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日 히로시마 前 시장 합천서 국내 원폭 피해자 추모

미국의 원자폭탄 투하로 엄청난 희생자를 낸 일본 히로시마 시장을 역임했던 노정객이 국내 원폭 피해자들을 추모하려고 '한국의 히로시마'로 불리는 경남 합천을 찾았다.

5일부터 열리는 비핵·평화대회와 한국인 원폭 희생자 추모제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주인공은 히라오카 다카시(平岡敬·88) 전 일본 히로시마(廣島) 시장.

일본 고위직을 지낸 인물로 합천을 찾은 건 히라오카 전 시장이 처음이다.

고령의 히라오카 전 시장이 불편한 몸을 이끌고 바다 건너 작은 시골 마을까지 온 것은 대구 KYC(한국청년연합회) 초청이 계기가 됐다.

대구 KYC는 오는 6일 원폭 피해자들을 위해 대구에서 여는 제1회 평화예술제에 히라오카 전 시장을 초청했다.

히라오카 전 시장이 평소 일본 사회에서 한국인 원폭 피해자들을 도와야 하고, 일본 정부가 식민지배에 대해 한국에 사죄해야 한다는 견해를 밝혀온 인물이어서다.

그는 일본의 식민지배 시절인 1944∼1945년 경성제국대학을 다니며 한국인들과 교류했다.

신문기자로 일하던 1960년대에는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한국인 원폭 피해자들을 취재, 연재 기사도 다수 썼다.

또 시장 재임(1991∼1999년) 당시인 1997년에는 히로시마 평화기념공원 밖에 있던 한국인 원폭 피해자 위령비(1999년 이설)를 공원 안으로 옮기도록 결정한 바 있다.

히라오카 전 시장은 대구 KYC 측 요청에 흔쾌히 응하며 "한국을 방문하는 김에 합천 행사에 먼저 방문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합천은 국내 원폭 피해자들의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곳이기 때문이다.

원폭 피해자의 70% 정도가 합천 출신인데다 국내 원폭 피해 생존자 2천여 명 가운데 600여 명이 합천에 산다.

이날 김해공항에 도착한 히라오카 전 시장은 오후 합천에 도착했다.

그는 합천 관내에서 진행한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일본 정부로부터 지원조차 못 받고 이미 세상을 떠난 한국인 원폭 피해자들도 많은데 그런 분들의 억울한 마음을 생각하며 피해자들을 추모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휴식을 취한 뒤 다음날인 6일부터 공식 행사에 참석한다.

6일 오전에는 한국원폭2세환우회가 주관하는 '한국인 원폭 희생자 추모제'에 참석, 추도사를 한다.

이어 오후에는 합천군 율곡면에 들어선 '한국 원폭 2세 환우 생활 쉼터' 개관식에서 축사를 할 계획이다.

히라오카 전 시장의 이번 국내 일정을 돕는 한정순 한국원폭2세환우회 명예 회장은 "현직 시장은 아니지만 일본 전 시장이 한국 원폭 피해자들을 위한 위령제에 참여하는 것을 뜻깊게 받아들인다"며 "히라오카 전 시장의 방문이 일본 사회에도 시사하는 바가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말했다.

히라오카는 6일 오후와 7일 대구에서 열리는 평화예술제와 강연회에 참석한 뒤 8일 출국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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