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건너 불구경이다. 하필 덥고 습하고 짜증 나는 여름의 절정기에 열리니 굳이 물어보지 않아도 사정은 알 만하다. 게다가 올림픽 개막 3일 뒤에 열리니 올림픽에 푹 빠지는 국민들 성정을 생각하면 청중 동원이나 '호객'이 쉽지 않아 흥행은 보나 마나 실패다.
집권 여당인 새누리당의 8'9 전당대회 이야기다. 비록 국민적인 관심을 끌지는 못해도, 129석으로 원내 제1당인 새누리당의 8'9 전당대회가 갖는 정치적 역사적 의미는 중차대하다.
특히 이번에 선출하는 대표는 위상이 확실히 올라갔다. 최고위원 여럿 가운데 한 사람이 아니다. 급이 다르다. 선거를 따로 치러서 선출하는 당권의 상징 인물이다. 투표 방식도 다르다. 1인 2표제가 아니다. 1인 1표제다. 14년 만에 집단지도체제에서 단일지도체제로 바뀌는 것이다. 한마디로 더 힘이 세지는 것이다. 또한 새 대표는 내년 연말에 치러지는 제19대 대통령선거에 출마할 후보를 선출하는 대선후보 경선 관리의 총책임자이다. 그가 이끄는 새누리당 지도부가 중심을 잡고 당을 하나로 이끌고 나가느냐 여부에 따라 대선후보 선출은 물론 대선 결과에 까지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새누리당이 이번 새 지도부 선출마저 고질병인 계파 싸움의 연장전으로 치른다면 그 앞날은 기대할 게 없다. 야당은 그걸 은근히 바라고 있고, 김대중'노무현정부 시절 야당의 경험을 잊지 않고 있는 새누리당 사람들은 이 점을 걱정한다. 국민들의 무관심과 외면에도 불구하고 새누리당 대의원들만큼은 이번 전당대회에 귀를 세우고 눈을 부릅뜨고 참여해야 하는 이유이다.
또한 8'9 전당대회는 대구경북 대의원들에게도 그 의미가 남다르다. 10년 만에 맞는 대구경북 대표 선출의 기회이기 때문이다. 민주공화당부터 민주정의당, 민주자유당, 신한국당, 한나라당을 거쳐 새누리당에 이르기까지 자타가 공인하는 우리나라 보수 정당의 보루임을 자부해 온 대구경북이지만 그 위상은 시간이 갈수록 줄어들고 축소되어 왔다. 새누리당으로 당명을 바꾼 이후 대구경북의 현주소는 형편없다. 핵심은커녕 변두리로 전락한 느낌이다.
강재섭 전 의원이 한나라당 대표로 선출된 것이 지난 2006년 7월의 일이었으니 10년 동안 대구경북은 한나라당이나 새누리당의 대표직과는 담을 쌓고 지내온 것이다. 그동안 5명의 대표가 있었지만 박희태, 안상수, 홍준표, 김무성 등 4명이 부산경남 출신이었다. 사사건건 대구경북의 목소리가 부산경남에 밀렸던 이유도 거기에 있었다.
주호영 의원의 대표 도전은 10년 만의 일이다. 상황은 녹록지 않다. 친박과 비박의 치열한 대결이라는 점에서 계파색이 옅은 주 의원이 유리해 보이지 않는다. 특히 1인 1표제에서는 조직력이 약한 후보가 설 자리가 넓지 않다는 점도 걸린다.
하지만 34만7천500명 전체 대의원 가운데 결집력 높은 7만3천200명의 대구경북 대의원들이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줄 것이라는 게 주 의원의 생각이다. 부산울산경남 대의원들이 비록 8만4천200명으로 머릿수에서 약간 더 많지만 결집력은 대구경북에 비할 바가 아니다. 제각각이다. 투표율도 대구경북이 제일 높을 것으로 보인다. 2014년에는 평균 10%가 더 높았다. 대구경북이 뭉치면 대표는 물론 최고위원 선거에 나선 두 후보, 강석호 조원진 의원도 쉽게 지도부에 입성시킬 수 있다는 말이다.
혹서기 휴가철에 치러지는 이번 전대의 투표율은 25%를 넘기 힘들어 보인다. 5명이 나선 대표 선거 승리를 위해서는 넉넉잡아 3만 표 안팎이면 족할 것 같다. 갈라먹기가 될 여론조사의 영향력은 그리 크지 않다. 그보다는 결집력 높은, 알토란 같은 대구경북 7만여 표의 힘은 대단할 것이다.
대구경북 대의원 두 사람 가운데 한 사람이 현장 투표에 참여만 한다면 대구경북 출신 새누리당 대표와 최고위원 두 사람을 만드는 게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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