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권 신공항, 5년 전 사태의 데자뷰 현상이 벌어져"
"2011년 대구세계육상선수권 대회 때도 지방 무시"
최근 영남권신공항 관련 서울지역 주요 신문들의 보도를 보면 5년 전 기억이 오버랩 된다. 이명박 정부 당시 영남권 신공항 백지화 보도의 '데자뷰'다. 수도권 일간지들의 영남권신공항 보도 태도는 5년의 시차에도 불구하고 무서우리만치 닮아있다. 2011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 때도 수도권 언론들은 도를 넘은 지방 무시 보도로 지역민의 공분을 샀다.
대구경북지역의 신공항 염원을 저버린 타이틀은 조금 달랐다. 이명박 정권은 '경제성 부족'을 명분으로 내세웠고, 박근혜 정권은 '제3의 대안'(김해공항 확장)을 들고 나와 허를 찔렀다. 수도권 언론의 보도 양태는 한결 같았다. 영남권에 굳이 인천국제공항에 버금가는 신공항이 필요하냐는 논리였다.
◆2011'2016년 영남권 신공항을 지역갈등으로 몰아
수도권 언론은 2011년에 이어 2016년에도 밀량과 가덕도를 중심으로 한 영남권 신공항 선정을 두고 대구경북과 부산의 지역갈등으로 몰아갔다. 결과론적인 얘기지만 수도권 언론의 이같은 논조는 대구경북과 부산이 서로 유리한 지역만 고집하며 극한으로 치닫고 있다는 여론이 만들어졌고, 내년 대선을 앞둔 정부와 정치권에 큰 부담으로 다가와 결국 신공항 선정을 백지화하거나 혼란에 빠뜨린 결과를 부채질하는 꼴이 됐다. 5년전 신공항 백지화 결정에도, 최근 김해공항 확장안에도 수도권 언론은 '최선의 선택' 이라고 했다.
수도권 언론의 이 같은 논조에는 부산 VS 대구경북을 핌비(Pimfy, Plaese In My Front Yard=좋은 것은 내 앞마당으로)로 몰기도 했다. 속내를 들여다 보면 실상은 그렇지 않다. 영남권 4개 지자체는 5년 전의 전철을 뒤풀이하지 않겠다며 영남권 신공항 선정 용역결과에 깨끗이 승복한다는 합의까지 했다. 그래서 대구'경북'울산'경남은 신공항이 가덕도가 되더라도 승복할 것임을 천명하며 조용히 용역결과를 기다렸다. 반면 부산은 '가덕도가 아니면 절대 안된다' '다음 대선에서 두고보자' 며 정부를 압박하는 집회를 잇따라 가졌다. 오로지 가덕도 였다.
올해 5월 17일 대구'경북'울산'경남 4개 시'도지사가 부산의 유치활동 중단을 촉구하는 공동 성명을 발표하자, 수도권 언론은 '영남권 신공항 갈등 재점화', '5개 광역지자체 다시 충돌' 등의 기사를 쏟아냈다. 부산이 가덕도 유치를 위한 범시민대회를 열자 다시 '국론 분열로 가는 신공항'이란 자극적 기사를 보도했다.
특히 조선일보는 6월3일에 부산의 주장을 전하는 특집기사를 5개 면에 걸쳐 보도햇다. 부산'울산'경남 지역판을 통해 '공항 24시간 운영'소음 피해 없어, 가덕도 최고의 입지 조건 갖췄다'며 부산의 입장을 실었다.
중앙일보는 6월10일자 1면에 'TK-PK 갈등 들끊는 신공항'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 밀양을 지지하는 4개 광역자치단체와 가덕도를 내세운 부산의 갈등을 TK와 PK로 확장시켜 정치권의 싸움을 부추겼다.
홍준표 경남도지사는 수도권 언론의 지역갈등 조장에 대해, "경남 밀양과 부산 가덕도가 신공항 입지 경쟁하고 있는데 왜 언론은 신공항 문제를 TK와 PK의 갈등으로 몰아가고 있는지 의아스럽다"고 지적했다.
영남권 신공항에 대한 보도가 왜 이모양일까. 수도권 언론은 영남권 신공항의 필요성을 모르기 때문이다. 영남권 경제가 죽든 살든 관심이 없다는 반증이다.현재도,5년 전에도 1천300만여 명이 사는 영남권에 제2의 관문공항이 필요하다는 당위성을 언급한 수도권 언론은 단 한 곳도 없다.
◆5년 전,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도 짓밟았다
수도권 언론은 2011년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 때도 악의적 보도로 지역민의 분노를 샀다. 보도 수위는 조금씩 달랐지만 '지방에서 준비한 촌티나는 대회'라는 선입견을 깔고 있었다.
5년 전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로 돌아가 보자. 한국일보는 대회가 한창이던 그해 8월29일자에 '준비 안된 대구, 수준 미달 오명'이라는 기사를 실은데 이어, 30일자에는 스타디움 구내식당에서 판매하는 음식의 질을 문제 삼아 '개밥 소리가 나올 정도'라고 맹비난을 했다.
한겨레신문은 31일자에 특집면 머리기사 제목을 '아마추어 대구'로 뽑았으며, "숙박과 교통문제도 심각할 뿐 아니라 경기운영도 수준 이하"라고 혹평했다.
경향신문은 9월1일자에 "지난 4년 동안 준비한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가 대구와 한국을 세계에 알리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한국의 브랜드 가치를 갉아먹고 있다"고 비난의 수위를 높였다.
조선일보는 1일자에 '기록 흉년'을 문제삼아 대구 대회를 실패로 몰아갔고, 중앙일보는 1일자 칼럼을 통해 "만약 대구가 실패한다면 평창에는 교훈이 되어야 한다"며 대구시민의 자존심을 건드렸다.
서울지역 스포츠지의 딴지도 만만치 않았다. 스포츠조선은 8월31일자에 '최고 시설 무색케 하는 구민체육대회급 운영 능력'이라는 제목을 달았다. 또, 스포츠경향은 1일자에 '대구육상 운영 미숙 낙제점'이란 제목의 기사에서 "2011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가 걸친 옷은 '세계대회'였지만 운영수준은 '구민체육대회'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총체적 부실"로 단정지었다. 당시 필자는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 취재팀에 파견돼 대회를 취재하다 수도권 언론의 무차별적인 공격을 보며 이에 맞서는 기사를 쓰기도 했다.
사실보도 수준이라면 누구든 욕을 먹어도 할말이 없다. 언론의 비판기능을 탓할 일은 아니다. 영남권 신공항과 대구세계육상대회 보도에서 보듯 지역을 바라보는 수도권 언론의 시각은 다분히 '수도권 논리'에 충실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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