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경제칼럼] 크렉시트의 파도가 몰려온다

덕원고
덕원고'미국 네브래스카대학(경영정보학 박사) 졸업. 현 달성군 군정자문위원. 현 국가미래연구원 연구위원. 현 공정거래학회 이사. 현 한국언론진흥재단 기금관리위원

주택 과잉공급 역전세난 대처 방안 없어

보호 무역주의 강화 비관세 장벽 높아져

국내 상장 기업 15% 정도는 좀비 기업

경제 악화되면 채권시장 자금 이탈 초래

크렉시트(Crexit)란 신용시장(Credit Market)에서 투자자들이 일시에 이탈(Exit)하는 현상을 말한다. 즉, 각국의 저금리 기조와 브렉시트 이후 풍부해진 유동성 덕분에 가계와 기업들의 부채가 늘어났으며 이것이 각국의 기준금리 인상 시 채무부담으로 되돌아 와, 금융시장에서 자금이 일시에 이탈하는 현상을 일컫는다.

크렉시트가 발생할 수 있는 요인으로는 3가지를 들 수 있다. 먼저, 과다한 주택공급으로 인한 주택가격 하락으로 인한 역전세난이다. 내년부터 2018년까지 전국 아파트 입주예정 물량은 1990년대 1기 신도시가 조성된 이후 최대인 약 70만 가구로 나타났다. 당시의 입주물량이 80여만 가구인 점을 고려하면 물량폭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왜냐하면 그 당시 주택보급률이 70~80% 수준에 불과했지만 2014년 현재 주택보급률은 118%로 상황이 완전히 다르기 때문이다. 특히, 전세보증금이 집값의 70%를 육박하는 현실에서 세입자들이 전세금 반환 요구가 거세게 되는 경우, 가계대출이 1천200조원을 넘는 상황에서 이를 효과적으로 대처할 만한 방안은 보이지 않는다.

또한, 브렉시트 이후 각국은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하고 있다. 이번의 영국 국민의 브렉시트 투표는 사회'경제적 불평등의 심화에 대한 항의라고도 할 수 있다. 자유무역체제와 냉전체제 종식을 추구하는 신자유주의 정책하에서 통합화의 일환으로 산업의 불균등화와 이민자 수용 정책 등으로 불이익을 받은 영국 불만계층의 의사표시라 볼 수 있다. 이러한 불만은 영국뿐만 아니라 미국 대선 과정에서도 '트럼프 현상'을 통해 표출되고 있다. 이는 곧 자국우선주의를 낳고 있다. 미국 정부가 한국산 열연강판(HR)에 최고 61%의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특히 포스코는 60%를 넘는 '관세 폭탄' 결정이 내려짐에 따라 향후 미 국제무역위원회(USITC)에서 미 철강업체의 피해를 인정할 경우 수출 경쟁력에 큰 타격을 받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 역시, 사드 배치 문제로 한류스타의 방송금지 등과 같은 비관세장벽을 점점 높이고 있는 실정이다.

이제 세계질서는 각국이 자유무역보다는 자국의 이익을 우선하는 고립주의를 강조함으로써 미국을 비롯한 주요 선진국에서는 마이너스 금리와 양적 완화의 통화정책으로 이어지고 있다. 급기야, 지난달 20일(미국시간) CNBC와 마켓워치에 따르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최근 보고서에서 글로벌 기업들의 회사채 발행 규모가 2015년 현재 51조4천억달러에서 2020년 75조3천억달러(8경6천조원)로 46% 급증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리고 S&P가 1만4천400개 기업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5곳 중 2곳 이상이 과도한 부채를 짊어지고 있는 것으로 판단되었기 때문이다. S&P와 파이낸셜 타임지는 올 7월 첫째 주 현재, 채무불이행을 선언한 기업은 100곳에 달한다고 보고했다. 이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많은 규모다. 그리고 현재 우리나라 상장기업들 중 이자보상배율이 1미만인 기업, 즉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내지 못하는 기업이 매년 30% 정도고, 3년 연속으로 이자보상배율이 1에도 못 미치는 좀비기업은 15% 정도로 알려지고 있다.

유럽연합(EU), 일본, 덴마크, 스위스, 스웨덴이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하여 소비 촉진을 통한 경기부양효과를 노렸지만 마이너스금리가 소비자들의 불안심리를 야기하여 소비보다는 저축을 증가시키는 요인으로 변절되었다. 지금처럼 유럽중앙은행(ECB)과 일본중앙은행(BOJ) 등 주요국 중앙은행들의 마이너스 금리와 양적완화 기조가 장기화되면서 기업들이 소비부진으로 인한 회사실적 악화로 회사채 발행을 통해 연명하게 되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기준금리가 인상되거나 경제여건이 악화되면 채권시장에서 대거 자금이 일시에 이탈하는 상황이 연출되고 그로 인한 금융공황이 초래될 것이다.

앞서 언급한 것과 같이 우리의 경제상황도 녹록지 않다. 주택의 과잉공급으로 인한 역전세난, 자국우선주의로 인한 수출장벽의 강화, 각국의 양적 완화와 마이너스 금리로 야기된 환율절상으로 인한 글로벌 경쟁력 약화 등 여러 불안 요소가 상존하고 있다. 이러한 경제상황에서 크렉시트가 발생하지 않도록 경제주체 모두가 협력하고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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