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청라언덕] 대구치맥축제를 생각하며

대구치맥축제가 110만여 명의 역대 최고 관람객 수를 기록하며 지난달 31일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올해는 한눈에도 작년보다 인파가 늘어난 것 같았다. 찜통더위에 사람 구경하러 가느냐는 핀잔을 줄법하지만, 북적대는 흥청거림 그 자체가 또 즐거움이 아닐까 싶다. 이제 4회째. 막 걸음마를 뗀 대구치맥축제의 성공적인 미래를 기대하며, 국제적인 맥주축제 두 곳을 생각해본다. 독일 '옥토버페스트'와 중국의 '칭다오국제맥주축제'다.

독일 뮌헨의 옥토버페스트는 매년 9월 말에서 10월 초까지 열린다.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삼바축제, 일본 삿포로 눈축제와 함께 세계 3대 축제로 꼽힌다고 한다. 옥토버페스트는 그 기원이 독일 바이에른주 뮌헨의 민속축제다. 매년 600만~700만 명의 관광객이 이 축제 시즌에 뮌헨을 찾아 600만ℓ의 맥주와 70만 마리의 닭을 소비한다고 한다. 또 이 옥토버페스트 덕분에 뮌헨시가 거두는 경제적 가치가 우리 돈 1조4천억원에 이른다고 하니 부럽기 그지없는 일이다.

옥토버페스트가 열리는 동안 도시 전체가 축제 분위기에 젖는다. 옥토버페스트 축제 사진들을 보노라면 축제의 흥겨운 분위기가 생생하게 전해진다. 대형 천막 안에서 수백여 명의 축제 관람객들이 맥주를 즐기는 모습은 그 자체로 장관이다. 소시지와 독일식 족발인 학센 요리 같은 독일 정통 음식들도 눈길을 끈다.

독일 민속 의상 차림으로 호쾌하게 맥주를 들이켜는 남자들, 족히 1ℓ는 되어 보이는 맥주잔을 양손에 쥐고 서빙하는 아름다운 아가씨, 떠들썩한 거리 퍼레이드와 환하게 불을 밝힌 놀이공원들…. 그야말로 도시 전체가 맥주에 풍덩 빠진 분위기다.

중국에는 칭다오국제맥주축제가 있다. 매년 8월에 열리는 이 축제는 옥토버페스트에 버금가는 유명세를 자랑한다. 전 세계 18개국 300여 종의 맥주를 즐길 수 있다. 칭다오는 칭다오 맥주의 고장이자, 과거 청일 전쟁 후 독일이 40년 동안 식민지배했던 시대의 모습이 그대로 보존돼 있다. 칭다오 맥주는 1903년 독일인에 의해 칭다오에 설립된 맥주회사다. 자국 맥주를 가지고 오기 어려워진 독일인들이 칭다오 조차지에 공장을 건설했다. 칭다오 맥주박물관은 한국인 관광객들이 꼭 찾는 명소로 유명하다. 100여 년의 맥주 역사와 제조 과정, 생산 시설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역사가 그대로 관광자원이 되는, 부러운 사례다.

이쯤에서 올해 대구치맥축제를 다시금 생각한다.

여느 해보다 관람객의 편의성이 돋보였다. 축제 주무대인 두류공원 야구장 한가운데 마련한 1천 석의 식음료대가 대표적이다. 기껏 줄을 서서 산 치킨과 맥주를 편하게 먹을 곳이 없다는 불만이 많았는데, 올해는 그런 불편이 없어 보였다. 닭 요리를 굽느라 나는 매캐한 연기가 주행사장에서 사라진 것도 쾌적했다. 코오롱 야외음악당은 시끄러운 전자댄스음악(EDM)이 부담스러운 가족 단위 관람객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외지 치맥 업체들의 축제 인지도가 부쩍 높아졌고, 외국인 관람객들도 눈에 띄게 많아졌다.

하지만 대구치맥축제에는 여전히 아쉬움이 많다. 대구치맥축제의 목표가 옥토버페스트, 칭다오맥주축제 같은 국제 축제이기에 더욱 그렇다.

우선 '치맥'에 어떤 역사와 문화적 요소를 담을 것인가 고민해야 할 것 같다. 이 두 요소가 없다면 결국은 먹고 마시는 행사에 불과하지 않을까. 옥토버페스트와 칭다오맥주축제는 그들만의 역사성과 문화적 요소를 갖고 있기에 전 세계 사람들이 제 발로 찾아오고 있다. 대구치맥축제는 동네 어디에나 있는 치맥을, 어떤 방식으로 축제 소재화할지 연구가 필요하다. 몇 개의 기발한 흥행 프로그램이 아니라는 말이다. 결국 대구치맥축제가 오래 사랑받으려면 도시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축제로 자리매김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내년 5회째 대구치맥축제가 바로 그 시험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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