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맥주의 역사는 80년이 넘었다. 일제강점기였던 1933년 일본의 '대일본맥주'와 기린맥주가 각각 하이트맥주와 오비맥주의 전신인 '조선맥주' '소화기린맥주'를 설립한 것이 우리나라 맥주 역사의 시작이었다. 하지만 맥주를 제대로 알고 즐기는 사람은 여전히 많지 않다. 대부분 소비자는 청량감에, 치킨을 먹기 좋아서, '폭탄주'를 만들기 위해 마실 뿐이다. 아무 생각 없이 벌써 피처(pitcher)를 주문했다고? 아직 늦지 않았다. '맥알못'(맥주 알지도 못하는 사람)을 위한 기초상식부터 알아두자.
◆인류 최초의 술
맥주는 인류 최초의 술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4대 문명발상지인 티그리스'유프라테스 강 유역의 수메르인들이 즐겼다는 기록이 전해진다. 맥주 제조법은 이후 이집트, 로마를 거쳐 유럽 전역으로 퍼져 나갔다.
미국 스탠퍼드대 고고학팀은 지난 5월 중국에서 5천 년 전에 만든 맥주를 발견했다. 중국 북부 웨이허(渭河) 유역 부근 유적지에서 발굴한 도기에 맥주로 추정되는 흔적이 남아 있었던 것이다. 연구 결과 이 액체는 기장쌀과 보리, 율무, 덩이줄기 등을 혼합해 발효시킨 것으로 확인됐다.
◆주된 원료는 물'홉'보리
독일 맥주의 유명세는 원료를 법으로 못 박은 '맥주 순수령'(Reinheitsgebot)의 공이 크다. 1516년 독일 바이에른 공국의 빌헬름 4세가 물과 홉(hop), 보리로만 맥주를 만들라는 칙령을 내린 것이다. 하지만 뛰어난 품질의 맥주를 만들기 위해서가 아니라 식량인 밀을 아끼기 위한 조치라는 게 '함정'이다. 물론 요즘엔 다양한 재료가 쓰인다.
쓴맛을 내는 홉은 잡균 번식을 막아 저장성을 높여주는 효능이 있다. 중세 이전에는 홉 대신에 그루이트(gruit'혼합 허브)가 주로 쓰였다. '맥주 순수령'이 홉을 원료로 명시한 배경에는 야생 허브의 오남용 예방도 있었다.
◆에일과 라거의 차이
맥주는 어떤 원료를 어떤 비율로 어떻게 섞느냐에 따라 수십만 종류가 나온다고 한다. 그러나 보통은 발효 방법에 따라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상면발효(上面醱酵)의 '에일'(ale)과 하면발효(下面醱酵)의 '라거'(lager)다.
상면발효 맥주는 발효 중 표면에 떠오르는 효모를 사용해 만든다. 효모가 상온에서 활동하기 때문에 10℃ 정도의 냉장시설이 필요한 하면발효 맥주보다 역사가 더 오래됐다. 색이 짙고 강하며 알코올 도수도 높은 편이다. 하면발효 맥주는 반대로 생각하면 쉽다. 깨끗하고 부드러운 맛과 향을 지닌 것이 특징이다. 세계 맥주 생산량의 70%를 차지한다.
◆맛없는 한국 맥주?
일부 애주가들은 국산 맥주에 대해 불만이 많다. 스타일이 다양하지 못하고 맛도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주장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국산 맥주 대부분은 원래 무미(無味)한 페일 라거(pale lager) 종류이기 때문이다. 투명한 노란빛을 띠며 맛 자체가 강하지 않다. 세계 대부분 맥주가 해당하는 만큼 한국 소비자가 유난히 억울해야 할 일도 아니다.
다행히 최근에는 대기업에서도 상면발효 방식의 에일 맥주를 내놓고 있고, 소규모 맥주 제조회사도 잇따라 등장해 선택의 폭을 넓히고 있다. 올해 대구 치맥페스티벌에선 6개 회사의 수제 맥주를 맛볼 수 있다.
◆따뜻하게 마시는 맥주도
맥주는 차갑게 마셔야만 할까? 꼭 그렇지는 않다. 청량감으로 승부하는 페일 라거 종류는 낮은 온도로 들이키는 게 훨씬 낫지만 맛이 풍부한 맥주들은 반대다. 얼음에 가까운 상태로 마시면 혀의 감각이 둔해지면서 풍미를 느끼기 어렵다.
맥주 전문가들에 따르면 바이젠(독일 남부지역에서 생산되는 밀 맥주)'필스너(체코 라거 맥주) 등은 5~7℃, 스타우트(영국식 흑맥주)는 8~12℃, 세종(Saison'벨기에 농부들이 농번기에 주로 마시던 맥주)은 12~16℃가 적당하다. 상대적으로 높은 온도에서 마시는 맥주는 1년 이상의 숙성을 권장하기도 한다.
◆전용 잔은 필수
캔맥주나 병맥주 하나를 들고 거리로 나서는 이들도 적지 않지만 맥주의 참맛을 즐기려면 전용 잔이 필수다. 와인을 병째 마시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다. 맥주 종류마다 따로 설계된 전용 잔 수집에 열을 올리는 애호가들도 많다. 맥주 제조사에서 내놓는 일부 한정판 제품은 개당 5만원 이상을 호가한다.
기본적으로 향이 뛰어난 맥주에는 입구가 넓은 잔이 어울린다. 차가워야 제맛인 맥주는 온도가 오래 유지되는 두꺼운 잔이 좋다.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따르자마자 마시는 것이다. 탄산이 날아가는 것을 막아주는 거품이 사라지는 탓이다.
◆안주와의 궁합 따져라
빈속에 술을 마시면 빨리 취하고 건강에 더 해롭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국내에서는 맥주 안주로 치킨을 가장 선호한다. 물론 치킨에는 시원한 라거 종류가 제격이다.
하지만 맥주 종류마다 어울리는 안주는 따로 있다. 보통 맛이 강한 음식을 먹는다면 진한 맥주, 가벼운 음식에는 목넘김이 상쾌한 맥주가 어울린다. 안주를 준비'주문하기 전에는 테이블의 '주인공'이 요리인지, 맥주인지를 따져보는 게 필요하다. 음주가 주목적이라면 맥주의 맛과 향을 잘 살려주되 맥주의 풍미를 덮지 않을 메뉴로 선택하면 된다.
◆남은 맥주 활용하기
따지않은 병맥주나 캔맥주를 냉장보관할 필요는 없다. 다만, 고온이나 햇볕이 들지않는 곳에 둬야 변질을 막을 수 있다. 보관 과정에서 약간의 침전물이 생길 수도 있으나 상한 것은 아니다.
남은 맥주는 요리'가사 등에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다. 생선'고기를 맥주에 재워 요리하면 잡내가 사라지고, 튀김 반죽에 맥주를 조금 넣으면 더 바삭해진다. 맥주를 적신 행주를 꼭 짜서 가죽 소파를 닦으면 광택이 살아나고, 머리를 감을 때 사용하면 비듬이 줄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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