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32년간 한번도 흔들리지 않은 神弓의 나라

여자 양궁 단체전 8회 연속 金, 결승전서 러시아 5대1로 꺾어

8일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삼보드로모 경기장에서 열린 리우 올림픽 여자 양궁 단체전 러시아와의 결승에서 장혜진이 활시위를 당기고 있다. 연합뉴스
8일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삼보드로모 경기장에서 열린 리우 올림픽 여자 양궁 단체전 러시아와의 결승에서 장혜진이 활시위를 당기고 있다. 연합뉴스

신나는 록 음악(그룹 'Blur'의 'Song2')이 흘러나오면서 브라질 리우 삼보드로모 양궁장 분위기가 순식간에 후끈 달아올랐다. 관중의 함성 속에서 한국과 러시아 여자 양궁 대표팀이 등장했고, 결승전이 시작됐다. 과녁의 화살을 확인하느라 잠시 휴식 시간이 주어질 때마다 관중석은 한국 여자 대표팀을 응원하는 목소리로 가득 찼다. 그리고 얼마 후 태극 낭자들은 활짝 웃었다.

자타공인 '세계 최강' 한국 여자 양궁 대표팀이 전무후무한 올림픽 8연패 위업을 달성했다. 남자 단체전에 이어 여자 단체전도 우승, 전 종목 석권도 노려볼 수 있게 됐다.

대구체고'계명대 출신인 장혜진(29'LH)과 기보배(28'광주시청), 최미선(20'광주여대)으로 짜인 대표팀은 8일 리우의 삼보드로모 양궁장에서 열린 여자 단체전에서 러시아를 5대1(58-49 55-51 51-51)로 제치고 시상대 맨 윗자리에 섰다. 여자 양궁 대표팀은 1988년 서울 올림픽 이후 무려 8연속 우승하는 기염을 토했다. 런던 대회 2관왕 기보배는 2회 연속 금메달을 목에 거는 기쁨을 맛봤다.

하루 전 장면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했다. 태극마크를 단 궁사들은 잇따라 화살을 과녁 중앙에 꽂았다. 강풍에 잠시 집중력이 흐트러지나 싶다가도 이내 안정을 찾았다. 과녁에 화살이 꽂힐 때마다 관중석에선 함성과 탄식이 교차했으나 한국 대표팀 선수들은 무서울 정도로 평정심을 유지했다.

다만 여자 선수들이 활시위를 당기고 남자 선수들이 관중석에서 응원하는 등 역할만 바뀌었을 뿐이었다. 구본찬을 비롯해 전날 금메달을 목에 건 남자 선수들은 관중석에서 대형 태극기를 펼쳐들고 연방 "대한민국 파이팅!" "자신 있게!" "괜찮아!"를 외쳤다.

결승전은 한국의 선공으로 시작됐다. 대표팀은 첫 세 발을 쏴 9, 10, 10점을 기록한 반면 러시아는 9, 9, 6점에 그쳤다. 이후 한국은 줄곧 러시아를 압박했고, 러시아는 한국의 기세에 눌려 반격의 실마리를 찾지 못한 채 무릎을 꿇었다.

지역 출신인 장혜진은 대표팀 주장을 맡아 침착한 플레이를 펼치며 우승을 이끌었다. 20대 중반에서야 처음 태극마크를 단 장혜진은 런던 올림픽 선발전에 탈락한 아픔을 이번에 말끔히 씻어냈다. 장혜진은 "하늘만큼 땅만큼 기분이 좋다"며 "항상 기도해주시는 아버지와 할아버지, 할머니께 감사드린다"고 했다.

양창훈 여자 대표팀 감독은 "바람이 많이 불었지만 우리가 정교한 기술을 갖고 있기 때문에 더욱 유리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선수들이 집중력을 잃지 않은 것이 우승의 원동력이다"며 "힘든 과정을 이겨낸 선수들이 대견하다. 특히 (장)혜진이는 동생들이 마음의 안정을 찾을 수 있도록 버팀목이 돼 주면서 맏언니 노릇을 잘해줬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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