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 날씨가 더울수록 피서 열기도 뜨겁다. 포도와 복숭아를 비롯한 여름 과일들은 더워야 제대로 익어 제 맛을 낸다. 요즘 휴가객들은 산과 바다에서 더위를 피하기도 하지만 전통예절이나 와인 담그기 체험으로 여름을 즐기기도 한다.
영천은 산, 강, 서원, 와이너리(와인 양조장) 등 관광명소와 체험장을 골고루 갖추고 있어 피서객들에게 각광받고 있다.
◆치산계곡 골짜기마다 팔공산 비경 간직
영천 신녕면 치산효령로를 따라가다 치산계곡 입구 마을에 들어서면 멀리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녹색 산봉우리들이 펼쳐져 있다. 계곡에 가까워질수록 흰 구름을 배경으로 팔공산의 능선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길옆 들판에는 벼, 복숭아, 사과, 참깨, 옥수수들이 익어가고 있다. 저만치 떨어진 마을 돌담도 시골 모습이라 정겹다.
치산계곡에 들어서면 가족이나 친구끼리 시원한 물속에 발을 담그고 여름을 즐기고 있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치산캠핑장 옆과 치산지 아래 계곡도 사람들로 넘쳐난다. 치산캠핑장은 캐러밴 23동과 캐빈하우스 5동, 소공연장, 족구장 등을 갖추고 있어 사계절 내내 예약하기 어려울 정도다. 영천시는 올해 치산계곡을 찾는 관광객들의 편의를 위해 물가에 그늘막 50개를 설치했다.
계곡 어디에서나 작은 폭포소리와 같은 물소리를 들을 수 있다. 그늘 밑에 앉아만 있어도 물소리와 매미 울음에 도시 생활의 스트레스를 말끔히 씻어낼 수 있다. 물가에서는 시원한 기운을 느낄 수 있으며 흘러가는 물거품처럼 세상 걱정도 사라진다.
치산계곡 곳곳에는 커다란 소나무들이 그늘을 드리우고 하얀 물거품과 조화를 이뤄 아름다운 풍경을 선사한다. 상쾌한 공기가 가슴속까지 시원하게 한다. 바람이 불면 향기로운 솔향까지 맡을 수 있다.
팔공산 폭포 중 가장 큰 공산폭포에선 눈처럼 하얀 물줄기가 수만 년을 달려온 듯 쏟아져 내린다. 마치 눈사태가 난 듯 세월의 빠른 흐름을 보여주기라도 하는 것 같다.
◆치산계곡은 글자 그대로 점입가경
폭포를 나와 오른쪽 숲길로 들어서면 풀 내음이 물씬 풍긴다. 폭포가 멀어지면 골짜기의 작은 물소리와 새소리도 들을 수 있다. 공산폭포 위쪽 현수교를 건너면 진불암으로 가는 길이다. 계곡과 조금 떨어진 비탈길을 따라가면 진불암 아래까지 작은 물소리를 들을 수 있다.
현수교를 건너지 않고 똑바로 올라가면 작은 다리를 지나 왼쪽으로 도마재로 가는 옛길이 나온다. 계곡 옆 옛길은 무너지고 깎여나가 오솔길로 남아 있다. 옛사람들은 이 길을 따라 도마재를 넘어 동화사 쪽으로 가며 계곡 옆 그늘에서 쉬면서 목도 축였을 터.
팔공산이 높은 만큼 치산계곡은 깊고 웅장하다. 물이 풍부해 골짜기마다 비경을 간직하고 있다. 계곡 곳곳에 작은 폭포와 웅덩이가 흰색과 옥색의 조화를 이루고 있다.
치산계곡에는 300여 년 전 조선시대 선비들이 당시 자료를 바탕으로 선정한 팔공산 10경이 남아 있다. 신녕현 시절 선비이자 문인인 자산 권익구(1662∼1722) 선생은 다른 선비 4명과 함께 1699년 수개월 동안 팔공산을 돌아본 뒤 '공산 10경'(公山十景) 시를 남겼다. 선생의 문집인 '자산일고'에는 '공산잡영'이라는 제목으로 팔공산 10경이 실려 있다. 자산이 노래한 팔공산 10경은 고풍정, 망폭대, 환희교, 은신굴, 괘호암, 와룡석, 법왕봉, 사리치, 진불암, 수침성 등이다.
현재 공산폭포 옆에는 '공산 10경' 중 하나인 망폭대 표지판과 함께 정자가 들어서 있다. 다만 옛 선비들이 '공산 10경'으로 표기한 것을 '치산 10경'으로 바꿔버린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포은의 향기가 서린 임고서원
휴가나 여름방학을 의미 있게 보내기 위해 임고서원을 찾아 충효교육을 받고 전통문화를 체험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영천 임고면 양항리 임고서원은 포은 정몽주(1337∼1392) 선생의 충절을 기리기 위해 퇴계 이황 선생과 영천 문인들의 주도로 1553년 임고면 고천리 부래산에 창건됐다. 임진왜란 때 소실됐으나 1603년 현 위치에 재건됐다.
임고서원에 들어서면 높이 20m의 거목인 은행나무가 그늘을 드리우고 있다. 최초의 임고서원 터인 부래산에서 옮겨온 나무라 반가움을 더한다. 은행나무 아래에서 보면 임고서원 전경과 포은유물관, 조옹대 위 정자 등이 한눈에 들어온다.
발길을 옆으로 옮기면 선죽교가 나온다. 2012년 임고서원 성역화 1단계 사업 준공 때 들어선 것으로 북한 개성의 선죽교와 같은 크기다. 선죽교 오른쪽에는 포은 선생이 우리나라 성리학의 시조임을 알리는 '동방이학지조'(東方理學之祖)라는 표지석이 우뚝 서 있다.
임고서원 앞에는 '이 몸이 죽고 죽어 일백 번 고쳐 죽어'로 시작되는 포은 선생의 '단심가'와 포은 선생 어머니의 '백로가'를 나란히 새긴 시비가 있다.
서원 맨 오른쪽에는 포은 선생이 낚시를 했다는 조옹대가 있다. 조옹대는 조룡대라고도 불린다. 조옹대 앞에는 연못도 복원해 평화로운 느낌을 준다. 연못에는 작은 물고기들이 이리저리 몰려다니며 생동감을 더한다.
포은유물관에서는 정몽주 선생의 충효정신, 외교활동, 시 등을 한눈에 볼 수 있으며 동영상도 감상할 수 있다.
◆갈수록 유명세 타는 충효문화수련원
포은유물관 뒤편 충효문화수련원에는 여름방학을 알차게 보내기 위해 찾는 사람들이 급증하고 있다. 영천은 물론 경산, 청도, 안동 등 인근 지역 초중고생들의 발걸음이 늘고 있다. 청도 금천중학교 학생 41명과 경산 임당초등학교 학생 및 교사 110명이 최근 이곳을 다녀갔다.
영천 자천초등학교 및 북안초등학교와 자매결연을 한 대만 자제초등학교 학생들도 7월 초 임고서원 충효문화수련원에서 한국 전통문화를 체험했다.
또 영천YMCA가 재외동포재단 및 한국YMCA 전국연맹과 함께 마련한 '2016년 재외동포와 함께하는 청소년 초청연수' 참가자인 24개국 재외동포 청소년 55명도 충효문화수련원을 찾았다.
8월에는 안동 풍산초등학교와 와룡초등학교 학생들도 임고서원을 찾을 예정이다.
충효문화수련원은 전통한옥에 학례당, 생활실(10칸), 식당 등을 갖춰 40명이 숙박할 수 있다. 한옥이지만 샤워시설이 잘 돼 있고 이용료도 싼 편이다. 2013년 개원한 충효문화수련원의 수강생은 2014년 9천여 명에서 2015년 1만5천여 명으로 늘었다.
충효문화수련원 교육은 3월부터 12월까지 연중 과정 및 수시 과정으로 운영된다. 연중 과정은 경북선비아카데미, 예학, 경전, 서예, 민화, 사자소학, 천자문 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진행된다. 수시 과정은 당일, 1박 2일, 2박 3일 등으로 운영된다.
수시 과정은 포은 선생의 충절과 효행에 대한 강의로 시작된다. 학생들은 포은의 충효정신을 배운 뒤 예절, 놀이, 악기 등과 관련, 다양한 전통문화를 체험할 수 있다. 서원 투어와 숲 체험도 할 수 있다. 숲 체험 참가자들은 '숲이 아름다은 학교'인 임고초등학교에서 명상도 해 볼 수 있다.
정병학 충효문화수련원 사무처장은 "학생들이 전통예절을 배우기 위해 한복을 입고 학례당에 들어가면 태도부터 달라진다"며 "전통놀이와 악기를 배우며 공동체 의식을 키울 수 있어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단심로와 포은 생가 방문도 늘어
임고서원 주변 야산에는 단심로(5㎞)가 있어 포은의 충절과 효행을 음미하며 산행을 즐길 수 있다. 단심로는 임고서원 주차장∼전망대∼포은 선생 부모 묘소∼조옹대 구간에 조성돼 있다.
임고서원 충효문화수련원 수강생들은 인근 포은 생가를 찾기도 한다. 포은 생가는 선생의 출생지인 영천 임고면 우항리에 지난해 10월 중창됐다. 당시 생가의 모습을 정확히 알 수 없어 '복원' 대신 '중창'이라는 용어를 사용했다.
포은 생가는 부지 4천990㎡에 안채, 사랑채, 부엌채, 대문, 영정각 등을 갖추고 있다. 집 앞 소공원에서는 포은 선생 탄생지 표지석, 시비, 동상 등을 볼 수 있다.
포은 선생의 영정과 동상은 종손인 정래정(59) 씨가 지난해 생가 중창을 기념해 기증한 것이다. 영정은 도자기로 제작돼 눈길을 끌고 있다.
포은 선생은 19세 때인 1355년 부친상을 당했을 때와 1365년 모친상 때 각각 3년간 시묘살이를 하며 유교 예법에 따라 상례를 치렀다. 포은이 성장한 뒤 생가를 찾은 적은 드물었다고 하지만 부모의 상례를 치른 6년간에는 생가와 여막을 오갔을 것으로 추정된다.
영천 향토사학자 전민욱(57) 씨는 "생가 중창으로 포은 출생지 논란에 종지부를 찍었다. 여러 문헌 자료에도 포은 선생은 영천 동쪽 우항리에서 태어난 것으로 기록돼 있다"고 말했다.
댓글 많은 뉴스
[정진호의 매일내일(每日來日)] 3·1절에 돌아보는 극우 기독교 출현 연대기
민주 "이재명 암살 계획 제보…신변보호 요청 검토"
국힘 김상욱 "尹 탄핵 기각되면 죽을 때까지 단식"
국회 목욕탕 TV 논쟁…권성동 "맨날 MBC만" vs 이광희 "내가 틀었다"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