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새누리당 전당대회 예상 시나리오 3

주호영-전신성형 가까운 변화, 이정현-당·청 관계 긴밀, 계파 갈등 악화, 이주영-'현상 유지'

새누리당 전당대회가 하루 앞으로 다가왔지만 여전히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운 안갯속 판세가 전개되고 있다. 최대 하이라이트로 주목받는 당 대표 경선은 이정현(왼쪽부터 기호순)
새누리당 전당대회가 하루 앞으로 다가왔지만 여전히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운 안갯속 판세가 전개되고 있다. 최대 하이라이트로 주목받는 당 대표 경선은 이정현(왼쪽부터 기호순)'이주영'주호영'한선교 후보의 4파전으로 치러진다. 8일 이정현, 한선교 후보는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었고 이주영 후보는 서울시당 위원장을 찾았다. 주호영 후보는 대구지역 의원들 모임에 참석했다. 연합뉴스

집권여당의 지도부가 9일 새롭게 구성된다.

새누리당 전당대회에서 선출되는 대표는 집권당의 차기 대선 경선을 관리할 뿐 아니라 단일성 지도체제에서 당을 이끌기 때문에 향후 정국의 주축인물(Key Man)로 떠오를 전망이다. 구체적으로 누가 당권을 쥐느냐에 따라 ▷대권구도 ▷당청관계 ▷계파갈등의 양상 등이 크게 달라진다.

◆비박계 '주호영 시대' 열리면 여권 새판짜기 가속

전당대회를 통해 '주호영 시대'가 열리면 새누리당은 옷을 갈아입는 수준을 넘어 전신성형에 가까운 변화의 길을 걸을 수밖에 없게 된다. 비주류의 지지를 등에 업은 후보가 당권을 차지하게 되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의 차기 대선 경선은 보다 역동적인 이벤트가 될 공산이 커진다. 여당이 현직 대통령에 대한 평가로부터 상대적으로 자유로워지면서 운신의 폭이 넓어지기 때문이다. 당 안팎에서 현직 대통령과 날을 세워 온 잠룡들까지 참여하는 '예선'이 가능해진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새 대표는 보수진영의 정계개편까지 염두에 둔 대선 전략을 진두지휘해야 하는 막중한 책임을 감당해야 할 것"이라며 "비주류 당 대표라면 당내 권력구도를 재편하고 자신의 입지를 강화하기 위해 대선 경선 과정에서 '판'을 크게 흔들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단임제 대통령제의 한계를 고려하면 당청관계는 '헤어질 날을 정해놓은 동거' 형태가 될 것으로 보인다. 표면적으로는 현 정부의 성공을 내세우겠지만, 집권 막바지로 갈수록 정권 재창출을 위해 현 정권을 밟고 올라서려는 시도가 잦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당장, 그동안 당내 비주류가 주장해 왔던 박근혜정부의 일부 정책기조 수정과 청와대 참모진 및 내각의 인적쇄신을 당 차원에서 요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비박계 한 중진의원은 "정권 재창출을 위해선 대통령의 소신과 당의 차기 대선 준비를 함께 고려하는 국정운영 기조가 필요하다"며 "새 지도부의 정치적 성향과 상관없이 반드시 관철돼야 할 시급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비박계의 당권접수로 당내 계파갈등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 전망이다. 친박계의 급속한 퇴조와 새판짜기가 동시에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친박계 소속 국회의원들로서는 차기 권력을 만들 수 있는 유력한 기반을 비박계에 넘겨준 상황에서 '지는 해'만 쳐다볼 수는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이에 신속하게 계파색을 지우면서 차기 대선 구도의 윤곽이 보다 선명해질 때까지 기다리거나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에게 줄을 대는 의원이 늘어날 전망이다. 비박계 역시 '친박계 당 대표 저지'라는 공동과제를 마쳤기 때문에 새로운 '주군'을 찾아 나서는 각자도생을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이정현 대표 체제, 임기 말까지 청와대-여당 밀월관계 유지

'박(朴)의 남자'로 통하는 이정현 후보가 당권을 거머쥘 경우 새누리당은 박근혜 대통령의 임기 말까지 지원을 아끼지 않는 '든든한 여당'의 모습을 보일 전망이다. 당내 주류를 형성한 친박계가 전당대회를 통해 정통성까지 확보함에 따라 본격적인 당청 간 밀월관계가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집권 후반기 권력누수 현상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된다.

이에 따라 차기 대선 경선의 주도권 역시 청와대와 친박계가 쥐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일부 친박계 인사들이 불을 지피고 있는 반기문 대망론도 탄력을 받을 수 있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고정적인 지지층을 보유하고 있는 현직 대통령에 더해 경선 관리를 책임지는 당 대표까지 친박계가 꿰찰 경우 청와대와 여당이 공동으로 기획하는 차기 대선 플랜을 짤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비박계를 중심으로 경선관리의 공정성을 문제 삼을 가능성이 커 여당 내부의 권력 다툼은 더욱 격렬해질 수도 있다. 더불어 여권의 '잠룡'들이 친박계가 장악한 '호랑이굴'로 들어가 대선 경쟁을 펼치겠다고 나설지도 미지수다.

당청관계는 어느 때보다 긴밀해질 전망이다. 여당의 지원이 가장 절실한 집권 후반기에 대통령의 의중을 꿰뚫고 있는 진박 인사가 대표로 선출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당내 계파갈등은 불을 뿜을 것으로 보인다. 친박계의 당권 장악으로 정치적 미래가 불투명해진 비박계 의원들이 대선정국이라는 정치적 격변기를 계기로 탈당 등 생존의 몸부림을 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주영 대표, 대과(大過) 없는 당 운영에 집중할 듯

계파분류에서 '전략적 모호함'으로 무장한 이주영 후보가 당을 장악할 경우 새누리당은 '현상유지'에 무게를 두면서 정국 흐름을 관망하는 태도를 취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새누리당의 차기 대선 경쟁은 시간을 두고 서서히 달아오를 것으로 보인다. 계파 간 충돌이 격렬해질 경우 '관리형 지도부'의 입지가 위축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당청관계는 '선택적 공조'의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정치현안에 대한 계파 간 이견을 조율하면서 사안별로 '협력'과 '비판적 대안제시' 카드를 번갈아 활용할 공산이 크다. 계파갈등은 일정한 시점까지는 관리 가능한 수준에서 조율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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