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계절이 오면
헐떡거리는 혓바닥 끝에
여름이 녹아내리고 있다
전투에서 돌아온 지친 용사처럼
풀어 늘어진 무방비의 고단함
쉬파리 한 마리도 쫓기엔 지쳐 버렸다
눈꺼풀은 무거워지고
구름의 행방을 찾던 동공마저 풀렸다
의식을 찾아야 한다
산으로, 들로, 강으로
지난여름 말없이 떠난
소식 없는 이들의 귀환을 기다려야 한다
등골에 진물이 흘러도 그들의 집을 지켜야 한다
밀려오는 그리움
엄습하는 공포감
삶의 찌든 무게가 절망으로 다가오고
목줄 끄는 비명이 여기저기 뒹굴어도
내일의 부활을 기도하며
숨을 멈추고 엎드려야 한다
해마다 찾아오는 여름 복날이면
이석오(대구 동구 신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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