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한반도 배치를 놓고 중국이 야단이다. 중국 정치권은 남의 나라 대통령을 꾸짖듯 나무라고, 언론은 속사포처럼 연일 한국을 비판한다. 얼마 전 라오스에서 열린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외교장관회의에서 중국의 왕이 외교부장이 윤병세 외교장관에게 취한 태도는 한마디로 안하무인이었다. 그들의 태도에서 자주국에 대한 예의라곤 찾아볼 수 없었다.
중국의 저런 태도는 단순히 사드 하나에서 비롯된 것은 아니다. 중국은 스스로 '세상의 중심'을 자처하며, 19세기 중반까지 수백 년 동안 동아시아에서 '중국적 질서'를 유지해왔다.
19세기 중반 아편전쟁과 후반 청일전쟁 패배로 '중국적 질서'는 무너졌다. 조선이 중국의 속국에서 벗어난 것도 그때였다. 이후 100여 년을 중국은 엎드려 지냈다. 이제 경제력과 군사력이 커지자 다시 '자신이 세상의 중심'이라는 중화관(中華觀)을 바탕으로 주변국들을 멸시하며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얼마 전 네덜란드의 헤이그 상설중재재판소는 '중국의 남중국해 대부분에 대한 영유권 주장은 법적 근거가 없다'고 판결했다. 필리핀, 브루나이, 베트남의 코앞 바다까지 자기네 바다라는 중국 측 주장의 근거를 인정할 수 없다는 판결이었다. 이에 중국은 무력시위를 펼쳤다. 국제재판소의 판결이나 자국 앞바다를 지키려는 이웃 국가의 권리는 중국의 관점에서는 재고할 가치조차 없는 듯했다.
중국이 남의 나라 코앞까지 자기네 바다라고 우기는 것, 남의 나라 국민과 대통령에게 쏟아내는 거친 언사의 배경에는 '중화적 세계관'이 깔려 있다. 주변 약소국들을 자신들과 동등한 주권국가로 인정하지 않는 것이다.
그런 예는 한둘이 아니다. 중국은 티베트와 신장을 무력으로 복속했으며, 몽골조차 중국의 일부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가 소련의 반대에 부딪혀 철회했다. 지금도 인도, 미얀마, 라오스, 베트남, 필리핀, 일본 등 10곳 이상에서 영토 분쟁을 벌이고 있다. 고구려와 발해 역사를 자신들의 역사라고 우기고, 우리나라 이어도도 넘본다. 끊임없이 영토와 영향력 확장을 꾀하는 것이다.
한반도는 주변 강대국들에게 일종의 완충지대다. 태평양전쟁 말기 중국 국민당 장제스가 '한반도 독립'을 강력하게 주장했던 것은 미군이 한반도를 점령할까 염려했기 때문이다. 소련도 미국과 직접 맞닿지 않기 위해 남북 분단을 원했다.
6'25전쟁 때 중국이 대병력을 한반도에 진출시켜 통일을 방해했던 것, 국제사회가 합의한 제재 조치에도 북한을 돕는 것 역시 완충지대를 원하기 때문이다. 역설적이게도 미국이라는 강력한 세력이 없었다면 북한은 진즉 중국 손아귀에 들어갔을 것이다. 한국도 그 처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지금까지 중국은 한반도와 동아시아 국가를 미국과 완충지대로 생각하며 조용히 지냈다. 그러나 힘이 강해지자 거칠게 영향력 확대를 꾀하고 있다. 이에 미국은 자신들 손으로 '무장해제'시킨 일본을 다시 '전쟁 가능한 국가'로 바꾸면서까지 중국 견제에 나서고 있다. 한반도 사드 기능 중에는 중국 견제도 포함돼 있다.
우리나라는 열강 사이에 낀 작은 나라다. 미국과 중국, 둘 중 한 세력과 손을 잡아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다면 미국과 손을 잡아야 한다. 적어도 미국은 우리나라를 영토적으로 복속하려고 들지는 않기 때문이다. 자신들을 지키기 위한 방패 정도로 생각할 뿐이다.
중국은 다르다. 중국적 세계관은 우리나라를 자주국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그런 세계관을 갖고 있기에 자기네들은 우리를 향해 핵미사일을 배치하면서도 이를 막을 사드 배치조차 문제 삼는 것이다.
중국이 우리나라 안보에 기여하는 바가 있는가? 없다. 사드를 배치하든 말든, 우리가 생각할 일이지 중국이 이래라저래라 할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중국은 거리낌 없이 간섭한다.
사드는 시작일 뿐이다. 앞으로 중국은 한반도에 점점 더 짙고 긴 그림자를 드리울 것이다. 한-중 관계와 지위는 결국 우리가 어떤 각오로 임하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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