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너무도 이중적인 김영란법에 대한 여야의 말 바꾸기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의 시행을 앞두고 정치권이 이중적인 행태를 보이고 있다. 한편으로는 철저히 준수해야 한다거나 시행 전 개정은 있을 수 없다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이런저런 이유를 들어 개정해야 한다며 딴소리를 하고 있다.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는 지난달 31일 '새누리당이 앞장서서 김영란법을 지켜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정 원내대표는 바로 다음 날 시행령을 개정해 법 적용 대상에서 농축수산물을 제외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는 지난달 31일 "김영란법은 한 자라도 고치는 순간 끝나는 법"이라고 했다. 하지만 1일에는 농축수산업 피해 최소화를 위해 식사비와 선물 상한액을 3만'5만원에서, 5만'10만원으로 높이자는 의견을 냈다.

이런 이중적 행태에서 국민의당 안철수 전 공동대표도 예외가 아니다. 그는 김영란법 합헌 판결 직후 부정청탁 금지 대상에서 국회의원을 뺀 조항의 개정을 시사했었다. 하지만 1일 공직자 이해충돌 방지 조항을 추가한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하면서 '국회의원 예외' 조항은 살려뒀다. 역시 가재는 개편이란 소리가 나올 만하다.

이런 말 뒤집기가 무엇을 말하는지는 분명하다. 국민의 요구에 밀려 입법은 했으나 막상 시행이 코앞으로 다가오자 김영란법 힘 빼기에 나선 것이다. 새누리당의 농축수산물 제외 요구가 바로 그렇다. 그렇게 하면 형평성을 내세워 다른 상품들도 제외해달라는 요구가 빗발칠 게 뻔하다. 이런 문제 때문에 농축수산업계의 고충 호소에도 예외를 인정하지 않았던 것이다.

식사비와 선물 상한액 역시 원안을 고수해야 한다. 국회의원은 3만원짜리 식사와 5만원짜리 선물이 부족하다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일반 국민은 전혀 그렇지 않다. 미국의 공직자 선물 상한액은 1회 20달러(약 2만4천원), 연간 50달러에 '불과'하다. 우리보다 훨씬 더 잘사는 미국이 이럴진대 우리가 그렇게 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김영란법은 아직 시행 전이다. 문제가 있다면 시행 뒤에 면밀한 검토와 국민의 동의를 거쳐 개정하는 것이 순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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