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사 서열 매기고 1등만 지향하는 한국
이웃사촌의 정 유별난 공동체에 악영향
올림픽 銀'銅메달도 세계 2, 3위 성과
괜히 죄지은 것처럼 여겨서는 안될 일
서울대 사회복지연구소와 한 국제구호단체가 최근에 발표한 바에 따르면 세계 12개국의 만 8'10'12세 아동의 행복감에 대한 연구 조사 결과 한국 어린이들이 모든 연령대에서 가장 낮게 나타났고, 특히 중학교 1학년에 해당하는 12세에서 행복감이 급격히 떨어졌다고 한다. 중학생들은 가족과의 좋은 관계를 행복의 주요 조건으로 꼽았지만, 공부 때문에 가족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 줄고, 부모님은 학업에 대해서만 궁금해하면서 대화가 줄고 사이가 나빠진 사례도 나왔다.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이러한 현상을 과연 '교육열'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할 수 있는 것인지 근본적인 의문을 갖게 된다.
오래전 경상북도에서 '창의적이고 정직한 인간'을 교육 구호로 내걸고 각급 학교마다 정문에 현수막까지 내다 건 적이 있다. 시의적절하고 제대로 된 표어였다. 딸아이가 다니던 모 고등학교도 예외가 아니었다. 그런데 그 당시에 모인 수백 명의 학부모와 교장, 교감 선생님이 합의한 것은 "외부에는 적당히 둘러대고 우리끼리는 영어, 수학 수업을 더 많이 하자"였고, 무슨 수업료 영수증은 이중으로 발행한다는 것이었다. 한마디로 다 같이 조작해서 우리 자식들 대학에 많이 합격시키자는 것이었다.
필자가 고등학교에 다니던 40년여 년 전에도 음악, 미술, 체육 시간 대신 국'영'수 과목을 변칙 편성하는 이중 시간표가 만연했고, 담임 선생님은 장학사가 오면 원래 시간표대로 수업한다고 답하라는 지침을 하달하였다. 이런 해묵은 조작과 거짓말은 하도 만연되어서 모든 것이 '교육열'이라는 말로 미화되고 칭찬받는다. 예전보다 많이 나아졌지만, 아직도 학생들의 적성과 취향보다는 일류 학교 합격자 수를 늘리는 진학지도가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행해지고 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입시 성적이 좋으면 명문학교라 불러주고 언론은 그 결과만을 갖고 학교 서열을 매기고 경쟁을 부추긴다.
이러다 보니 전교 1등을 놓쳤다고 2등 한 학생이 아파트 옥상에서 뛰어내려 자살한 비극적 사건도 있었다. 모두가 우러러보는 대학에서 재학 중에 사법시험에 합격한 사람이 검사가 되어 세상 떠들썩한 부정을 저질러 감옥에 간 최근의 사례를 무슨 특별한 예외적인 일이라고 치부할 수 있을까? 공부만 잘하면, 성적만 좋으면 모범생이라고 상장을 주는 일을 아직도 하고 있지 않은가? 대학도 자의건 타의건 서열화되고, 정부의 재정지원 사업 선정 순위에 들기 위해 안간힘을 쓰지 않으면 안 되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교육을 잘하기 위해서인데 그것을 위한 행정업무에 힘을 쏟아야 하는 일도 다반사다.
미국에서는 교육 현장은 말할 것도 없고 모든 분야에서 거짓말을 가장 큰 죄로 치고, 제도적으로도 거짓말에 대해 엄청난 불이익을 안긴다. 다인종, 다문화 국가인 거대 미국을 지탱하는 힘이라고 본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여러 공식석상에서 한국의 교육을 예로 들면서 미국도 이를 본받자고 한 적이 있다. 세계 최강대국의 대통령이 한 말이니 일부 지당한 면이 있긴 하다. 그러나 과연 그가 우리 사회에서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저지르는 수많은 비교육적 처사를 알고나 있는지 모르겠다. 매사 순위를 매기고, 1등만을 지향하는 이런 것은 이제 선진국으로 발돋움하는 우리 사회에서 지양할 때가 되지 않았나? 모든 분야에서 평가의 잣대로 서열 매겨서 상주고 벌주는 일이 업무 성과의 극대화를 기여하기도 하지만, 반대로 '이웃사촌의 정'이 유별난 한국인 공동체에 끼치는 악영향도 무시할 수가 없다.
개인주의가 뿌리내린 서양식 평가제도를 우리는 너무 급속히, 그리고 너무 쉽게 적용하려다 보니 곳곳에서 부작용이 일고 있다. 지금 브라질에서 올림픽 경기가 한창이다. 국가대표로 출전한 우리 선수들은 다 최고의 기량을 가진 사람들이다. 은메달, 동메달도 세계 2, 3위인 굉장한 성과다. 괜히 그들이 죄를 지은 것처럼 해서는 안 될 일이다. 올림픽 참가 선수뿐 아니라 1등 지상주의가 상존할수록 우리 사회에 행복하지 않은 아이들만 길러질 뿐이다. 최근 몇몇 대학에서 성적 장학생을 줄이고 공동체 기여 및 참여 장학금을 주는 제도를 도입한 것도 '교육과 행복'의 정비례를 위해 좋은 착안이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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