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스스로 '김영란법서 예외'해 달라는 국회 정무위 의원들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의 제정 취지를 살리려면 보완 입법이 꼭 필요하다. 그중에서도 가장 긴요한 것이 적용 대상에 국회의원을 포함시키는 것이다. 부패 가능성이 가장 큰 집단이 국회의원이라 해도 틀린 말은 아니기 때문이다. 19대 국회에서 뇌물수수 등의 혐의로 11차례나 체포동의안이 제출된 것은 이를 잘 보여준다. 하지만 이는 드러난 것일 뿐이다. 발각되지 않은 국회의원 부패는 훨씬 더 많을 것이라는 게 국민의 생각이다.

하지만 국회의원들은 이런 소리를 들으려 하지 않는다. 보완 입법이 필요하다면서도 적용 대상에 어떻게든 자신들을 제외하려 한다. 국회 소관 상임위인 정무위 소속 국회의원 절반 이상이 '국회의원 예외'에 찬성하고 있다. 자신들만 부패 척결에서 빠지겠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여야가 따로 없다.

그 이유가 기가 막힌다. '국회의원 예외' 조항을 없애면 '공익적 목적의 제3자 민원 전달 창구'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새누리당 김세연 의원은 "대의민주주의 통로마저 끊기게 된다"며 대의민주주의 위기론까지 들먹였다. 동의할 수 없는 자기 합리화다. '사적 민원'이라도 얼마든지 공익 목적으로 포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회의원이 노리는 것이 바로 이런 맹점이다.

공익 목적의 제3자 민원 전달이 꼭 필요하다면 국회의원 개인이 아니라 소관 상임위에 공개적으로 제기하도록 하면 된다. 그렇게 하면 사적 민원인지 공익적 민원인지를 투명하게 가려낼 수 있다. 즉 국회의원 개인이 민원 창구 역할을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그런 방향으로 보완 입법을 하면 '국회의원 예외' 조항 삭제에 따른 문제는 명쾌하게 해결된다.

정부가 제출한 김영란법 원안에는 부정청탁 금지 대상에 국회의원도 포함됐었다. 하지만 여야는 입법 과정에서 국회의원을 슬그머니 제외했다. 입법권을 이용한 '셀프 입법'의 전형이다. 입법 과정에서 핵심 내용인 '공직자 이해충돌 방지'가 통째로 빠진 이유를 알겠다. 이런 셀프 입법이 바로 이해충돌 방지와 어긋나기 때문이다. 이렇게 하라고 국민이 입법권을 준 것이 아니다. 이는 입법권을 지렛대로 한 사익 추구 행위나 다름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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