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경주의 시와함께] 낮술

김요일(1965~ )

한 잔의

태양

너를 만나게 되어 너무 기뻤다. 떠나게 되어 슬프다. 나는 꼭 다시 여기 오고 싶다. 한낮에 칫솔을 물고 생각한다. 당신 배꼽은 안 보고도 그릴 수 있다. 루마니아 집시들은 눈을 감고 눈동자 색을 알아맞히는 게임을 한다고 한다. 당신 배꼽은 안 보고 그릴 수 있다. 난 역겹고 슬픔에 잠겨 있으며 위험한 존재다. 그렇지만 당신 배꼽은 안 보고도 그릴 수 있다. 당신이 아파서 누워 있을 때 배꼽은 선인장처럼 초록색 껍질, 봄 여름 끝에 노란 꽃처럼 피곤 했다. 뜨거운 오이를 씹으며 생각한다. 당신 배꼽은 안 보고도 그릴 수 있다. 한잠 자고 생각하자. 당신 배꼽은 안 보고도 그릴 수 있다. 죽음보다 삶이 가능성으로 열려 있는 세상이 올까? 술 마시고 운전했지만 음주운전은 아니다. 당신 배꼽은 안 보고도 그릴 수 있다. 어쩐지 이 잔의 수위도 알 수도 있는 사람 같다. 울면서 머리를 잘랐다. 당신 배꼽은 안 보고도 그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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