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폐기물 매립장 또 사고…40일 만에 침출수 유출

구미 백현리 저수지 오염 심각…주민들 "농업용수 대책 마련을 市 대책 못 세우고 허송세월"

(주)KM그린 폐기물매립장 침출수 유출과 관련, 농민들이 대책을 요구하고 나선 가운데 이 회사 대표가 백현리 침출수 사고 대책위원회 박영기 위원장에게 사과하고 있다. 정창구 기자
(주)KM그린 폐기물매립장 침출수 유출과 관련, 농민들이 대책을 요구하고 나선 가운데 이 회사 대표가 백현리 침출수 사고 대책위원회 박영기 위원장에게 사과하고 있다. 정창구 기자

"농민들의 젖줄과 같은 농업용수를 오염시켰으면 낙동강 물이라도 끌어와 농사를 짓도록 해주든지 농지를 매입하고 다른 곳으로 이주시켜 주든지 생존 대책을 세워주세요."

연일 살인적인 폭염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지난 1일 구미 산동면 백현리 주민 40여 명이 웅현저수지 물막이를 들어 올리는 순간 악취와 함께 시커멓게 오염된 물이 쏟아져 내렸다. 농사용으로 사용해야 할 저수지 전체가 오염된 것이다.

농민들은 "저수지 상류 300m 지점에 있는 ㈜KM그린이 운영하는 폐기물매립장에서 침출수가 유출된 탓"이라며 "생존 대책을 마련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농민들은 6월 20일 오후 폐기물매립장에서 유출된 침출수가 저수지에 유입되는 것을 발견, 대구지방환경청과 구미시에 신고했다. 대구환경청 등은 현장조사를 통해 주민신고 전날 5-2공구 매립장에서 작업을 하던 굴삭기가 사면부 차수 시트 일부를 파손, 침출수 7~10t 정도가 유출된 것으로 추정했다.

그러나 사고 발생 후 40여 일이 지나 또다시 침출수가 유출됐다.

한 농민은 "사고 발생 40일이 지났지만 전혀 사고 수습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폐기물매립장 침출수는 수위 5m 이하로 유지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법규를 지키지 않은 채 21m를 유지해오다 18m 지점에서 사고가 났다. 그런데도 아직까지 수위를 낮춰 침출수 유출을 막을 생각은 하지 않고 엉뚱한 대책에만 시간을 소진하고 있다. 선후 조치가 뭣인지도 모른다"며 발끈했다.

또 다른 농민은 "이곳에서 유출된 침출수가 저수지와 하천에 그대로 흘러가고 있지만 구미시'환경청 등 행정 당국은 팔짱만 끼고 있다. 저수지 전체가 오염됐지만 구미시는 부서 간에 서로 업무를 미루면서 외면하고 있다. 저수지 물막이를 열지 못하는 것은 오염됐다는 것을 알고 있다는 것인데 지금까지 아무런 대책도 내놓지 못하는 구미시 행정은 상식 이하"라고 비난했다.

KM그린 권오종 대표는 "사고 발생 후 침출수 유출을 방지하기 위해 3중 차수벽(그라우팅) 작업을 하고 있다. 농민들이 안전하게 농사지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낙동강 물을 끌어오는 방안에 대해 구미시와 협의하고 있으며, 이 사업을 지속하기 위해 침출수 관리가 최우선 과제라는 것을 인식하고 있다. 이번 일을 계기로 철저한 대비책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KM그린은 전국 최대 규모의 폐기물 최종 처리업체로 2005년 17만4천250㎡ 규모의 폐기물매립장 허가를 받은 후 주민 몰래 수차례 매립장 면적을 늘려 현재 318만6천350㎡ 에 이른다. 당초보다 약 18배나 증가한 것. 이 사업장은 2012년에도 같은 사고가 발생하는 등 수차례 환경오염 혐의 등으로 행정처분과 형사처벌을 받았다.

대구지방환경청은 이 사업장 5-2공구 등 7개 매립시설에 대해 조사하고시료를 채취해 사고가 발생한 5-2공구는 영업정지 3개월, 기타 공구는 1개월의 행정처분과 시설개선을 명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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