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치페이'(Dutch pay)는 사실 콩글리시다. 바른 영어식 표현은 '고잉 더치'(going Dutch)다. 레스토랑 같은 곳에서 함께 식사를 한 후 먹은 만큼 각자 계산할 때 쓴다. 우리나라의 '더치페이'처럼 총액을 1/n로 나눠낼 때는 '스플리팅 더 빌'(splitting the bill)이 더 적절하다. '렛츠 고 더치'(Let's go Dutch)라 하면 이 둘을 아우르는 표현이 된다.
네덜란드 사람이나 언어를 뜻하는 '더치'에 '고잉'이나 '페이'가 붙어 왜 각자 계산하는 문화를 뜻하게 되었는지는 분명하지 않다. 창고 문을 여닫을 때 가축 등이 빠져나오지 못하도록 똑같은 크기로 아래위로 단 '더치 도어'에서 유래했다는 설이 있고 네덜란드인을 비하하기 위해 사용하던 '더치 트릿'이 원조란 설도 있다. 어쨌거나 '더치페이'는 스웨덴이나 덴마크, 독일, 스위스 등 선진국에서 회식 시 가장 보편적으로 사용하는 지불 방식이다.
일본도 '더치페이' 문화가 뿌리깊다. 각각 서비스를 이용한 만큼 그에 상응하는 금액을 각자 지불하는 것을 자연스레 받아들인다. 이를 두고 우리는 '분빠이 한다'고 하지만 실제 일본에서는 '베츠베츠'란 말이 가장 많이 쓰인다. 한국으로 귀화해 독도 문제를 연구하고 있는 호사카 유지 교수는 한국에 와서 이해하기 힘들었던 점 중 하나로 '더치페이'를 외면하는 '접대 문화'를 든 적이 있다.
오는 9월 28일 김영란법 시행을 앞두고 우리나라에서도 '더치페이'가 시험대에 오르게 생겼다. 이 법이 영향을 발휘하려면 각종 모임이나 식사 자리에서 '더치페이'는 기본이 되어야 한다. 김영란 전 국민권익윈원장도 "김영란법은 더치페이법"이라고 했다. 여기엔 액수를 따지기에 앞서 공무원이 차 한 잔이라도 접대를 받아선 안 된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
이미 우리나라의 젊은 층에는 '더치페이' 문화가 자리 잡고 있다. 문제는 법 적용 대상자들이 '더치페이' 문화를 받아들이느냐, 뱉아내느냐다. 참조할 것은 잘사는 나라일수록 대부분 '더치페이' 문화가 정착한 나라들이라는 점이다.
국립국어원이 제시한 '더치페이'의 순우리말은 '각자 내기'다. 김영란법으로 정이 없어질 것이라고 아우성이지만 '각자 내기'에 익숙한 사회가 더 나은 사회인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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