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호들갑

국립국어연구원의 표준국어대사전은 '호들갑'을 '경망스럽고 야단스러운 말이나 행동'으로 뜻풀이했다. 또 지나치게 야단을 피우며 어수선하고 시끄럽게 떠벌리는 짓을 '흐들갑'이라고 따로 정리해놓았다. 비슷한 의미의 단어로 '오두방정'이 있는데 이는 잡귀신을 이르는 오도깨비에서 비롯된 말이다. 잡귀마냥 경망하게 덤비거나 행동할 때 '오도깝스럽다'고 한다. 호들갑의 정확한 어원은 알 수 없으나 오도깝과 호들갑은 자연스레 혼용할 만큼 글 뿌리가 매우 닮은 것은 분명하다.

중국 매체들이 한국의 사드 배치 결정을 놓고 연일 호들갑을 떨고 있다. 적어도 우리 눈에는 흐들갑이나 오두방정으로 비친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3일 사설 격인 '鐘聲'(종성)에서 이례적으로 박 대통령의 실명까지 거론하며 "서울의 정책 결정자가 주변 대국의 안보 이익을 독단적으로 훼손했다"고 주장했다. 한발 더 나아가 "사드 배치가 미국과 중'러 간 군사적 대치를 부를 가능성이 다분하고 만약 충돌한다면 한국이 첫 공격 목표가 될 것"이라는 협박도 서슴지 않았다.

앞서 인민일보의 자매지인 환구시보도 '성주군 제재와 미사일로 사드 조준을 준비해야' 제목의 사설에서 "성주군의 상품은 중국 시장에서 환영받아서는 안 되고, 제재 범위를 경상북도 전체로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매체는 또 "이제까지 북한의 미사일만 한국을 조준했지만 앞으로 중'러'북한 미사일이 모두 조준하게 될 것"이라고 우겼다.

당사자인 우리 국민이 제각각 찬반 의견을 내고 패가 갈리는 것은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중국이 남의 일에 감 놔라 배 놔라 간섭하는 것도 모자라 다른 나라와 그 지도자에게 막말을 해대는 것은 참으로 오도깝스러운 짓이다.

중국이 트럼프는 저리 가라 할 정도로 막 나가는 데는 그만큼 한국을 얕잡아보고 있다는 말이다. 대국의 위신을 함부로 훼손(?)한 '소국'에 무례하게도 대놓고 욕설을 퍼붓는 꼴이다. 중국은 남중국해 문제를 놓고 갈등을 벌여온 베트남'필리핀에도 똑같이 이런 험한 말을 쏟아냈다.

제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이웃을 멸시하는 중국'중국인에게 들려주고 싶은 말이 있다. 중국말로 '후나오빠꽝'(胡鬧八光)이다. 말 그대로 '분별없이 구는' 중국의 태도는 양국 우호관계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충고다. 욕심이 지나치면 추하다 못해 모두 잃는 게 자연의 이치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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