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진호 감독의 신작 영화 '덕혜옹주'는 제목에서 드러나듯 중심인물이 덕혜옹주다. 배우 손예진이 중심일 수밖에 없다. 대한제국 비운의 마지막 황녀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기 때문이다.
박해일(39)은 극 중 어린 시절을 함께 보낸 덕혜옹주가 강제로 일본 유학길에 오르자 그녀를 찾기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는 인물인 김장한을 연기했다. 굳이 선택하지 않아도 될 작품이지만 박해일은 '암울했던 시대에 진지하게 접근해볼 수 있는 캐릭터'였기에 주저하지 않고 선택했다.
어릴 적 왕실에서 내정한 약혼자였으나 일제에 의해 두 사람의 인연은 엇갈린다. 독립운동가이자 평생 그녀를 지키고자 헌신하는 캐릭터. 주인공은 손예진이지만 박해일이 다른 한 축을 완벽히 지탱해야 영화가 둘의 이야기를 잘 끌고 갈 수 있다.
"덕혜옹주를 지키고 그의 귀국을 돕는 건 처음부터 물음표였어요. 하지만 이 부분이 중요한 뿌리라고 생각했죠. (권비영 작가의 동명) 소설에도 나왔듯이 김장한은 한때 그녀의 약혼자가 될 뻔한 깊은 인연이 있었고, 독립운동가 집안의 핏줄로서 투철한 보호'역사의식을 지닌 인물이라는 겁니다."
시종 그의 시선은 따뜻했다. 언제나처럼 열의에 가득 찼으나 이번에는 더 강하게 느껴진다. 사실 김장한에 대한 역사적 자료는 별로 없다. 그는 "해석의 어려움은 컸지만 영화적인 변주가 가능한 흥미로운 캐릭터"라고 좋아했다. 김장한은 덕혜옹주와 오랜 동지이자 가족과도 같았고, 벗이자 안타까운 로맨스의 여지를 남긴 복잡 미묘한 관계로 그려진다.
박해일은 "두 사람이 결혼을 못 하게 됐다고 해서, 김장한의 감정이 담백하게 끝났다면 더 이상 아무것도 이야기할 게 없었을 것"이라며 "감독님과 치열한 고민 끝에 거리를 둔 애절하고도 애틋한 두 사람의 로맨스 아닌 로맨스가 먹먹하게 그려진 것 같다"고 만족해했다.
손예진과도 첫 호흡이건만 무척이나 만족스럽다. "손예진이라는 사람을 인간 대 인간으로 만나 알아가면서 흥미로운 지점들이 있었어요. 덕분에 카메라 앞에서 김장한이 덕혜를 지키는 것이 자연스럽게 나타나지 않았나 싶어요. 담백하고 깔끔하게 완성돼 뭉클했고 눈물이 났어요."
박해일은 상업영화, 예술영화, 독립영화 등을 가리지 않고 다양한 연기를 보여주고 있다. 그는 "자신 있는 연기란 없다. 내게 흥미로움을 주고 호기심을 전하는 분야에 계속 도전하고 있을 뿐"이라고 했다.
"작품을 선택할 땐, 굉장히 본능에 충실한 편이에요. 한 작품에 걸리는 기간이 굉장히 긴데 그 시간을 계속 애정과 열정 속에서 참여할 수 있을 만큼 매력적인 작품을 선택하죠. 캐릭터와 작품, 출연진 등등 자꾸 나를 궁금하게 하고 더 파헤치고 싶고, 또 잘하고 싶게 만드는 그런 작품을 선택하려고 합니다. 다음 작품도 아마 그렇겠죠?(웃음)"
박해일은 결혼 10년 차 남편이자 한 아이의 아빠다. '헐렁한 아빠'라는 그는 "아들에게 어떨 땐 형 같고, 어떨 땐 무서운 선생님 같다. 또 어떨 때는 아들보다 어릴 때도 있다"고 웃었다. 드라마 출연과 관련해서는 "아직 영화에서 해보고 싶은 게 많다. 드라마를 완전히 안 하겠다는 것은 아니지만 보류 중"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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