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30일 오후 11시쯤 대구 중구 삼덕동 자택으로 귀가하던 A(25'여) 씨. 그녀는 집 근처 편의점에서부터 낯선 차가 자신을 따라오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불길한 마음에 A씨는 서둘러 자신이 사는 빌라로 가 비밀번호를 누르고 현관문 안쪽으로 들어왔다. 몇 계단 올라 현관문을 살피는 순간 한 남성이 닫히려는 현관문 틈으로 손을 넣었다. 화들짝 놀란 A씨는 난간을 시끄럽게 두들기며 집까지 뛰어 올라가 경찰에 신고했다.
하지만 출동한 경찰은 "순찰을 돌았는데 별 이상 없었다"며 CCTV조차 확보하지 않은 채 돌아갔다. A씨는 또 다른 피해자가 생길까 봐 14일 빌라 CCTV를 직접 확보해 지구대를 찾아갔지만 "범인이 '전 여자친구가 살던 집이라 와봤다'는 등 핑계를 대면 무고죄가 될 수 있으니 신고를 하지 않은 게 좋다"는 어처구니없는 답변만 들었다.
A씨는 "언론에 보도되는 여성 상대 강력범죄 중 경찰이 최초 대응을 잘못해 끔찍한 피해로 이어지는 사례가 많지 않으냐"며 "그날 사건 이후 늦은 시간에는 집밖에 나가지 못할 정도로 공포심에 떨고 있지만 경찰의 대처는 정말 터무니없었다"고 비난했다.
구청이나 주민센터의 대응도 소극적이었다.
A씨는 당시 자신의 동선에 CCTV가 없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5월 16일 인근 주민센터에 CCTV 설치를 요청했지만 아무런 답변을 듣지 못했다. 이에 A씨는 중구청에 CCTV 설치를 재차 요청했지만 "예산이 없어 올해는 설치가 어렵다'는 답변만 들었다.
여성단체 관계자들은 "성폭력은 강간이나 강제추행, 강도 강간뿐 아니라 상대방이 성폭력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이나 공포감을 느끼면 성폭력으로 판단된다"며 "성범죄 의심자에 대한 경찰의 부실 대응이 결국 큰 사고를 불러오게 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중부경찰서 생활안전과 관계자는 "평소 여성 관련 문제를 중점적으로 다루라고 지시하지만 일선 지구대와 파출소까지 이에 대해 제대로 숙지하지 못한 것 같다. 이런 문제가 재발하지 않도록 조치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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