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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춘추] 미술감상법

박지향
박지향

20세기 예술가 '라슬로 모홀리 나기'는 '미래의 문맹자는 읽지 못하는 사람이 아니라 이미지를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이라며 이미지 과잉시대에 시각 커뮤니케이션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미술감상'은 '이미지를 매체로 감정과 생각을 주고받는 행위'라는 점에서 커뮤니케이션의 속성과 유사하다. 다만 소통의 매체인 작품 자체에 개인의 감정을 이입시키는 행위가 강조된다고 본 테오도어 립스의 '감정이입설'로 보건대 미술감상은 일반적 커뮤니케이션보다 주관적인 소통행위이다.

우리는 흔히 의사소통을 효과적으로 하기 위해 커뮤니케이션 스킬을 향상시켜야 한다고 한다. 미술작가가 작품 제작 의도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하여 조형화 과정 중에 사용하는 '스킬'을 '예술적 효과'라고 통칭해보자. 작품에서 인간의 오감으로 관찰할 수 있는 모든 것이 예술적 효과에 해당된다. 재료, 재료의 수량, 제작 크기, 주요 색채, 설치 방법, 표현 기법, 전달 매체, 구성 등으로 작가가 의도를 효과적으로 드러내기 위해 심어둔 '장치'라고 할 수 있다. 왜 이런 재료를 사용했을까? 왜 재료의 수량을 이렇게 사용하였을까? 작품 크기는 왜 이렇게 클까 혹은 작을까? 왜 특정 색채를 많이 썼을까? 왜 천장에 작품을 설치했을까? 등 스스로에게 질문하며 이러한 장치를 찾아내는 것이 감상의 시발점이라 할 수 있다. 이를 위해 애정 어린 시선으로 '관찰'하는 적극적인 태도가 전제되어야 한다.

미술은 시대의 아들이자 딸이다. 자본주의로 가속화된 대량생산 체제하에 '기성품'의 범람은 작가들의 작품 제작에도 변화를 가져왔다. 공장에서 제작된 '변기'가 '샘'이라는 작품으로 제시된 이후, 현대미술은 '기성품'을 작품의 '재료'(미디어)로 주목해왔다. 1967년 마셜 맥루한은 "미디어는 메시지다"라 주장하였는데 미디어 자체가 '기능' 외에 문명 속에 존재함과 동시에 독립된 하나 이상의 '고유성'(메시지)을 갖고 있음을 의미했다. 텔레비전은 이미지와 정보를 전달하는 기능 이외에 '바보상자' '매스미디어', 자전거는 이동수단이라는 기능 외에 '느림' '휴식'이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현대미술에서는 이러한 재료(미디어)의 '고유성'(메시지)을 발견해내는 것이 변화하는 인간의 삶을 이해하는데 필수적이라 보았다. 그러므로 현대미술을 감상함에 있어 재료(미디어)의 특징과 메시지를 곰곰이 생각해보는 것은 매우 큰 단서가 될 것이다.

물론 미술감상법은 도식화될 수 없다. 예술적 효과를 감지하고 이를 통해 작가의 의도를 유추해가는 많은 경험을 축적하여 '직관적 감상의 힘'을 길러야 한다. 필자 역시 긴 시간 미술현장을 접하며 직관적으로 감지해 내는 '안목'이 부지불식간에 늘어났음을 실감한다. 미술감상이 가지는 '가치'는 눈에 보이지 않는 가치의 세계를 존중하는 '혜안'을 갖게 해주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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