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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춘추] 리우 올림픽에서 찾아보는 '상징'

필자는 올림픽이 전 세계인이 함께하는 스포츠제전일 뿐 아니라 의미 있는 '상징'을 생산한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본다. 대표적으로 올림픽이 '평화'의 상징 아닌가. 상징은 '상징기호'를 '매개'로 다른 내용을 전달하는 인간만의 고도의 사유방법이다. 특히 상징기호의 성립은 인간사회의 합의에 기반을 둔다는 점에서 공동체 문명의 특성을 반영한다. 상징은 유사한 특성을 가진 다른 사물이나 개념을 써서 표현하는 방식인 '은유'와 함께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표현해내고자 하는 예술의 메커니즘으로 대표된다.

제31회 리우 올림픽 개막식에서도 성화 봉송 관련 의미 있는 상징이 돋보였는데, 최종 성화 점화자 마라토너 '반데를레이 리마'였다. 그는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서 종말론 추종자의 방해로 넘어져 금메달을 따지 못하였으나, 결승선에서 환한 웃음을 지으며 관용의 태도를 보여 많은 이들을 뭉클하게 한 선수이다. 그가 성화 봉송을 하는 순간은 굴곡진 '인간의 삶'을 상징하였다.

개막식의 하이라이트를 장식한 성화 조형물인 미국의 키네틱 아티스트 '안소니 하우'의 작품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브라질의 열대야자수에 영감을 받아 타오르는 태양과 끊임없이 발산되는 태양에너지를 상징하는 움직이는 조각을 선보였다. 키네틱 아트는 '움직임' 자체를 작품의 주된 요소로 삼는 예술작품을 뜻한다. 리우 올림픽의 성화 조형물은 나선형으로 무한히 회전하는 움직임이 강조되는 형태였다.

1960년대 예술의 장르로 인정받게 된 키네틱 아트는 1920년 마르셀 뒤샹의 작품 에서 본격적으로 제시되었다고 본다. 사각유리판에 줄을 긋고 기계 모터의 중앙에 매달아 회전하게 설치하여 가속하게 되면, 눈의 착시효과로 원형의 이미지가 만들어지는 작품이다. 유리라는 평면재료가 기계를 통해 동세감을 띤 입체작품으로 탈바꿈하는 과정을 보여준 것이다. 이후 움직이는 조각의 창시자 '알렉산더 칼더'에 의해 '모빌'이라는 명칭으로 키네틱 아트는 황금기를 누렸다. 키네틱 아트는 3차원의 공간을 아우르는 조각의 특성에 '움직임'의 성분을 더해 '시간성'을 함께 표현한다는 점에서 기존 예술의 조형성이 갖는 한계를 탈피하였고, 후에 등장하는 미디어 아트의 시발점이 되었다.

성화 조형물이 키네틱 아트의 형식을 취한 것은 단순히 시각적 화려함만을 보여주려 한 것은 아닐 것이다. 역동적으로 성장해가는 남미대륙 도약의 '움직임'을 예술작품을 통해 '상징'적으로 나타내고자 한 것은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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