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최미화 칼럼] 사드와 주권

사드로 안보가림막 벗겨진 야당

'보수적 안보' 내걸고 행동은 반대

중국과 힘들어져도 독립적 주권을

평소에는 뚜렷하게 드러나지 않지만, 큰일을 맞닥뜨리면 위장술로 가린 정체성은 금방 탄로 난다. 국민의당이 지난 총선에서 제3당으로 급부상할 수 있었던 계기는 '안보는 보수, 경제는 진보'라는 정강정책 덕분이었다. '안보는 보수'를 표방한 야당의 등장을 내심 반긴 유권자들은 최소한 나라를 위태롭게 하지 않으면서 정치판을 바꿀 수 있겠구나 믿으며 크로스 투표를 통해 제3의 정당을 출현시켰다.

그런데, 사드 행보를 보고 속은 게 아닌가 여기는 유권자들이 부쩍 늘었다. 4'13 총선에서 국민의당이 내민 '보수적 안보관'은 표를 잡아먹기 위해 분칠한 늑대의 손이 아니었는지 되묻기 시작한 것이다.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 등은 지난주 성주군을 찾아가 대한민국 땅 그 어디에도 사드가 배치되어선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게 '안보는 보수'인가.

그보다 더한 것은 더불어민주당 손혜원 의원을 포함한 초선의원 6명의 행보다. 그들은 한국의 사드 배치 철회를 바라는 중국을 방문하겠다고 나섰다. 반대 여론이 심하자, '어디 우리가 나라를 팔아먹기라도 한답디까'라는 글을 올리며 오히려 역공에 나섰다.

유권자들이 '수권'(受權)을 입에 달고 사는 제1, 제2야당의 안보관에 대해 재점검하지 않을 수 없는 형국이다. 가만히 돌이켜보면, 북핵 불가에 대해서는 뜨뜻미지근한 중국이 한국 내 사드 배치는 이렇게 열불나게 반대하고 나서는 저의는 여러 가지다.

첫째는 대한민국에 대한 자격지심이고, 둘째는 미국과 함께 G2로 불리지만 엄청난 격차를 보이는 군사 파워의 실상이 드러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작용했을 것이다. 사실 중국이 개혁개방 이후 놀라운 성장을 했다지만 아직 1인당 국민소득은 8천달러에 못 미친다. 하지만 한미동맹 하의 대한민국은 곧 3만달러 시대를 열 것 같지 않은가. 게다가 겨우 무역으로 대한민국을 친중국화해 놓아도 안보 문제만 터지면 미국과 잡은 두 손을 더 꼭 깍지 끼지 않는가. 딱 깨 놓고 보면 군사동맹국 간 방어체계 배치에 대해서 제3국인 중국이 말할 권리는 하나도 없다. 그러나 중국은 애가 탄다.

역사적으로 G1과 G2 간 군사적 격차가 이렇게 벌어진 적은 한 번도 없었다. 2012년 당시 미국의 국방비는 7천100억달러였다. 이는 미국을 제외한 200개 국가의 군비를 다 합친 것보다 많다. 이론적으로는 미국을 제외한 다른 200개 국가가 연합해서 공격한대도 끄떡없다는 뜻과 연결된다. 해외 군사기지의 경우 미국은 737개(공식자료)나 되지만 중국은 단 한 개도 없고, 세계 200개국의 약 70%인 135개국에 미군이 파병되어 있다. 그러나 중국은 국경을 접하고 있는 14개국과 끊임없는 분쟁에 휩싸여 있다. 남중국해 영토 확장 야욕도 국제사회가 용납하지 않고 있다.

하이테크전에서도 족탈불급이다. 1991년 걸프전부터 시작된 미국의 하이테크전과 사이버테러전을 본 중국의 충격은 엄청났다. 당시 중국 여론은 "절대 미국에 맞서지 말라. 어떤 일이 있더라도 어떻게 대하더라도 우리는 참아야 한다"고 하지 않았던가. 그런 마당에 대한민국이 사드 배치를 통해 한미동맹을 더 튼튼히 하며 국제정치적으로 창과 방패를 동시에 지닌 미국과 더 단단하게 연결되니 심사가 뒤틀릴 대로 뒤틀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드 배치 결정으로 우리는 많은 면들을 알게 됐다. 정치꾼들의 안보관은 얼마나 허약한지, 또한 중국은 대한민국이 탄탄한 안보 반석 위에 명실상부한 주권국가로 거듭나려는 결정을 얼마나 흔들고 싶어 하는지 분명히 알았다.

이제 우리는 일치단결해서 말해야 할 때가 됐다.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고. 하지만 사드 배치로 중국이 우리를 가만히 둘 리 없다면 선택해야 한다. 주권을 잃고 노예로 사느니 조금 못살더라도 자주독립국가를 택하겠노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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