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5만원짜리 한우 세트, 누가 사겠나"

한우농가 "생존권 자체가 흔들려"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부정청탁금지법)이 합헌으로 결정난 28일 서울 헌법재판소 앞에서 한국농축산연합회 함태수 사무총장이 김영란법을 적용한 한우선물세트 5만원어치를 들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공직자의 부정한 청탁과 금품수수를 금지한 이른바 '김영란법'에 대해 28일 헌법재판소에서 합헌 결정이 내려지면서 경제계 전반이 울상이다. 유통업계와 농수축산업계, 골프 등 레저스포츠 업계, 호텔이나 외식 업계 등이 모두 산업 위축으로 심각한 위기를 맞을까 봐 걱정하고 있다.

경제 전문가들은 김영란법 시행으로 우리 사회와 경제가 투명해지고 지하경제가 양성화되는 등의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하면서도 내수 위축 가능성에 대해 염려하고 있다.

식사는 3만원, 선물은 5만원, 경조사비는 10만원이 상한액이 되면서 식당이나 술집, 골프장 등의 업종은 물론 농축수산물과 화훼, 유통업계에까지 직접적인 타격이 예상된다.

김영란법이 원안대로 시행될 경우 연간 농축수산물의 선물 수요는 최대 2조3천억원, 음식점 수요는 최대 4조2천억원 줄 것이란 보고서가 나오기도 했다.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기획재정부 역시 최근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을 발표하면서 김영란법 시행 등에 따른 일시적 소비조정을 하반기 우리 경제 제약 요인 중 하나로 꼽았다.

가장 타격이 클 것으로 전망되는 농축산업계는 한우농가를 중심으로 "생존권 자체가 흔들린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김영원 전국한우협회 정책지도홍보국장은 "과일 같은 경우 포장상자 크기를 10㎏에서 5㎏로 줄일 수도 있지만 한우는 5만원짜리 선물세트로 구성하면 포장비, 택배비 등을 제외하면 딱 300g 들어가는데, 현실적으로 이게 선물세트로 팔리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백화점 등 유통업계도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한 백화점 관계자는 "전체 선물세트 매출에서 5만원 이하 세트의 비중은 5% 미만이다. 5만원 이하 선물세트 비중을 늘리고 있지만, 비중이 워낙 작다 보니 전체 선물세트 매출 감소와 함께 시장 전체가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골프업계도 시름이 깊기는 마찬가지. 한국골프장경영협회는 "골프를 부정 청탁의 목적으로 악용하는 사람들은 당연히 처벌을 받아야 하지만 이 법은 골프 치는 사람을 잠재적 범죄자로 몰아 부정적인 시각이 만연될까 걱정된다"며 "매번 골프를 칠 때도 법을 의식해야 한다면 내장객 수가 줄어들어 당분간 골프장 경영은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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