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비리 근절엔 동의…위법 경계는 애매"

단속 방법·신고 체계 혼란

헌법재판소가 28일
헌법재판소가 28일 '김영란법'에 대해 합헌 판결을 내렸다는 소식에 외식업계는 일제히 초조함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다. 28일 오후 이달 중순 문을 닫고 베트남 쌀국수집으로 리모델링 공사가 진행 중인 서울 종로구 수송동의 유명 한정식집 유정(有情). 연합뉴스

헌법재판소가 28일 김영란법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리자, 공직사회는 법 취지에 동의하면서도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일부 나왔다.

공무원들은 대체로 수긍하는 분위기다. 대구시 공무원들은 "고위직 공무원들 의식을 바꾸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생각한다. 진작 시행했어야 하는데 늦은 감이 있다"고 환영의 뜻을 밝혔다. 한 중학교 교사는 "당장은 부작용이 있겠지만 장기적으로 올바르다고 본다. 지금까지 일정한 기준이 없어 비리가 끊이지 않았다. 이젠 기준이 명확해져 경각심을 갖는 계기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부 공무원은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다. 시행 방식에 대해 대다수 해당자들이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데다 위법 경계가 애매해 시행 초기에 혼란이 빚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한 구청 간부는 "큰 흐름은 맞다고 보는데 시행에 들어가면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있다.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소비가 위축될 우려가 높고 이와 관련한 악의성 민원이나 고발 문제도 많이 생겨날 것 같다"고 했다.

법 시행에 따라 단속에 나서야 하는 일선 경찰관들의 부담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아직 명확한 단속 방법 등이 나오지 않아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대구의 한 경찰서 수사과장은 "아직 정해진 게 하나도 없어서 막막한 심정이다. 앞으로 경찰 본청에서 수사 방법 등 가이드라인을 내려 보낼 것으로 보이지만 실제 어떻게 적용하고 수사해야 할지 쉬운 일이 아니다"고 했다.

경찰청은 '김영란법 대응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자체적인 대비에 나섰고 있지만 경찰서까지 교육이 이뤄지기까지는 시간이 충분하지 않은 상황이다.

김영란법의 신고체계가 중층적으로 복잡하게 구성돼 있는 것도 혼란을 불러올 가능성이 있다.

공직자 등이 법을 위반한 사실을 포착했다면 국민 누구나 신고할 수 있고 경우에 따라 포상금도 받을 수 있다. 신고는 국민권익위원회는 물론 검찰'경찰 등 수사기관, 감사원, 감독기관, 공직자의 소속기관 어디에나 해도 된다. 신고 채널을 넓혀준다는 의미도 있지만 현실적으로는 '중복 신고'로 인한 행정력 낭비가 발생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사정 당국 관계자는 "김영란법이 시행되면 고발이 셀 수 없이 밀려들 것으로 예상되는데 현재도 사건이 많은 경찰들이 제대로 수사를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검찰이나 법원, 감사기관들도 업무량이 폭주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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