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 "사람은 괜찮겠느냐?"

마구간에 불이 났다.

공자께서 조정에서 물러나와 말씀하셨다.

"사람이 다쳤느냐?"

(그러고는) 말에 대해서는 묻지 않으셨다.

- 『논어』, 향당(鄕黨) 편

시절이 어지러울수록 고전에 의지하게 됩니다. 춘추시대 말기에 활동한 사상가이자 교육자인 공자는 관직에서 물러난 56세에 이르러서야 자신의 이상을 실현할 군주를 찾아 천하를 주유(周遊)합니다. 공자의 삶은 자기를 위한 공부인 '위기지학'(爲己之學)에서 타인과 세상을 위한 실천인 '위인지학'(爲人之學)으로 나아가는 삶입니다. 자기 공부가 잘된 사람은 자기의 이익을 구하기보다는 타인의 어려움에 대하여 연민을 품습니다. 요즘 말로 '배워서 남 주자'가 '위인지학'의 사상인 셈입니다.

공자가 퇴청을 하였는데 마구간에 불이 났나 봅니다. 공자께서는 "사람이 다쳤느냐?"고 맨 먼저 묻습니다. 말의 안부는 묻지 않으셨다니 동물보호협회에서는 발끈할 이야기겠지만, 공자의 인(仁)에 대한 사상을 압축해서 보여주는 문장입니다. 사람이 말보다 나아서가 아니라, 말을 거두는 일은 결국 사람의 일이기에 사람의 안부를 먼저 물었던 것입니다. 지금 세상의 일을 살펴보니 역시나 사람이 가장 착하고 사람이 가장 사악합니다. 착한 일도 사람이 하고 나쁜 일도 사람이 합니다.

핵탄두를 탑재한 미사일을 격파하는 가공할 만한 무기인, 사드가 참외의 고장 성주에 온다고 해서 사람들이 난리입니다. 사람들에게 나쁜 일이나 슬픈 일이 생겼을 때에는 먼저 '안부'를 물어야 합니다. 안부는 사랑의 마음입니다. '어질 인(仁)'과 '예절 예(禮)'가 맞닿는 자리에 사랑이 살고 있습니다. 그 사랑을 저는 '인애'(仁愛)라고 고쳐 불러봅니다. 5만여 명이 사는 마을에 강력한 전자파를 지닌 레이더를 앞세우고 미사일부대가 온다고 합니다. 공자님이라면 무덤에서라도 벌떡 일어나 "사람은 괜찮겠느냐?"고 먼저 물었을 것입니다.

남을 함부로 험하고 거칠게 대하면 그것이 자신에게 되돌아옵니다. 남을 귀하게 대접하면 자신도 귀하게 됩니다. 자기 집에서 빤히 보이는 앞산에 미사일이 들어온다는데 가만히 있을 사람들이 누가 있겠습니까. 타인을 폭력으로 짓누르는 사람은 증오를 데리고 다니지만, 타인을 예로써 대접하는 사람은 사랑으로 가는 길을 아는 사람입니다. 인애(仁愛)의 어진 마음으로 남의 고통과 하나가 되는 그런 사람이 오늘따라 무척 보고 싶습니다. 그 사람의 눈은 연민의 물기로 늘 그렁그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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