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오만방자한 나라다. 한(漢) 이후 주변국에 견사헌공(遣使獻貢)하고 봉표칭신(奉表稱臣)할 것을 요구해 왔다. 중국은 언제나 상국 행세를 하려 들었다. 스스로 힘을 갖췄을 때는 더했다. 중화를 자처하며 주변국에 대한 위협과 협박을 서슴지 않았다, 그래도 맘에 들지 않으면 힘으로 눌렀다. 그것이 중국 역사다. 그 서슬에 우리는 속국도 아니면서 속국처럼 주눅 들어 살았다.
조선조 사신의 횡포는 이를 잘 보여준다. 중종 32년(1527년) 조선에 온 명의 사신 공용경이 대표적이다. 그는 중국 황자(皇子)의 출생 사실을 알리기 위해 조선에 오며 왕이 교외로 자신을 마중 나올 것을 요구했다. 그리고 '다섯 번 배례하고 머리를 세 번 조아리는' 오배삼고두의(五拜三叩頭儀)의 예를 갖추라고 주문했다. 기가 막힌 것은 중종이 일개 사신의 방약무인한 요구를 군말 없이 받아들였다는 점이다. 조선은 중국의 오만방자함에 맞설 힘도, 의지도 없었다.
인조는 이보다 더한 굴욕을 겪었다. 1637년 병자호란에서 청에 백기를 든 인조는 청 태종 앞에서 세 번 무릎을 꿇고 아홉 번 머리를 조아리는 삼배구고두례(三拜九叩頭禮)를 치렀다. 삼전도 굴욕이다. 청이 처음 요구했던 것은 두 손을 묶고 입으로는 구슬을 물고 관을 등에 지고 항복하는 함벽여츤(銜璧輿櫬)이었다고 한다. 나라를 스스로 지킬 힘이 없어 겪어야 했던 굴욕이다.
중국의 서슬에 스스로 알아서 긴 경우도 수두룩했다. '조선'이란 국호부터가 명에 청하여 얻은 이름이었다. 효종 1년(1650년)에는 일본의 침략에 대비한 성을 쌓기 위해 청의 동의를 구했다. 군사훈련을 할 수 있도록 허락받는 것도 마찬가지였다. 사대주의가 극성을 부렸고, 국토방위는 중국의 뜻에 따라 흔들렸다. '명사' 조선열전은 "왕성을 버리고 평양으로 달아난 선조가 얼마 안 되어 다시 의주로 달려와 내속하기를 원했다"고 기록하고 있다. 내속이란 어떤 대상의 안에 들거나 딸린다는 의미다. 우리나라 임금이 나라를 송두리째 중국에 바치려 했던 것이다.
그렇던 우리나라가 이제 겨우 중국의 요구에 '노'라고 말할 수 있게 됐다. 중국의 반대를 무릅쓰고 사드 배치를 결정한 것이다. 사드는 북핵과 미사일에 대응하기 위한 유력한 방어 수단이다. 그야말로 한반도 방어용이다. 그런데도 중국이 우리나라를 향해 십자포화를 퍼붓고 있다. 포화의 핵심은 위협과 협박이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의 자매지인 환구시보는 "과거에는 북한의 미사일만이 한국을 조준했지만 앞으로는 북한 중국 러시아 3개 국가의 미사일이 한국 내 목표를 조준할 것"이라고 협박했다. "만약 충돌이 발발한다면 한국은 가장 먼저 공격 목표가 될 것"이라는 보도도 나왔다. 추궈홍 주한 중국대사는 "사드 배치로 한'중 관계가 순식간에 파괴될 수 있다"고 했다. 6'25 같은 사태가 재발하면 북한 편에 서서 한국을 때리겠다는 것과 다름없는 태도다. 사드 배치 결정의 도화선이 북핵과 미사일이란 사실은 오간 데 없다.
중국의 협박에선 아직 한국을 그들의 속국쯤으로 여기려는 중화의 냄새가 물씬 풍긴다. 국가 안보조차 그들에게 물어야 했던 사대주의의 잔영이 그대로 묻어 있다. 이것이 그들에게는 향수가 될지도 모르겠다. 사드 배치에 대한 중국의 의견을 묻겠다며 여론의 반대를 무릅쓰고 중국으로 떠난 6명의 국회의원들에게서도 같은 냄새가 난다.
중화사상과 사대주의가 판치던 조선시대와 민주주의와 자유 경제가 주름잡는 21세기의 한중 관계는 다르다. 달라져야 한다. 중국이 위협과 협박으로 남의 나라 안보에 개입하려 드는 것은 아직도 상국 행세를 하려 드는 것이다. 오만방자하다.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는 것은 힘의 논리다. 중국은 과거 힘을 앞세워 상국 행세를 했고, 지금도 힘을 축적하고선 대국 행세를 하려 든다. 힘을 모아야 할 우리나라는 내부 정리도 힘에 겹다. 힘이 없어 그렇게 당하고도 아직 정신 못 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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