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사람들이 사용하는 신조어 중에 '답정너'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은 '답은 정해져 있고 넌 대답만 하면 돼'라는 말의 준말로 보통 연인 사이에서 여자들이 남자 친구에게 원하는 답을 들으려고 하는 것에 대한 반감이 담겨 있는 말이다. 예를 들어 여자가 "자기는 내가 예뻐, 김태희가 예뻐?" 이렇게 물으면 아무리 여자 친구라서 예쁘게 봐 준다 하더라도 비교가 되지 않는다. 그렇지만 "너랑 김태희랑 비교가 된다고 생각해? 예쁜 걸로 김태희하고 비교하려 하지 말고, 김태희보다 더 나을 수 있는 뭔가를 찾아봐."라고 본마음을 이야기했다가는 어떤 반응이 나올지 충분히 예측이 된다. 그래서 약간 머뭇거리면서 "그야 당연히 자기가 더 예쁘지."라고 말하면 여자들은 그 0.1초의 머뭇거림에도 불만스러워 하면서 "흥, 거짓말!"이라고 한다. 거짓말인지 알면서 왜 이래도 기분 나쁘고, 저래도 기분 나쁠 말을 하는지는 암만 생각해도 모를 일이다.
답을 정해 놓고 자기가 원하는 답이 나올 때까지 묻고, 원하는 답이 나오지 않으면 짜증을 내는 사람과 이야기를 하는 것은 매우 피곤한 일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국어 시간에 바른말 고운 말을 넘어 행복한 말을 가르쳐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답정너'는 행복하지 않은 말의 가장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우리 주변을 둘러보면 '답정너'가 너무나 많다. 상당수의 지도자들은 아랫사람들이 아무리 어떤 이야기를 해도 받아들이지 않는다. 의견을 받아들이면 자신이 정해놓은 답을 바꾸어야 하고, 그러면 자신의 권위에 손상이 가는 것이라 생각한다. 답은 같이 만들어 가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아랫사람들은 힘들어도 행복하게 따라갈 수 있다. 지도자가 정해 놓은 답보다 못했다 하더라도 사람들은 행복할 수 있다.
학교 현장에서는 평가에서 '출제자의 의도'를 찾는 연습을 많이 한다. 이것도 일종의 '답정너'라고 할 수 있는데, 이것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스스로 창의성을 죽이는 것이다. 얼마 전 국어 선생님들을 대상으로 서술형 문제를 내고 채점을 한 적이 있었다. 문제는 창의 융합형 인재를 육성하기 위해 자신은 어떤 수업을 했는지, 수업을 하면서 보완하거나 발전시켜야 할 점이 무엇인지를 쓰라는 것이었다. 그런데 다수의 선생님들은 출제자가 무슨 답을 원하는지 의식해서인지 거꾸로 수업이나 배움의 공동체 수업을 했다는 내용을 쓰고, 앞으로 연수도 많이 들어서 그런 수업을 완벽하게 해야겠다는 식의 비슷한 내용을 썼다. 반면 나는 한다고 했는데 어떤 애들은 남는 게 없다고 한다, 나의 아우라가 있는 수업을 해야겠다는 것과 같은 조금 더 솔직하면서 가슴에 와 닿는 답은 적었다. 출제자의 의도에 구애받지 말라는 것이 출제 의도였는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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