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경북야생동물구조센터에 접수된 야생동물의 폐사체 발견 및 구조신고가 230여 건에 이르렀다. 전체 신고 가운데 백로와 왜가리 등 조류만도 150여 건으로 절반을 넘었다. 특히 안동호를 낀 안동시 와룡면과 도산면 등지의 신고는 40여 건이고, 30여 건이 조류여서 경북에서 가장 많았다. 안동호 주변 야생동물 중에서 조류 생태계 문제가 심상찮다는 점을 잘 보여주는 사례이다.
문제는 먹이 부족으로 보인다. 구조센터에 따르면 이들 야생 동물은 대체로 먹이를 구하지 못한 데 따른 영양실조나 탈진으로 폐사했다. 아니면 거의 죽음에 이르러서야 구조의 손길이 닿았다. 안동호 주변의 사정은 경북 어느 곳보다 심하다. 과거와 달리 야생동물의 먹이사슬 파괴와 먹이 수급 불균형으로 더 이상 야생동물의 터전으로서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생생한 증거가 아닐 수 없다.
야생동물 중 조류가 직면한 상황은 더욱 위험해 보인다. 안동호 주변에서 신고 접수된 40여 건 가운데 고라니 등과 같은 포유류는 10여 건에 그쳤다. 나머지 대부분은 백로와 왜가리 등의 조류였다. 이들 조류는 주로 물고기와 벌레 등을 먹이로 하는데 낙동강과 안동호 주변은 새들에게는 좋은 먹이 서식처다. 하지만 이번 일로 안동호 주변의 자연환경 조건이 야생동물 중에서도 특히 조류에게는 어느 때보다 나빠졌다는 사실만은 분명해졌다.
이런 먹이사슬의 파괴 원인으로 낙동강 상류의 오염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이미 낙동강 상류에서 붕어와 잉어 등 물고기가 집단폐사한 일이 여러 차례 빚어졌다. 새들이 오염된 하천의 물고기나 집단폐사한 물고기를 먹이로 할 경우 그 피해는 자명하다. 게다가 낙동강 상류 석포제련소 같은 시설로 인한 하천오염을 의심케 하는 흔적은 여럿이다. 새들의 폐사 사례는 또 다른 증언과 다름없다.
안동호와 낙동강 상류의 환경 문제를 그냥 둘 수 없는 단계까지 왔다. 동물과 새, 물고기의 잇따른 폐사 위기는 바로 사람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경북도는 환경 당국 등과 함께 대책을 서둘러야 한다. 늦을수록 3차 피해는 사람, 특히 경북도민의 몫이라는 자연의 경고를 잊으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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