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실패한 대통령'으로 물러날 판
당초엔 민주당 재집권하기 힘든 형국
막말 트럼프 공화당 후보 지지율 추락
탈세의혹 불거지면 대선 더 재미 없어져
미국 정치는 선거로 시작하여 선거로 끝난다고 할 수 있다. 선거를 자주 하다 보니 알맹이 있는 정치를 해볼 여력이 정치인들에게서 소진되고 없는 것이다. 미국의 지방선거도 조용하게 치러지지는 않지만 대통령 선거야말로 가히 '지상 최대의 쇼'라고 할 만하다.
미국 같은 큰 나라의 대통령, 부통령이 되기는 어렵지만 그런 막강한 힘을 가진 국가원수를 선출하는 일에 참여할 수 있다는 사실만도 가슴이 벅찬 일이기 때문에 4년마다 대선은 미국 국민으로 하여금 자부심을 갖게 하는 큰 행사로 여겨지는 것이다.
1789년 새로 채택된 헌법에 따라 조지 워싱턴이 미국의 초대 대통령으로 추대되던 무렵에는 조직된 정당이 없었고 따라서 정당정치가 대통령을 만들지는 않았다. 1792년 워싱턴이 재선되던 때에 그가 소속한 정당의 이름은 연방주의당이었고 그를 반대한 정당의 이름은 반연방주의당이었으니 그간의 사정을 알 만도 하다.
민주당이 등장한 것은 꽤 오래되었지만 이에 맞서는 정당이 공화당은 아니었고, 링컨도 한때 '휘그'당에 속해 있다가 그 당이 중심이 되어 공화당이 탄생하여 15대 대통령 뷰캐넌이 당선될 때 정식으로 그 당명이 채택되었다. 그러므로 미국에 양당 정치가 자리를 잡은 것은 그 무렵부터라고 보는 것이 타당할 듯하다.
미국은 양당정치가 굳어진 나라라고 볼 수 있다. 그리고 그동안 민주당의 빌 클린턴이 8년이나 백악관의 주인 노릇을 하고 공화당의 부시가 들어섰지만, 또다시 민주당으로 정권이 넘어가 오바마가 또다시 8년 정권을 지키고 '실패한 대통령'으로 물러나는 마당이라 사실상 민주당의 재집권은 기대하기 어려운 판국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힐러리 클린턴이라는 여걸이 등장했다. 그러나 승산은 없었을 것이다. 다만 공화당의 대선 후보가 누가 되느냐가 최대의 관심사였고, 민주당은 은근히 부동산업자 트럼프가 공화당 후보가 되기를 바라고 있다는 말을 들은 지 오래다. 아직도 민주당이 조목조목 들고 나오진 않았지만 부동산으로 억만장자가 된 트럼프가 탈세의 명인일 것은 재론의 여지가 없으니 "트럼프여 나오라 그러면 이 대선의 승리는 '식은 죽' 먹기"라고 민주당의 고수들은 '김칫국'부터 마시고 있었을 것이다.
미국의 선거는 국고의 지원이 없고 후보들이 모금해서 그 돈으로 선거운동을 해야 하기 때문에, 민주당의 버니 샌더스라는 사회주의적 색채의 후보가 끝까지 버틴 것도 그를 지원하는 자금이 끝까지 이어졌기 때문이다. "미국은 불과 1%의 부호들이 지배하는 나라가 되었다"고 개탄했고 많은 젊은이들이 호응했지만 그가 민주당의 대선 후보가 되리라고 믿은 사람은 몇 되지 않았다. 그러나 그들은 필라델피아의 대통령 후보 지명 전당대회에서 74세의 사회주의자를 민주당의 후보로 만들어 보려고 죽을 힘을 다 썼지만 버니 샌더스가 힐러리 클린턴 후보를 지지한다는 성명을 한 뒤에 통곡하는 모습이 언론 매체의 화면에 비치었다. 그래서 미국의 35대 대통령 선거는 '지상 최대의 쇼'가 될 수 없었는지도 모른다.
공화당의 전당대회는 오하이오의 클리블랜드에서 민주당보다 먼저 치렀는데 그것은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주연배우 클라크 케이블이나 '딜라일라'를 부른 정열의 가수 탐 존스가 등장한 것 같은 일시적인 흥분은 느끼게 했지만 대회장 안팎에서 벌어진 주먹질과 고성 언쟁으로 소란하기 짝이 없어 그것도 '지상 최대의 쇼'라고 부르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트럼프는 미국 대통령이 돼 보겠다는 막말의 명수라 인디애나의 주지사 하는 아무개를 부통령으로 '모시겠다'고 해야 하는데 "저 사람을 내가 부통령으로 고용했다"고 하여 많은 사람들이 쓴웃음을 웃었다. 민주당 후보를 향해, "저 사람은 감옥에 있어야 할 사람이 나다닌다" 등의 폭언은 유권자들이 용서하지 않는다. 민주당 전당대회가 있은 뒤에는 트럼프 지지율이 30%대로 하락하였다. 아마도 그의 탈세 의혹이 불거지면 그의 지지율이 20%대로 떨어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 오죽하면 대통령 오바마가 "트럼프는 대통령 될 자격이 없는 사람이다"라고 하였겠는가?
미국의 대선이 '지상 최대의 쇼'이던 시대도 이미 사라지고 미국 정치도 점점 재미가 없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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