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채정민 기자의 올라! 리우] 준비 안 된 올림픽, 그들만 모르고 있다

현장 스태프들은 밝고 친절하지만…전구 안 켜지고 변기 물 역류 '황당'

브라질 리우의 바하 미디어 빌리지 숙소 내부 모습. 발코니와 주방 사이를 대충 방충망으로 막아 놓았다. 채정민 기자
브라질 리우의 바하 미디어 빌리지 숙소 내부 모습. 발코니와 주방 사이를 대충 방충망으로 막아 놓았다. 채정민 기자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을 두고 '준비가 제대로 되지 않은 올림픽'이라는 말들이 적지 않다. 3일 리우 현지에서 본 모습도 그렇다. 자원봉사자 등 현장 스태프들이 친절하지만, 그들은 '대회 준비가 소홀하다'는 사실을 잘 인식하지 못하는 듯하다.

올림픽의 분위기를 가장 쉽게 느낄 수 있는 곳은 기자들이 모이는 곳이다. 올림픽이 임박하면서 리우의 관문인 갈 레앙 국제공항을 찾는 각 언론 관계자들의 발길도 줄을 잇고 있다. 이들은 공항의 승인 부스에서 신분을 증명하는 AD카드를 확인받고 주최 측이 운행하는 셔틀버스를 이용, 숙소와 메인프레스센터 등으로 발길을 옮긴다. 메인프레스센터는 세계 각국에서 모인 기자들로 북적인다.

하지만 이곳과 경기장 인근, 코파카바나 해변 등 외지인들이 많이 찾는 곳 일부를 제외하면 아직 올림픽의 열기는 쉽게 느껴지지 않는다. 열악한 국내 경기와 정치인들의 부정부패 등으로 올림픽에 대한 반대 목소리가 여전한 것과 별도로 올림픽에 대한 관심이 이 정도라면 흥행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현장 스태프들은 친절하고 표정은 밝다. 하지만 준비 과정은 아쉬움이 남는다. 리우로 향하기 전부터 선수촌에선 '전구에 불이 들어오지 않는다', '변기의 물이 역류한다'는 등의 불만이 속출했다는 말을 들었는데 개막을 코앞에 둔 이 시점에서도 여전히 그런 말들이 끊이지 않고 있다. 코파카바나 해변의 비치발리볼 경기장만 해도 여전히 마무리 공사 중이다.

언론 관계자들이 사용하는 숙소인 미디어 빌리지라고 사정은 다르지 않다. 리우의 바하 미디어 빌리지2, 3의 경우 9층 내외의 아파트형 건물이 여러 채 들어선 형태다. 신축 건물이지만 마감 상태는 부실하다. 엘리베이터는 둔탁하게 움직이고, 내부 마감도 끝마치지 못했다. 주방과 발코니 사이는 벽이나 문 대신 방충망으로 일단 막아 놓았다. 화장실의 거울과 변기는 제대로 고정이 되지 않아 곧 부서질 것만 같다. 이러고도 하루 방값은 20만원을 훌쩍 넘는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때도 그랬지만 지급해야 하는 비용에 비해 받을 수 있는 서비스는 기대 이하다.

다만 경기만이라도 별다른 차질 없이 진행됐으면 좋겠다. 테러 등에 위협받지 않고, 선수들이 불의의 사고 없이 자신이 갈고닦은 실력을 보여줄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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