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포항 초곡초 설립 보류] 3년 후 입주하는데…'통·폐합 우선' 교육부는 탁상행정

주변 7개교 평균거리 6km, 7번 국도 원거리 통학할 판 초곡지구 입주 학생들 불편

초곡지구 전경. 선린대 제공.
초곡지구 전경. 선린대 제공.

포항 초곡지구 내 (가칭)초곡초등학교 신설이 교육부의 '지역 초교 통'폐합 우선 방침'에 막히면서 지역 여론의 반발을 사고 있다. 입주 예정 학부모 등은 이 같은 교육부 방침에 대해 현실감 없는 '탁상행정'이라며 비난하고 있다. 6천여 가구가 입주하는 초곡지구 내 초교 설립이 무산될 경우 애꿎은 학생들만 통학 불편을 겪어야 하기 때문이다.

◆제동 걸린 초곡초 설립

초곡지구엔 공동주택 5천651가구, 단독주택 721가구 등 모두 6천372가구가 입주할 예정이다. 공동주택은 60% 이상 분양이 끝났다. 단독주택 입주 희망자도 급증하고 있다.

입주 시기는 오는 2019년부터다. 인구 유입에 따른 학생 수 증가로 초'중'고등학교 신설이 필요하다. 초곡지구 계획 당시 초등학교 2곳, 중학교 1곳, 고교 1곳 등 학교 부지를 따로 지정했다. 초교 부지는 초곡지구 사업 시행사가 경상북도교육청에 무상 기부했다.

이에 따라 포항교육지원청은 지난 3월 초교 부지 2곳 중 초곡리 산 38-9번지에 초곡초를 신설하기로 했다. 학급 수는 36학급으로, 유치원까지 더해 학생 수 1천153명을 수용할 수 있는 규모다. 총사업비는 249억원이며, 전체 면적은 1만2천633㎡이다.

입주민들은 이 같은 초교 신설 계획을 일제히 환영했다. 초곡초 신설 계획은 곧바로 이어진 경북도교육청 재정투자심사위원회까지 통과했지만 한순간에 물거품이 됐다. 최종 결정 권한을 지닌 교육부 중앙재정투자심사위원회(중투위)가 지난 4월 25일 재검토 결정을 내린 것이다. 대신 중투위는 '인근 소규모 학교 통'폐합 방안 마련'을 요구했다.

이후 포항교육지원청은 초곡초 신설 계획 자료를 보완, 6월 30일 경북도교육청을 통해 중투위 재심사를 신청했다. 중투위는 이달 중 수시 심사를 통해 초곡초 신설 계획을 다시 검토할 예정이다.

만약 중투위가 이번 심사에서도 초곡초 신설 계획을 반려하면 학생 피해가 불가피하다. 초곡지구에 입주하는 초등학생들은 7번 국도를 건너다니거나 부모의 차량을 통해 원거리 통학을 해야 한다. 주변 7개 학교와의 평균 거리는 6㎞가 넘는다. 가장 가까운 흥해남산초와도 3.5㎞ 떨어져 있다.

◆학교 통'폐합은 교육부 탁상행정

초곡초 신설에 앞서 흥해지역 학교들의 통'폐합 방안을 마련하라는 교육부의 방침을 두고 '탁상행정'이라는 비난이 거세다. 해당 7개 초교 인근 지역은 앞으로 인구 유입 가능성이 큰 데다 통'폐합을 하려면 학부모 3분의 2 이상 찬성을 받아야 해 사실상 초곡초 신설을 하지 않겠다는 말과 다름없다는 것이다.

장기적으로 통폐합 대상의 7개 초교 인근 지역에는 흥해 곡강지구 인구 7천 명, 남옥지구 4천 명, 이인지구 1만5천500명, 초곡지구 1만7천200명, 성곡지구 8천800명 등 모두 5개 도시개발사업에 따라 5만2천500명의 인구가 유입될 것으로 보인다.

먼저 흥해 달전초 경우 현재 학생 수는 302명(13학급)에 불과하지만 곧 사정이 달라진다. 이인지구 내 KTX 포항역 주변 토지 개발과 맞물려 점차 인구가 증가하기 때문이다. 혹시 통'폐합이 가능하더라도 학생 불편을 고려해야 한다. 만약 학교가 사라진다면 달전초 학생들은 왕복 6차로인 7번 국도를 넘어 다른 학교까지 이동해야 한다. 걸어서 갈 길도 제대로 나 있지 않아 차량으로 통학하는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또 흥해초는 학생 수 456명(19학급)으로 지역에서는 상당한 규모다. 포항교육지원청은 지역 중심학교를 통'폐합 대상으로 선정하기에는 무리가 따를 것으로 보고 있다. 흥해남산초 역시 사정은 다르지 않다. 이 학교 인근 남옥지구에는 오는 2020년까지 971가구가 전입할 예정으로, 학생 인구가 불어날 것으로 보인다.

흥해서부초도 통'폐합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이 학교 가까이에 천연기념물 제468호인 북송리 북천수가 있기 때문이다. 이 학교는 자연친화적 교육활동을 진행하는 특성화 학교 운영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죽천초는 영일만 산업단지 내 공동주택 개발로 학생 유입을 앞두고 있으며, 곡강초 주변에서도 곡강지구 개발이 진행 중이다. 이 지역 학교들을 섣불리 통'폐합하면 나중에 학교를 또 만들어야 할 수도 있다. 마지막으로 학천초는 민간위탁 방식(BTL)으로 지어져 증'개축이 불가능하다.

이런 이유가 아니더라도 학교 통'폐합은 '하늘의 별 따기'나 마찬가지라는 지적이 나온다. 학부모들의 통'폐합 찬성 기준(3분의 2 이상)까지 이끌어내야 하기 때문이다. 포항교육지원청은 교육부의 '통'폐합 방안 마련' 요구에 따라 지난달 6일 학부모들이 참여하는 통'폐합 추진위를 만났지만, 반대 의사만 확인한 채 돌아서야 했다. 추진위는 통'폐합 설명회를 갖고 상호 대화로 풀어가자는 제안을 단칼에 거절하며 반대 의사를 명확히 했다.

포항교육지원청 관계자는 "결론적으로 초교 통'폐합은 당장에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장기적으로 풀어야 하는 과제"라며 "교육부가 이 같은 현장의 분위기나 사정도 모른 채 '통'폐합 우선' 방침을 꺼내 들면서 '탁상행정' 비난을 면치 못하고 있다"고 했다.

◆초곡초 신설 우선 추진 이후 통'폐합 논의해야

교육부가 요구하는 인근 소규모 학교 통'폐합 방안 마련은 학생 수가 점차 감소하는 지역 현실을 고려할 때 아예 외면하기는 힘든 문제이다. 2012년 포항지역 초등학생 수는 2만9천953명에 달했지만, 올해까지 5년 동안 3천300여 명이나 줄었다. 이에 따라 앞으로 통'폐합 논의가 필요하다는 사실은 여론의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하지만 초곡지구 학부모들은 당장 3년 뒤로 다가온 입주 시기에 맞춰 초곡초를 신설하는 게 더 시급한 문제라며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초곡지구 학생들의 통학 위험과 불편을 해결할 수 있는 학교부터 먼저 신설하고 난 뒤 통'폐합 대상 학교 학부모'학생들이 피해를 보지 않도록 최소한의 합의점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초곡지구에 입주 예정인 김모(44) 씨는 "마치 학교가 금방 들어올 것처럼 아파트를 분양한 업체들도 문제가 있지만, 학생 수요가 있는데도 초교 신설을 막는 교육부의 행정이 더 큰 문제"라며 "포항 전 지역의 학생 수나 인근 지역의 학생 머릿수만을 셈하지 말고, 초곡초 신설이 되지 않으면 지역민들이 어떤 불편을 겪어야 하는지 먼저 검토해주기 바란다"고 하소연했다.

포항교육지원청 관계자는 "초곡초 신설이 급한 상황에서 원리'원칙만을 강조하다 보면 학생들만 피해를 볼 우려가 높다"며 "재심사에서 현실적인 부분을 적극적으로 반영해 검토해 줬으면 한다. 중투위에서 현장에 직접 나와 의견을 들어보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교육부 관계자는 "재심사 요청이 올라오면 8월 중 중투위에서 심사해 결정할 내용"이라며 "10여 명의 중투위원이 초곡초 사안과 관련해 심도있게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통'폐합과 관련한 현장 실사도 중투위에서 필요에 따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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