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의창(醫窓)] 평균수명과 건강수명

간암 진단을 받은 50대 남성이 병원 원무과 직원과 함께 진료실을 찾았다. 그는 조현병 증세로 정신과 전문요양기관에서 지내고 있었다. 연고자도 없고, 인지 기능도 5, 6세 정도였다.

국가 복지 예산으로 이런 환자들을 돌볼 수 있는 특수 병원이 곳곳에 설립돼 있고, 환자에게도 생활비가 제공된다. 이 남성도 돈 쓸 일이 없으니 지금까지 지원받은 수천만원의 생활비가 통장에 고스란히 쌓여 있다. 그러나 본인은 돈이 있다는 사실도 모른다. 간암 수술 후 건강이 회복돼도 건강한 사회생활을 하지 못하고 요양원으로 돌아갈 것을 생각해보면 환자 개인이나 국가도 손실이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나라의 평균수명은 괄목할 정도로 향상됐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4년 현재 우리나라 국민의 평균수명은 82세이고 건강수명은 66세다. 세계 최장수국 일본 국민의 평균수명은 84세, 건강수명은 76세로 평균수명은 일본의 턱밑까지 닿아 있지만 건강수명은 10년 정도 뒤처진다. 건강이 망가진 채 의료기관이나 가족들에게 의지해 보내는 시간이 무려 16년이나 된다. 이 기간 동안 많은 노인들은 가족을 떠나 요양기관에서 행복하지 못한 모습으로 여생을 보낸다. 우리나라 국민의 수명 연장에 기여한 일등 공신은 건강보험과 국가건강검진 프로그램일 것이다. 건강보험 급여정책으로 병원 문턱을 낮췄고, 건강검진 프로그램으로 4대 중증질환의 조기검진과 치료가 가능해졌다.

이제 국가적인 과제는 건강수명 향상이다. 지난해 말 보건복지부는 건강수명 목표를 75세로 잡고 제4차 국민 건강 증진 종합계획을 수립 발표했다. 고혈압, 당뇨, 치매 예방 프로그램을 확대하고 미래 건강위험으로 꼽히는 항생제 오'남용을 억제하는 게 골자다. 이를 위해 고위험군을 중심으로 운동과 식습관 등 생활습관 개선을 지원하고 있다. 바람직한 사업이다. 심뇌혈관질환이나 당뇨, 만성호흡기질환, 암 등의 만성질환이 사망 원인의 81%를 차지하기 때문이다. 이런 질환을 유발하는 전구 질환은 고혈압, 고지혈증, 비만 및 당뇨 등이며 위험 요인은 흡연, 음주, 나쁜 식습관 및 신체 활동 부족이다. 대부분 어릴 때부터 잘못 길든 습관병이다.

의과대학 교수로 정년퇴임한 은사 한 분은 치매 예방을 위해 세계에서 가장 큰 섬을 1위부터 10위까지 면적과 함께 순서대로 외운다고 했다. 세계의 호수를 넓이 순으로, 우리나라 산 높이도 순서대로 외운다. 그래서인지 아흔을 바라보고 있는 나이에도 육체적'정신적으로 아주 건강하고 행복한 노년을 보내고 있다.

살아있어도 건강하지 않으면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없다. 그렇기에 육체적 건강 유지를 위한 바람직한 생활 및 식습관과 함께 정신건강과 치매 예방을 위해 각자에게 맞는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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