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사드와 참외

참외는 좋다, 뛰어나다, 맛있다는 뜻을 가진 접두사 '참'에다 '오이'를 결합해 이를 줄여 쓰는 말이다. 박과에 속하는 참외는 인도가 원산지로 우리나라에서도 삼국시대 이전부터 재배한 과채류다. 조선시대에는 평안도 의주'강서 참외가 유명했고, 일명 개구리 참외로 불리는 재래종인 성환 참외도 제법 이름이 알려졌다.

하지만 뭐니뭐니해도 1984년에 처음 개발된, 줄무늬가 곱게 들어간 노란색의 '금싸라기 은천 참외'가 대세다. 성주군은 현재 국내 참외 최대 산지다. 생산량의 60%, 연간 14만t의 참외가 성주에서 생산된다. 재배 면적 4천㏊, 재배 농가만 5천여 가구에 이르고 농가 수익만도 연간 4천억원이 넘는다. 성주 참외는 모양이 수려하고 맛과 향이 뛰어나 최고 품질의 참외로 친다.

성주에서 참외 농사가 본격화된 것은 1950년대부터다. 성주는 맑은 물과 적합한 토양, 풍부한 일조량 등으로 참외'수박과 같은 과채류 재배에 적지다. 비닐하우스 시설 재배도 다른 지역보다 이른 1970년에 시작됐다. 유기농법 등 성주 농민의 땀과 노력에 힘입어 국제 식품 분류에서 참외는 '코리안 멜론'으로 공식 명명되기도 했다.

그런데 은천 참외는 사실 1957년 일본에서 들여온 품종이다. 마쿠와우리(眞桑瓜)로 불리는 일본 참외는 줄무늬가 없고 모양도 우리 참외와는 조금 다르다. 1950, 60년대 기후(岐阜) 지방이 일본 참외의 주산지였다. 지금도 전통 명절인 오봉(お盆) 때 참외를 제사상에 올리는 가정도 있으나 대다수 일본인에게 노란색 참외는 생소하다. 1960년대 초 참외와 머스크 멜론을 접붙인 개량 멜론이 나오고 일본인 입맛을 사로잡으면서 참외는 급속도로 자취를 감췄다.

최근 정부가 성주군에 사드 배치를 결정하면서 참외가 초미의 관심사가 됐다. 사드 유해성 논란이 커지자 소비자가 성주 참외를 기피하면서 시세가 작년보다 30%나 떨어졌다. 이 때문에 사드 배치 철회를 요구하는 성주 농민 200여 명이 그저께 트랙터로 참외밭을 갈아엎고 정부 결정에 항의했다. 농민들이 자신의 피와 마찬가지인 참외밭을 갈아엎을 때는 그만큼 분노가 크다는 말이다.

근 60년간 실패를 딛고 개량을 거듭해 최고의 여름 과일로 자리 잡은 성주 참외에게 사드는 말 그대로 날벼락이다. 성주 군민은 말할 것도 없고 애꿎은 참외까지 사드의 피해자가 된 것이다. 이러다 일본 참외 꼴 나지는 않을지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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