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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 더해가는 수제 맥주…"취미 넘어 창업 아이템 될 수도"

올해 미국프로풋볼(NFL) 덴버 브롱코스의 쿼터백 페이튼 매닝은 지난 2월 '깜짝 선물'을 받았다. 가벼운 라거 맛의 맥주 대신 축하의 순간에 더 잘 어울리는 맥주를 골라봤다는 편지가 동봉된 수제 맥주 패키지였다. 특정 대기업 맥주를 실컷 마시고 싶다는 그의 '슈퍼볼' 우승 인터뷰를 본 소규모 맥주업체 연합회의 기발한 마케팅이었다.

수제 맥주는 실제로 급성장하는 시장이다. 미국의 경우 지난해 전체 맥주 매출은 전년 대비 소폭 감소했지만 수제 맥주는 12% 성장했다. 아직은 시장점유율이 1% 미만인 국내에서도 수제 맥주의 인기는 점점 높아지는 추세다.

◆수제 맥주란?

수제 맥주는 소규모 양조업체가 고유의 비법으로 개성 있는 맛과 신선함을 살린 맥주다. 1970년대 후반 미국에서 시작된 이래 유럽, 일본에서도 각광받고 있다. 자급자족을 위한 '홈 브루잉'(home brewing'가내 양조)으로 시작했다가 기업화한 곳도 적지 않다.

한국에선 2002 한'일 월드컵을 앞두고 매장에서 직접 맥주를 만들어 판매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뿌리를 쉽게 내리지 못했다. 한때 전국에 150개 이상의 '하우스 맥주'가 설립됐으나 품질 등을 이유로 외면받다가 수년 전부터 다시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

대구 출신으로, 지난해 두 달여 동안 자전거로 유럽 맥주 투어를 다녀온 최승하(25'홍익대 광고홍보학부) 씨는 "유럽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동네마다 개성 강한 '지역 맥주'가 활성화돼 있었다는 점"이라고 했다. 또 "대구가 '치맥'의 원조가 된 것은 반갑지만 치킨만큼 수제 맥주에도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며 "우수한 양조장을 키워낸다면 또 하나의 문화축제로 발돋움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취미생활'창업 아이템으로 제격

여가 시간을 내기 어려운 직장인들 사이에 수제 맥주 만들기는 목돈 들지 않는 취미생활이다. 대학교 교직원인 이재룡(38) 씨는 지난해부터 자신만의 맥주 만들기에 나섰다. 보스턴라거'골든에일'필스너 등을 선호한다. 이 씨는 "인터넷에 다양한 레시피가 소개돼 있어 초보자도 어렵지 않게 도전할 수 있다"며 "시중에 파는 맥주보다 더 맛있을 때도 있어 스스로 감탄할 때도 있다"고 자랑했다.

수제 맥주는 떠오르는 창업 아이템이기도 하다. 자영업을 하는 김토인(47) 씨는 올해 들어 대경대 평생교육원에서 수제 맥주 만드는 법을 배우고 있다. 김 씨는 "원래 맥주를 좋아하기도 하지만 향후 관련 시장이 커진다면 직접 매장을 운영할 생각을 하고 있다"고 했다. 2년 전 공직에서 퇴임한 정우상(62) 씨 역시 이곳 '수제 맥주 학교' 수강생이다. "아들의 권유로 배우게 됐다"는 정 씨는 "실버 세대 사이에서도 수제 맥주에 대한 관심이 높다"고 전했다. 김 씨와 정 씨는 올해 대구 치맥 페스티벌의 수제 맥주 경연부문에 출전했다.

대경대 '수제 맥주 학교'는 지난해 6월 문을 열었다. 매주 목요일 오후 6시에 강의가 있다. 수강료는 재료비 포함 40만원이다. 문의 053)759-79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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