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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선주의 야생화 이야기] 가장 지체 높은 꽃, 참나리

'참나리'는 백합과의 여러해살이풀이다. 산과 들에서 자라고 요즈음에는 관상용으로 재배하기도 한다. 백합류의 우리꽃말 이름이 '나리'이다. 영어로는 Lily, 학술적인 이름으로 말하면 Lilium속에 해당하는 식물들이다. 우리나라에는 참으로 다양한 야생백합 즉 '나리꽃'들이 자라고 있다. 대부분의 나리류는 주황색 꽃송이를 가지지만 더러는 '분홍솔나리'나 '흰솔나리'와 같은 개체도 발견되곤 한다. 그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것이 '참나리'이다.

자세히 보면 백합을 닮은 꽃의 모양새와 꽃잎에 점점이 박힌 까만 점들이 얼마나 귀엽고 정다운지 모른다. 산에 흔히 있어 '산나리', 꽃잎에 점이 있어 '호랑나리'라고도 한다. 대부분의 나리 종류들은 그 키가 무릎 정도로 올라오지만 나리 중의 진짜 나리, '참나리'는 다 자라면 1m를 훨씬 넘곤 한다. 게다가 유독 참나리꽃을 즐겨 찾는 붉은색을 잘 구별하는 호랑나비들의 군무도 일품이다. '참나리'꽃은 아래를 향해 핀다. 그래서 호랑나비가 빨대와 같은 긴 입을 가지고 꿀을 빨기가 쉽지 않아 '참나리'의 수술과 암술에 매달려 꿀을 먹는다. 이때 꽃가루가 호랑나비에 묻어 수정이 이루어진다.

'참나리'꽃에 있는 표범 무늬의 점은 꿀점으로 곤충을 유혹한다. 수술 끝에 있는 꽃밥이 벌어지면서 꽃가루는 곤충의 몸에 잘 묻는다.

'참나리'는 자손을 만드는 방법에 따라 크게 2가지로 분류된다. 첫 번째는 수술과 암술이 만나 종자를 만드는 개체이고 학술적으로 '2배체 식물'이라고 한다. 다른 개체는 종자 대신 줄기와 잎 겨드랑이 사이에 '주아'(bulbillus)를 이용하여 번식하는 개체로 '3배체 식물'로 나뉜다. '주아'는 검은 콩알처럼 생겼는데 땅에 떨어져서 발아 조건이 맞으면 하나의 새로운 '참나리'로 태어난다. 즉 유전자가 완전히 같은 복제품이 태어나는 것이다. 이러한 번식 능력 때문에 '참나리'의 씨로 잘못 알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참취, 참나물 등 '참' 자가 붙는 식물들이 대개 그러하듯이 '참나리'도 먹을 수 있는 식물이다. '참나리'의 알뿌리는 맛있고 나물이나 밥에 섞어서 쪄서 만들어 먹었다는 기록이 있으며, 직접 찌거나 구워 먹기도 하지만 가루로 녹말을 만들어 죽도 쑤고 국수도 만들어 먹었으며 조림이나 국거리 재료로도 많이 사용한다고 한다.

또한 알뿌리로 만든 약은 사람의 마음을 안정시키고 여러 가지 종기를 낫게 하는 효능도 있다. 줄기는 약재로 쓰는데 백혈구 감소증에 효과가 있고, 진정 작용이나 항알레르기 작용이 있기 때문에 알레르기 환자들에게 복용되어 왔다.

최근에는 식물 내에 함유된 여러 지방산 때문에 웰빙 식품으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생육 환경은 크게 까다롭지 않아 산야에서 흔히 자라지만 특히 기후가 습하고 반음지인 곳에선 더 잘 자란다.

작년에 '참나리' 주아를 주워서 우리 동네 아파트에 심었더니 잘 자라나서 항상 7월이 되면 신비로운 탄성이 저절로 나온다. 아파트의 분위기를 한껏 높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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