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정달해의 엔터 인사이트] 최장수 걸그룹 소녀시대 발자취

K팝 선도하는 걸그룹 자존심…강산 변해도 여전한 '소녀시대'

소위 '현역'으로 활동 중인 국내 걸그룹의 '맏언니' 격인 소녀시대가 데뷔 9주년을 맞이했다. 대한민국 걸그룹의 자존심이라 해도 무방할 정도로 왕성한 활동을 펼쳤고, 독보적인 기록으로 가요계에 영향력을 행사했다. 멤버 전원이 모인 '완전체' 외에도 '그룹 내 그룹'인 유닛 태티서, 그리고 멤버 개별 활동으로 거둬들인 성과가 상당하다. 2014년 멤버 제시카가 탈퇴하면서 위기를 맞았지만, 이후로도 8인조로 그룹을 유지하며 건재함을 과시하고 있다. 지난 5일 데뷔 9주년을 기념하며 신곡 '그 여름(0805)'을 발표했으며, 공개와 함께 각 음악 사이트 차트 정상에 오르며 변함없는 인기를 입증했다.

◇데뷔 후 9년, 현존하는 최장수 걸그룹

소녀시대의 신곡 '그 여름(0805)'은 9년 동안 사랑해준 팬들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표현한 발라드 넘버다. 멤버 수영이 가사를 썼으며, 소녀시대 팬클럽 '소원'과 변함없이 함께하자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음원과 함께 공개된 뮤직비디오는 지난 9년간 발표한 소녀시대의 음반 콘셉트를 아기자기한 애니메이션 형식으로 보여준다. 팬들도 여러 매체에 광고를 게재하며 멤버들의 성의에 감사의 뜻을 표했다.

대개 10주년을 주기로 거창한 의미를 부여한다. 그러니, 9주년을 두고 어정쩡하게 호들갑을 떤다고 지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아이돌 그룹의 생명력이 워낙 짧은 데다 지금 잘나가는 팀이 언제 해체될지 알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9년간 정상의 자리를 지킨다는 건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실제로 소녀시대는 원더걸스와 함께 데뷔 9주년을 맞이한 걸그룹계 왕고참이다. 한 해 일찍 데뷔한 브라운아이드걸스를 제외하면 사실상 서열 1위로 봐도 무방하다. 단기간에 반짝 인기를 얻다가 사라지는 아이돌 스타들이 많아 '아이돌 공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무려 9년에 걸쳐 정상의 위치를 유지하고 있는 소녀시대의 존재는 그 자체만으로 충분히 가치 있다.

◇이승철의 '소녀시대' 리메이크하며 그룹명 각인

소녀시대는 2007년 태연, 써니, 티파니, 효연, 유리, 수영, 윤아, 서현, 제시카 등 9명의 멤버로 팀을 이뤄 데뷔했다. 데뷔무대는 SBS '인기가요'였으며 데뷔곡은 '다시 만난 세계'였다. 미니스커트에 무릎 아래까지 올라오는 긴 양말을 신고 발랄하고 활기차게 춤추고 노래했다. 비교하자면 지금 큰 인기를 얻고 있는 걸그룹 여자친구나 에이핑크의 콘셉트와 흡사했다. 엔터테인먼트계를 주름잡는 거대 기획사 SM이 내놓은 걸그룹으로 데뷔와 동시에 주목받았다.

하지만 처음부터 정상에 오른 건 아니었다. '다시 만난 세계'로 상당한 반응을 얻긴 했지만 그렇다고 각 차트 1위를 차지하거나 이름을 각인시킬 만큼 확실히 발자취를 남기진 못했다.

데뷔 신고식을 치른 후 같은 해 11월 신곡 '소녀시대'를 발표했다. 이승철이 1989년 발표한 히트곡 '소녀시대'를 그대로 리메이크했으며, 그룹명을 또 한 번 각인시킨다는 의미를 가진 활동이었다. '어리다고 놀리지 말아요'라는 후렴구가 인상적인 곡이다. 앞서 이승철이 연하의 남자가 연상의 여자에게 남성미를 드러낸다는 내용의 가사로 어필한 데 반해 걸그룹 소녀시대는 실제 자신들의 어린 나이를 내세우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잘해 낼 수 있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이 노래를 기억하는 8090세대들이 걸그룹 소녀시대를 주목하는 계기가 됐다. 이어 후속곡 '키싱 유'로 팬덤을 구축할 수 있었다.

◇원더걸스에 밀리다 '지'(Gee)로 정상 차지

그럼에도 초기 소녀시대는 동 시기에 데뷔한 원더걸스에 비해서는 아쉬운 반응을 얻고 있었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원더걸스에 밀려 힘을 쓰지 못했다. SM엔터테인먼트라는 거대한 기획사를 등에 업고 있었고 데뷔와 동시에 상당한 팬층을 형성할 정도로 주목받았지만, 원더걸스의 폭발적인 인기는 따라잡을 수 없었다.

당시 원더걸스는 데뷔곡 '아이러니'로 데뷔했다가 멤버 현아가 탈퇴하고 유빈이 합류하는 등 홍역을 치렀다. 어쨌든 원더걸스는 꽤나 이른 시일 안에 팀을 재정비하고 2007년 9월 첫 정규앨범 '더 원더 이어즈'(The Wonder Years)를 발표한다. 그리고 타이틀곡 '텔 미'로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다. 2008년에도 '노바디'로 가요계를 휘어잡으며 그해 지상파에서 가요대상을 차지했다.

어쨌든 소녀시대는 데뷔 후 줄곧 원더걸스의 그늘에 가려 1인자의 자리를 넘보는 수준에 그쳐야만 했다. 그러다 2009년에 발표한 '지'(Gee)로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며 비로소 정상에 오를 수 있었다. 마침 이 시기에 원더걸스는 소속사 JYP엔터테인먼트의 수장 박진영의 과도한 욕심 때문에 미국을 공략하느라 한국을 비운 상태였다.

원더걸스의 부재 때문에 소녀시대가 좀 더 쉽게 최고의 자리에 오를 수 있었던 건 사실이다. 하지만 소녀시대의 성공을 원더걸스의 빈자리 때문이라고 치부하는 건 문제가 있다. 소녀시대를 톱스타의 자리에 올라가게 만든 곡 '지'는 당시 음악계 트렌드를 바꿔 놓을 정도로 중독성 있는 후크송(경쾌하고 짧은 후렴구를 반복하며 즐거움을 주는 곡)이었다. 곡 자체의 느낌도 강했지만 안무, 그리고 소녀시대 멤버들의 의상과 스타일 역시 인상적이었다.

◇연이은 히트, 멤버 개별 활동까지

'지'의 성공 이후로 소녀시대는 '소원을 말해봐'를 히트시키며 가요계 최정상의 자리를 고수했다. 마린룩에 핫팬츠 차림으로 각선미를 강조한 의상, 그리고 빈틈없는 군무가 인상적인 무대였다. 이후 '소원을 말해봐'는 일본 진출의 교두보를 마련해주기도 했다.

'소원을 말해봐' 이후로 소녀시대는 2010년 발표한 '오!' '훗' 등의 곡으로 전성기를 이어갔다. '훗'의 화살춤은 '지'와 '소원을 말해봐'의 포인트 안무를 능가할 정도로 큰 인기를 얻었다.

이어 2011년에 소녀시대는 '더 보이즈'를 발표했다. 기존의 곡과 달리 강렬한 댄스곡으로 소위 '걸 크러시' 느낌을 자아냈다. 하지만 기존의 곡이 가져온 정도의 반향을 일으키진 못했다. 2013년에 발표한 '갓 어 보이'는 팝과 레트로, 어반 장르의 요소가 두루 섞인 일렉트로닉 댄스곡이었다. 세련된 느낌을 내세우며 미국 등 영미권 시장 개척을 노렸지만 기대만큼의 성과를 얻진 못했다. '지'나 '훗' 등 쉽고 가벼운 느낌의 히트곡과 분위기가 달라 국내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하지만 그 사이에 태연-티파니-서현 등 3명의 멤버로 구성한 유닛 태티서가 '트윙클'로 2012년 여름 트렌드를 이끌며 소녀시대의 자존심을 살려줬다.

2014년 소녀시대는 멤버 제시카가 탈퇴하는 등 홍역을 치러야 했다. 하지만 기존의 성공에 못 미치는 성과라고 해서, 또는 멤버 탈퇴 등의 혼란을 겪는다고 해서 소녀시대가 흐트러졌던 건 아니다. 여전히 태티서 등 유닛이 왕성하게 활동했고 유리와 수영, 윤아는 연기자로 자리를 잡았다. 소녀시대의 춤꾼 효연도 Mnet '댄싱9' 등에 출연하며 존재감을 알렸다. 메인보컬 태연은 '아이'(I), '와이'(Why) 등의 노래를 인기곡으로 만들며 솔로가수로도 자리를 굳혔다. 소녀시대는 제시카 탈퇴 이후에도 '라이언 하트'를 히트시키며 건재함을 과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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