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북도소방본부가 소화전이 얼어붙어 대형 화재를 키웠다는 지적(본지 2015년 1월 5일 자 1면 보도)에 따라 첨단 관리 시스템을 도입했지만 또다시 먹통이다.
경북소방본부는 지난해 10월 1일부터 3개월간 2억7천600만원을 투입, '전자식 소화전 관리 시스템'을 개발해 도입했다. 이 시스템은 지역 내 소화전 8천324개소와 급수탑 74개소에 전자태그(RFID)를 부착하고 매월 소방관들이 소화전 점검 이력을 전용 리더기에 기록하면 중앙 서버를 통해 관리하고 실시간으로 화재현장에 제공할 수 있도록 계획됐다.
경북소방본부가 급하게 이 같은 시스템을 도입한 이유는 지난해 1월 영주 한 철물점에서 화재가 발생했지만 얼어붙은 소화전 때문에 초기 진화에 실패해 10여 곳 상가로 불이 번지면서 일대 상인들이 수억원의 재산피해를 입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자 관리 시스템 설치가 완료된 지 8개월, 시스템 운영에 들어간 지 3개월이 지난 현재 저조한 인식률 등 오류가 많아 더 큰 문제를 낳고 있다.
현직 소방관들에 따르면 전자태그 인식률은 60% 수준에 불과하고 인식이 되더라도 전용 리더기가 통신 기능을 갖추고 있지 않아 사무실에서 중앙 서버로 정보를 보내는 작업을 거쳐야 하는 등 이전의 수기 기록과 별다른 차이점이 없다. 첨단 시스템을 도입한 것 같지만 바쁜 소방관들에게 일만 더 떠넘기는 꼴이 된 것. 게다가 UHF(장거리용) 전자태그를 사용하기 때문에 30만원 상당의 전용 리더기를 사용해야 하는데 예산 문제로 보급량에 한계가 있다. 리더기에 문제가 생길 경우 대구에 있는 생산업체로 보내 수리를 해야 하고, 제품을 받을 동안 업무 공백이 발생한다. 소화전의 고장 이력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면 골든타임을 놓친 영주 철물점 화재사건이 또다시 발생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제대로 된 검수 한 번 없이 무턱대고 도입한 보여주기식 행정의 결과라고 지적했다. 정유정 대구대학교 정보통신공학부 교수는 "소방본부에서 설치한 형태를 보면 전문가의 자문과 검수를 받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경북소방본부 관계자는 "영주 화재 이후 급하게 추가 예산을 받아 시스템을 구축하다 보니 물품에 대한 전수조사와 검수를 제대로 하지 못해 문제가 생긴 것은 맞지만 인식률이 나쁜편은 아니다"며 "내년에는 예산을 더 지원받아 리더기를 교체하고, 전문가 조언을 통해 전자태그 인식률 문제도 개선해 나가겠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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