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학회 참석이나 출장으로 서울을 방문하면 가장 익숙하게 듣는 인사가 대구의 무더위에 대한 이야기이다. 다른 지역 사람들은 대구를 '대프리카'라고 한다. 대구를 매년 여름 치맥축제가 열리는 멋과 낭만을 즐기는 도시라기보다는 폭염으로 살기가 힘든 지역으로만 알고 있어 안타까운 마음이 들기도 한다. 대구가 기록적인 무더위로 밤잠을 설치는 날이 많긴 하지만, 폭염은 대구뿐만 아니라 전국적인 현상이다.
현대는 예측의 시대다. 무더위와 장마를 피해야 하는 여름휴가뿐만 아니라 일상생활 속에서도 기상예보는 매우 중요하다. 기상예보가 빗나가면 미리 계획을 세워 준비한 일들이 엉망이 되어 버린다.
기상예보처럼 질병이나 건강상태도 미리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 같은 기대는 과학기술의 발전과 함께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얼마 전, 한 환자가 정상적인 난소와 유방 제거 수술을 상담하기 위해 방문했다. 환자의 어머니가 3년 전 난소암으로 사망했고, 언니도 최근에 유방암으로 수술을 하는 등 가족력이 있었다. 자신도 언젠가 난소암이나 유방암으로 고통을 당하느니 차라리 미리 수술로 암을 예방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
환자를 안정시킨 후 난소암과 유방암의 가족력과 유전적 인자에 대해 설명하고 최근에 개발된 유전성 난소암을 일으키는 특수 유전자 검사를 소개했다. 난소암은 대부분 산발적으로 발생하지만, 5~10%는 유전자 돌연변이에 의해 유전적으로 발생한다.
이 유전자 돌연변이 검사에서 양성으로 판명되면 난소암의 평생위험률은 27~44%, 유방암 위험률은 45~80% 정도가 된다. 또한 난소암은 부모나 자매 중에 발병했을 경우 각각 발생 위험이 3.6배와 2.9배 증가한다고 한다.
미국 산부인과학회는 난소암과 유방암에 대한 유전성 경향이 적어도 5~10%를 웃도는 경우에는 유전학적 상담과 검사를 받을 것을 권유하고 있다.
수년 전, 미국의 유명 배우 안젤리나 졸리가 이런 이유로 정상적인 유방과 난소를 제거해 큰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인간의 질병은 생활습관과 같은 환경적 요인과 유전적인 요인의 복합적인 작용으로 발생한다. 최근 유명 국제 의학저널인 네이처는 유전적으로 특정 질병에 걸리기 쉬운 고위험군에 속한 사람들을 미리 판별하는 위험모형을 개발해 질병을 조기에 진단, 예방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
이런 유전 정보 모형을 이용하면 제2당뇨병과 전립선암 고위험군을 각각 18.8%와 12.2% 정도 미리 예측할 수 있다고 한다. 성인 이후의 키도 33.4% 정도는 미리 예측이 가능하다. 그 밖에도 유전자 정보와 뇌 영상 자료를 종합하면 치매나 뇌졸중 같은 질환도 예측이 가능하다고 한다. 아직은 질병 예측 시스템이 초보 단계지만 향후 많은 질병을 정확히 예측하는 날이 올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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