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캔들(scandal'추문)은 뭔가에 발이 걸려 벌러덩 넘어지는 것이다."
일본 저술가 운노 히로시(海野弘)는 스캔들을 '누군가 넘어지면 그 광경을 본 사람이 재미있어하며 웃는 희극'이라 정의했다.
그는 국가나 시대를 뒤흔드는 대형 스캔들이 되려면 3가지 요소가 필요하다고 했다. 넘어지는 주인공, 넘어지게 만드는 사건, 관객이 그것이다. 첫째, 넘어지는 주인공은 지위'신분이 아주 높아야 한다. 왕이나 대통령, 최고의 연예인이 제격이다. 둘째, 넘어지게 만드는 사건으로는 '정치'보다는 '여성' 문제가 훨씬 재미있다. 후세에도 흥미를 끌기 때문이다. 셋째, 몰래 들여다보는 '엿보기' 충동이 강하면 강할수록 관객이 늘어난다.
요즘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성매매 의혹이 최고의 화제다. 이 회장이 2011년부터 3년 동안 성매매 여성 여러 명을 빌라'자택에 불러들여 유사 성행위를 했다는 것인데, 이 정황이 동영상에 담겨 있다. 동영상에는 채홍사(採紅使) 역할의 성매매 여성 관리인과 삼성 고위 임원 명의의 최고급 빌라가 등장하고, 1회 화대가 500만원이라는 내용도 있다.
이 회장은 단순한 재벌이 아니라, '위인전'에 등장해도 어색하지 않은 한국의 대표 인물인 만큼 대중의 반응은 폭발적이다. 대중들은 그렇게 높은 지위의 '점잖은' 분이 몸 파는 여성을 상대로 욕망을 해결했다는 점에서 '너도 나와 같은 하찮은 인간에 불과하구나'라고 생각한다. 이 회장의 성매매에 삼성그룹이 관련돼 있는 것처럼 보인다는 점에서 '황제라도 되는 양 제멋대로 놀았구나'라는 생각도 든다.
더 웃기는 것은 서울지역 주요 언론이 이 회장 보도를 회피하고 있다는 점이다. 동영상 조회 수가 900만 건을 넘고 대중의 관심이 그리 뜨겁지만, 언론은 수수방관한다. 삼성의 로비력이 얼마나 치밀하고 조직적인지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운노 히로시의 스캔들 분류법에 따르지 않더라도, 이 회장의 성매매 의혹은 우리 시대 최고의 스캔들이다. 여기에는 재벌 회장의 타락과 방종, 성매매, 몰카의 비겁함, 삼성의 은폐와 로비, 찍은 자의 협박'공갈, 배금 풍조 등이 담겨 있다. 우리 사회의 문제점과 모순이 이 회장의 스캔들 하나에 적나라하게 제시돼 있는 셈이다. 애리 애더트의 책 '스캔들에 대하여'에 이런 말이 나온다. '스캔들은 도덕적 혼란이다. 사회에 도덕적 기준이 흔들리고 있을 때 스캔들이 더 자주 발발한다.'
댓글 많은 뉴스
이재명 90% 득표율에 "완전히 이재명당 전락" 국힘 맹비난
권영세 "이재명 압도적 득표율, 독재국가 선거 떠올라"
[우리 아기가 태어났어요]신세계병원 덕담
"하루 32톤 사용"…윤 전 대통령 관저 수돗물 논란, 진실은?
'이재명 선거법' 전원합의체, 이례적 속도에…민주 "걱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