배해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 한 저명한 과학잡지가 떠오른다. 세계적 과학저널 네이처의 얘기다. 네이처 6월호에서는 "한국은 연구의 필요성을 가슴으로 깨달으려 하기보다는 돈으로 승부를 보려 한다.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나오지 않는 경직된 문화가 문제"라고 꼬집었다.

포케몬 고의 열풍으로 한국 토종 캐릭터 뽀로로가 등장하는 '뽀로로 고'(가칭)의 출시 얘기가 들린다. 뽀로로 고 제작사 측은 "뽀로로 고는 재미 중심의 포케몬 고와 다르게 교육적인 요소에 집중할 것"이라며 차별성을 강조했다. 그러나 내용이 어찌 됐든 포케몬 고의 아류작일 뿐이다. 다음번 '고' 시리즈에서는 한국만의, 한국에서 스타트하는 '고'가 나오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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