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수성구에 사는 주부 김모(45) 씨는 이번 여름에 에어컨을 하루 평균 3시간 이상 틀었다. 전기요금이 걱정되기는 하지만 불볕더위에 에어컨을 가동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러나 시원함도 잠시. 이달 들어서는 에어컨 가동을 중단했다. 전기요금이 에어컨을 가동하지 않았을 때보다 3배 이상 많이 나온 것이다. 에어컨 사용 전에는 한 달 평균 약 300㎾h의 전기를 사용해 4만원가량의 전기요금을 냈던 김 씨는 하루 3시간 에어컨 사용으로 8만원 정도의 전기요금이 더 부과돼 결국 12만원이 넘는 요금을 납부하게 됐다. 전력 사용량은 510㎾h 정도로 배에 못 미치는 수치지만 요금은 3배 이상 증가한 것. 김 씨가 '전기요금 폭탄'을 맞은 것은 현행 전기요금이 100㎾h 단위로 누진요금이 적용된데다 지난해와 달리 여름철 전기요금 인하가 이뤄지지 않아서였다.
한여름 찜통더위에도 '전기료 폭탄'이 두려워 에어컨을 켜지 못하는 가정이 늘고 있다. 지난해와 달리 정부가 전기요금을 인하하지 않고 있어서다. 5일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전력 등에 따르면 지난해 월 301~400㎾h의 전기를 사용하는 누진단계 4구간 소비자에게 3구간과 동일한 전기요금을 적용했던 요금 인하 정책을 올해는 시행하지 않기로 했다. 현재 가정용 전기료는 사용량에 따라 누진적으로 요금이 올라가는 구조다. 예를 들어 1구간인 100㎾h 이하는 기본요금 410원, ㎾h당 사용요금 60.7원이지만 6구간인 501㎾h 이상은 기본요금 1만2천940원에 ㎾h당 709.5원이다. 지난해의 경우 서민들의 가계 부담을 덜기 위해 기본요금이 3천850원인 4구간 소비자에게 3구간(1천600원)에 준하는 요금 기준을 적용했다. ㎾h당 사용요금은 280.6원인 4구간 요금 대신 187.9원까지 인하한 요금 혜택을 부여했다.
그러나 올해는 인하 정책은 내지 않고 있다. 더구나 지난해 할인 혜택 시행의 근거가 됐던 유가가 올해 들어 더욱 하락했다. 지난해 7~9월 배럴당 50~60달러 선을 유지하던 국제유가는 지난 7월 기준으로 30~40달러 선까지 폭락했다.
이에 대해 한전 관계자는 "지난해 할인 조치는 서민들의 전기료 부담을 줄이려는 일시적 조치로 근본적인 요금체계 개편은 아니었다. 올해는 (산자부에서) 전기요금 인하 지침이 내려오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주부 정모 씨는 "연일 30℃가 웃도는 폭염 속에서도 전기요금 걱정 탓에 에어컨 대신 선풍기에 의지하고 있다. 가정에만 누진제를 적용하는 법을 바꾸든지 여름철이라도 전기료를 인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한편 지난해 한전의 영업이익은 지난해 11조원을 넘어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 바 있다. 올해 한전의 전기 판매수입에서도 지난해 규모를 초과, 역대 최대치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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