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 수박 서리를 하다 들킨 적이 있습니다. 주인은 야단을 치고 엄마한테 일러준다고 으름장을 놨죠. 결국, 하나도 따먹지 못하고 혼만 났던 기억이 나네요."
2일 봉화 상운면 하눌 2리 수박밭에서 만난 배종탁(54'구미) 씨 가족. 나뭇잎으로 모자를 만들어 쓰고 어둠 속을 헤치며 수박밭 주인 눈을 피해 수박 서리 작전을 펼치고 있었다. 휴대전화를 손전등 삼아 잘 익은 수박을 찾는 동안 긴장감도 감돌았다. 배 씨는 어릴 적 수박 서리하다 주인에게 들통나 혼쭐이 난 기억을 되새기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올해 봉화은어축제 기간에 첫선을 보인 수박 서리 체험이 대박을 터뜨렸다. 하루 체험객 80명만 받고 있는데 연일 매진 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것. 이색 체험장을 찾은 관광객들은 후회 없는 경험이라고 찬사를 쏟아내고 있다.
배 씨는 "수박을 몰래 훔쳐 먹으니 더 맛있다"며 "한여름 밤에 가족들과 수박 서리를 하고 수박을 놓고 도란도란 이야기도 나누며 옛 추억도 되새겼다. 가족들에게 영원히 잊지 못할 추억이 될 것 같다"고 즐거워했다.
어른에겐 옛 추억을, 아이에겐 새로운 경험을 선사하는 수박 서리 체험행사는 오후 7시쯤 시작돼 오후 9시쯤 끝난다. 은어축제장에서 수박 서리 체험장까지 셔틀버스로 30분.
이동한 체험객들은 수박 서리 전에 삼굿구이 체험으로 분위기를 달군다. 땅에 구덩이 두 개를 파고 한 곳에서는 장작을 때서 돌을 달구고, 다른 한 곳에서는 감자와 고구마, 계란을 넣고 흙으로 덮은 뒤 달아오른 돌 쪽에 구멍을 내 물을 붓고 발생하는 수증기로 음식을 익히는 삼굿구이 체험이다.
감자와 고구마가 익는 동안 체험객들은 잘 익은 수박 선별법을 배우고, 나뭇잎으로 모자를 만들어 위장한 뒤 수박 서리에 나선다. 수박은 2인당 1통을 서리할 수 있다.
울산에서 가족들과 은어축제장을 찾은 윤정숙(32'여) 씨는 "은어축제장을 찾았다가 수박 서리 체험에 참여했는데 신기하고 재미있었다"며 "내년에도 은어축제에 참가해 이색 체험인 수박 서리를 한 번 더 해 보고 싶다"고 말했다.
이승훈 봉화군축제위원장은 "올해 첫선을 보인 수박 서리 체험행사가 뜻밖의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며 "잊지 못할 추억을 남길 수 있는 체험행사가 되도록 다양한 이벤트를 추가하겠다"고 말했다.
댓글 많은 뉴스
국힘 김상욱 "尹 탄핵 기각되면 죽을 때까지 단식"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민주 "이재명 암살 계획 제보…신변보호 요청 검토"
국회 목욕탕 TV 논쟁…권성동 "맨날 MBC만" vs 이광희 "내가 틀었다"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소추 전원일치 기각…즉시 업무 복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