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거대 야당, 경기 살리자는 추경안마저 정쟁 대상 삼나

구조조정 지원과 일자리 만들기, 민생안정 등을 위한 11조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 처리가 벽에 부딪히고 있다. 여야는 당초 오는 12일을 처리 시한으로 합의했지만, 아무리 빨라도 오는 20일 전후로 처리가 미뤄질 수밖에 없게 됐다. 그 이유는 야당이 여야의 의견이 엇갈리는 현안을 자신들이 요구하는 방향으로 처리해야만 추경안 통과에 협조할 수 있다고 고집하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정의당 등 야권 3당은 지난 3일 '청와대 서별관회의' 청문회 개최, 누리과정에 대한 정부 재정 투입, 세월호특별조사위 활동기간 연장,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신설, 사드'검찰개혁특별위원회 설치 등 8개 사안에 공조하기로 합의했었다. 야당은 이들 8개 항을 추경안 처리의 선결 조건으로 내세우고 있다. 19대 국회에서 지겹도록 보았던 '끼워넣기' 전술이 도지는 형국이다.

이들 8개 항을 놓고 여야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지만, 조속한 처리가 필요한 것도 분명히 있다. '공수처' 신설이나 검찰개혁특별위원회 설치, 청와대 서별관회의 청문회 등이 바로 그런 것들이다. 그러나 이런 현안들은 별개로 다루어야 할 사안이지 추경안 심사와 연결시킬 것이 아니다. 추경안과 아무런 연관이 없는 사안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여당이 동의하지 않으면 추경안 처리에 협조하지 않겠다는 것은 '다수의 횡포'다.

더 어이가 없는 것은 이번 추경이 야당이 먼저 제안한 것이라는 점이다. 그래 놓고 8개 항의 선결을 내세워 추경안 심사를 지연시키는 것은 추경안을 정쟁화하겠다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4'13 총선에서 민심이 '여소야대'를 만들어 준 것은 여야가 대화하고 타협해서 '협치'를 하라는 것이지 이렇게 머릿수의 우위를 내세워 제멋대로 하라고 한 것이 아님을 야당은 분명히 알아야 한다.

이번 추경은 속도가 생명이라고 한다. 경기둔화세를 멈추려면 속전속결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야당은 추경안과 관계없는 사안을 내세워 추경안 처리를 늦출 일이 아니다. 그런 구태의연한 '야당질'은 야당이 입만 떼면 강조하는 민생을 오히려 어렵게 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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