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신문 창간 70돌 2017 대권주자 인터뷰] ⑤원희룡 제주지사

"사드 배치, 객관적·합리적 근거로 주민 불안 해소시켜야"

사진. 김영진 기자
사진. 김영진 기자

원희룡 제주지사에게는 수석과 소장개혁파라는 이름이 붙어다닌다. 수석은 정치 입문 이전에 학력고사 수석, 사법시험 수석 등을 한 탓에 붙은 것이고, 소장개혁파는 정치인이 되고 난 뒤에 얻은 닉네임이다. 그런 원 지사도 이제 50대 초반을 넘어 중반으로 넘어가는 나이다. 소장으로 분류될 때는 지났다. 3선 의원을 지냈고 제주특별자치도의 지사를 맡은 지 3년째에 접어들었다. 원 지사는 스스로를 건전한 보수라고 자처한다. 이 나라를 이만큼 발전시키고 이끌어 온 것도 보수고, 앞으로 이 나라를 발전시켜 나갈 세력도 보수라는 거다. 한나라당에서 정치를 시작한 것도 보수의 개혁을 위해서라고 했다. 다만 수구적이고 기득권을 대변하고 상징하는 보수라면 민심이 떠날 것이라고 했다.

새누리당 전당대회가 열린 9일 전당대회장으로 가기 위해 제주에서 올라오는 그를 김포공항 접견실에서 만났다. 제주도 신공항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고 해군기지가 들어선 강정마을을 바로 곁에서 지켜본 경험 때문인지 사드의 성주 배치와 관련해서 원 지사는 "반대하는 주민들을 설득하지 못하고 부작용들에 대해서 안심시키지 못한 책임은 정부에 있다"며 "괴담에는 단호해야 하지만 주민들을 무조건 따라오라고 하지 말고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근거로 불안을 해소시키고 설득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검사 출신이면서도 검찰 개혁을 위한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신설에 공감을 표시했고 김영란법에 대해서도 "우리 사회 대대적인 자정작용이 이뤄지는 출발점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긍정 평가했다.

-대구도 영남권신공항 문제로 몸살을 앓았다. 제주도도 신공항 문제로 시끄러운 걸로 알고 있다. 어떤 사정인가?

▶제2공항은 도민을 위한 공항이다. 제주도민 대다수도 찬성하고 있다. 입지 선정 과정에서 성산읍 일대 부지가 압도적으로 높게 단일안으로 선정되었다. 그러나 당장 땅을 내놓아야 하는 주민들은 어떻게든 반대를 하려고 자꾸 안 되는 논리를 내놓고 있다. 주민들이 문제를 제기하고 반발하는 것은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 앞으로 무제한 소통으로 주민들이 갖는 미래 불확실성과 우려를 해소해 나가도록 하겠다. 아무리 절차가 정당하다 하더라도 소통이 갈수록 중요해지기 때문에 우리는 할 만큼 했다고 얘기를 할 수는 없다. 무제한 소통을 할 수밖에 없는 것 같다.

-강정마을 해군기지 문제로 제주도는 8년 이상 몸살을 앓았다. 준공을 했지만 공사지연 구상금 문제가 불거졌다. 사드 성주 배치 문제도 비슷한 과정을 겪지나 않을까 걱정이다.

▶아무래도 대규모 사업들은 이런저런 사정이 복잡하게 얽혀 매끄럽게 진행되기가 어렵지 않겠나. 이건 박근혜정부만의 문제가 아니라 매 정권마다 반복돼온 현상이다. 공통적인 문제의 원인은 어찌 됐든 사업에 반대하는 주민들을 정부에서 설득하지 못하고, 사업 시행으로 우려되는 부작용들 에 대해서 안심시키지 못한 책임이 크다고 하겠다. 다만, 우리 국민들도 국가적 필요를 위해서라면 무언가 좀 감내하고 견뎌주는 모습을 보여주길 원하는 마음도 있다. 필요성은 절감하는데 내 지역은 안 된다, 이런 마음에서 주민들이 반대만 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다. 그러나 우선은 정부에서 더욱 적극적으로 주민들에 대한 설득작업, 보상작업에 나서야 한다. 성주의 경우에도 괴담에는 단호해야겠지만, 주민들 불안과 공포를 해소할 책임은 주민이 아니라 당국에 있는 것이다. 무조건 따라오라고 하지 말고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근거로 불안을 해소시키고 설득 해야 한다.

-사회 곳곳에서 내부의 갈등과 모순 때문에 나라가 허물어질 지경이라는 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이대로는 국민통합은 고사하고 통일도 요원하다. 미래로 가야 할 역사가 거꾸로 가고 있다. 문제의 심각성은 지역감정, 이념, 부의 독점, 격차의 심화, 모럴헤저드 등 거의 모든 부분에서 사회정의가 실종되고 희망의 사다리가 없다는 것이 기정사실화되고 있는 데 있다. 정말 걱정이다.

-검사 출신 정치인으로서 검찰권을 제한하게 되는 고위공직자수사처 신설을 요구하는 여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일상적인 권력을 크게 누리고 있을수록 지금 국민들의 질타를 많이 받고 있는 것이다. 그런 충격요법까지 가지 않고도 처방이 있다면 그걸 쓰면 된다. 약은 약하게 쓸 수 있다면 약하게 쓰는 게 좋은 법이다. 그런데 어떤 약도 안 듣는다면 독한 약을 쓸 수밖에 없다. 공수처라는 독한 약을 검찰 법원 정치권에 대해 쓰는 것에 대해 지금 시점이라면 동의한다. 부패, 비리 건은 계속되는데 검찰 스스로가 개혁을 못 하니까 고질적인 문제가 돼 버렸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특단의 대책이라면 만들어도 좋다는 거다.

-우리 사회가 자정능력을 상실했다고 보는 사람들이 많다. 김영란법도 그런 배경에서 나온 것 아닌가?

▶새누리당이 과거 탄핵 역풍을 맞았을 당시 모든 것을 내려놓고 천막정신으로 기사회생한 전력이 있다. 이제는 나라 전체에 천막정신이 필요한 시점이다. 가장 큰 책임은 소위 사회지도층에게 있다. 통렬한 반성이 필요하다. 또 완벽하지는 않지만 김영란법의 취지는 충분히 설득력이 있다. 이 법은 고질적인 유착 관계와 편법적인 수익들에 대해 방관하지 않고 환부를 도려내는 근본 치료 계기가 될 수 있다. 그리고 이 법이 제대로 작동되기 시작하면 이게 밀물이 되어 다른 배들을 띄울 수 있을 것이다. 우리 사회 전반에 대대적인 자정작용이 이루어지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는 거다.

-국회의원 83%가 개헌 필요성에 공감을 표시했다. 그러나 권력구조에만 집중된 개헌론에 대한 비판이 많다. 개헌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지금처럼 국민의 삶과 직접적으로 연관되지 않은 개헌은 어렵다고 본다. 국민들이 겪는 삶의 위기는 '경제'에 있는데 정치권에서 말하는 개헌은 권력구조에 치중해 있으니 그 괴리감이 상당히 깊다. 물론 나는 개헌론자이다. 개헌을 한다면 국민들이 원하는 민생문제를 헌법에 어떻게 담아내고 보장할 것인가가 논의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 또한 대통령에 집중된 권력을 분산하고 민주주의를 강화하기 위한 개헌, 즉 대통령 직선 내각제로의 개헌이 필요하다고 본다.

-지방분권 개헌도 함께 논의해야 한다는 주장도 강하다. 지방의 입장에서는 백번 지당한 말씀이지만 가능성은 낮지 않을까?

▶중앙이 혼자 모든 권력과 짐을 떠안고 가는 구조로는 지역발전에 한계가 있다. 중앙권한을 점차적으로 지방으로 이전해서 궁극적으로 완전자치를 실현해야 한다. 연방권역도 10개 내외로 개편해서 다극화된 광역단위 발전모델을 찾고 전폭적으로 권한을 부여할 수 있는 그런 방향 모색이 필요한 시점이다. 제주특별자치도의 경우도 외교'국방'사법을 제외하고 모든 중앙 부처의 권한을 획기적으로 이양하고 분권에 의한, 자율에 의한 나라 발전의 사례를 만들어서 다른 지역에 확산시키겠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형평성의 논리와 국가 전체의 법질서가 무너진다는 이유 때문에 정부가 아직은 소극적이라 답답함이 있다.

-개헌 이전에 선거제도를 먼저 고쳐야 한다는 주장이 강하다. 개헌보다 그게 더 중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어떻게 생각하나?

▶선거제도의 개혁은 반드시 해야 한다. 정치권의 기득권 내려놓기, 특권포기로 가능한 이 선거제 개혁이 이뤄지면, 개헌 논의 역시 국민적 동의를 구하기가 한결 쉬워질 거다. 현 선거구제의 대안으로 '정당 득표율 의석 배분제'를 제안한다. 독일식 정당 명부 비례대표제이다. 소수당의 국회 진출을 원활히 하고 실질적으로 다당제가 구현되도록 하는 방안이다. 그렇게 되면 다수당과 소수당이 서로 협력하면서 연합정부를 구성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주고 국민들이 정치권에 요구하는 협치, 연정의 가치 실현이 보다 용이해질 거다.

-박근혜정부가 반환점을 돌아온 지금 박 대통령에 대한 평가가 좋지 못하다. 어떻게 해야 한다고 보나?

▶국민들이 대통령에게 소통의 리더십이 부족하다는 우려를 보내는 것에는 심각하게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본다. 리더에겐 더 많은 소통과 포용이 요구된다. 정권에 비판과 반대 목소리를 내는 야당과 언론, 국민들도 존중하고 그 목소리들을 열린 마음으로 들을 때 아집과 독선에 빠지지 않을 수 있다. 국정책임자로서 조바심이 날 수밖에 없는 상황일 테지만, '나를 따르라' 식의 통치 스타일로는 국민적 지지와 힘을 모을 수 없는 시대가 됐다.

-대선이 1년 5개월여 앞이다. 현 3당 체제가 대선 때까지 유지될지 아니면 요동을 칠지 전망해 달라.

▶대선을 앞두고는 여야가 각각 뭉쳐 일대일 싸움으로 가지 않을까 전망한다. 진보든 보수든 선거를 앞두고는 분열하면 망한다는 식의 인식이 팽배해지고 지지자들의 압력도 거세지기 때문이다. 어떻게든 현 체제에서 변화가 올 거다. 유력 대선주자를 중심으로 뭉칠 수도 있고, 개헌과 같은 공약을 중심으로 당대당 연대, 연합이 이뤄질 수도 있을 거다.

-새누리당 지지자들 특히 친박들을 중심으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대망론이 있다. 친박 지도부 출범으로 반 총장 대망론은 더욱 힘을 받는 것 같다. 반 총장을 가까이 지켜본 느낌은 어떤가?

▶반 총장은 지난 5월 제주에서 대권 출마 의사를 강하게 내비쳤다고 본다. 출마 의사를 굳혔다고 보는데, 걱정이 앞선다는 게 제 솔직한 속내다. 국민들로선 좋은 대통령 후보들이 많이 나와 경쟁하는 구도가 좋지만, 정치인인 제가 볼 때엔 우리 정치권이 굉장히 살벌한 곳이어서 반 총장이 상처를 입지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 본격적으로 선거에 뛰어들면, 검증이란 이름으로 '탈탈' 털리게 되고 그 과정에서 사실 여부와 관계없이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반 총장의 '맷집'이 얼마만큼 강할지는 모르겠지만, 최종 결단을 내리기 전엔 대한민국을 이런이런 방향으로 이끌겠다는 구체적이고 선명한 비전과 함께 혹독한 시련도 견디겠다는 굳은 각오를 해야 한다.

-대선 출마 가능성은 어느 정도인가? 또 대선에 출마한다면 '왜 원희룡인가'를 어떻게 설명하고 선전해 나갈 것인가?

▶현재 맡고 있는 제주도지사라는 책임이 막중하다. 제주가 작다고 해서 책임이 결코 가볍지 않고, 도정을 소홀히 할 수도 없다. 지금은 모든 영혼을 쏟아부어 제주의 문제를 해결하고 미래를 열기 위해 성과를 내는 데 집중하고 있다. 그래서 신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국가의 일을 위해서는 언제라도 필요한 위치에서 필요한 일을 하겠다는 자세는 갖고 있다. 그러나 제주 발전을 이루겠다는 도민들과의 약속을 지키는 것이 최우선 과제다. 현재 시점에서는 곧바로 대선에 뛰어든다는 생각은 않고 있다. 하도 많은 사람들이 준비는 하고 있어야 한다고 하니까 과연 그런지에 대해 신중히 생각하고 있는 중이다.

-그렇지만 몸담고 있는 새누리당 사정이 말이 아니다. 새 지도부를 선출했지만 내년 정권 재창출 가능성은 여전히 낮은 것 아닌가?

▶단정 짓지 말아 달라. 이제 막 새로운 지도부가 들어섰고, 대선은 1년 5개월여가 남지 않았나. 아직 기회가 있고, 시간이 있다. 우리 당이 어떻게 변화하고 혁신해 나가는지 부디 애정을 갖고 지켜봐 주십사 부탁드린다. 물론 기본적으로 많이 어렵다고 보지만 한국정치뿐만 아니라 세계정치도 1년 앞을 내다본다는 게 거의 불가능한 상황이지 않으냐. 고정된 사고를 가질 필요가 없다고 본다.

-하지만 새누리당 내부 사정에 비춰 여전히 정권 재창출 가능성과 관련해 비관론자들이 더 많다.

▶새누리당은 새 지도부를 선출했지만 워낙 총선 패배의 충격이 큰 탓에, 민심의 분노를 제대로 감당해낼 체력을 갖고 있지 않다. 지금은 큰 낙상을 한 후에 몸을 추슬러야 되는 기간이라고 본다. 어차피 내년 본격적인 대선 국면에 들어가기 전에 첫 번째 당에 활기를 불어넣고, 두 번째는 공정하게 대선 국면을 관리하고, 세 번째로는 그 결과에 승복하고 대통합을 이뤄내야 한다. 이런 게 새누리당의 가장 큰 과제다.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라고 생각한다면 어떤 변화를 못 하겠느냐. 과거 천막당사 시절 정말 절실하고 처절한 그런 마음을 청와대부터 일반 당원들까지 갖는다면 석 달이면 변하지 못할 것도 없다.

-여야의 대선주자로 거론되는 분들이 50대 60대에 걸쳐 분포돼 있는데, 대선 과정에서 세대교체론이 제기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가?

▶여야 모두 선두그룹을 형성하고 있는 분들이 60대 이상인데 그분들이 국민들 다수의 마음을 한 방향으로 모아내지 못하거나 그런 일들이 지지부진할 경우, 또 국민들을 실망시키는 그런 상황이 온다면 국민들은 끊임없이 대안을 찾으려 할 것이다. 그때 세대교체의 흐름이 만들어질 수 있을 것이다.

-다른 후보들과 비교할 때 어떤 점을 장점으로 내세울 만한가?

▶우선 누구보다 지역감정으로부터 자유롭다. 정말 자유롭지 않으냐. 또 이 나라를 이끌어온 것이 보수이고 또 보수로 가야 된다고 생각하지만 어떻게 하면 보다 통합적이고 미래지향적인 대한민국으로 가야 되는지에 대해 늘 생각의 초점을 거기에 맞추어왔다는 점도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