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언론은 이 나라의 '지역 균형발전'에는 도무지 관심이 없는것 같다. 수도권 언론은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이 충분히 잘 먹고 잘 살게 되면, 그 잉여분으로 지방을 살찌우게 된다는 정부의 '파이 논리'를 대변하는 역할에 충실했을 뿐이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정치'경제'문화를 비롯해 대기업 본사, 자본, 인재 등 블랙홀처럼 모든 것을 빨아들인 서울은 이른바 '서울공화국 '이란 괴물이 되버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도권은 또 부족하다고 아우성이다. 대기업, 강남부자, 엘리트, 권력자들은 수도권 규제완화를 외치며 자신들의 주 무대인 수도권의 잇속 챙기기에만 바빴다. 수도권 언론은 이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2009년, 세종시'혁신도시로 나라가 떠들썩
2002년 노무현 전 대통령은 수도권 기능 분산과 국토 균형발전을 내세우며 수도를 충청권으로 이전할 것을 선거 공약으로 내세웠다, 2004년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 등 우여곡절끝에 행정중심의 복합도시(세종시) 건설이 추진됐다. 이와 함께 서울에 집중된 공공기관을 지방으로 분산, 낙후된 지방 경제를 활성화 하자는 취지에서 11개 광역시·도에 10개 혁신도시 이전을 추진했다.
2009년 이 사안에 두고, 나라가 또한번 시끄러워졌다. 이명박 정권과 보수언론은 세종시 원안 이전과 혁신도시 이전을 반대했고, 당시 야당과 여권 내 비판세력이었던 박근혜가 나서서 친이명박 세력과 보수언론에 제동을 걸었다. 우여곡절 끝에 결론은 원안대로 결정됐다.
지역 언론과 진보성향의 일부 서울지역 신문은 원안 타결을 부르짖었다. 강원도민일보는 2009년 11일 6일자 '세종시 논란, 균형발전 퇴행하나'는 제목으로 세종시와 혁신도시 이전의 추동력이 약화될 것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 경향'한겨레 신문도 이명박 정부의 세종시 수정계획 발표 이후 11월 5,6일자 1면 머리기사에 정부와 대통령을 겨낭해 균형발전이란 큰 틀에서 문제점들을 짚어냈다.
반면 보수언론들은 대놓고 수도권 기득권 지키기와 이명박 정부 거들기에 나섰다. 동아일보는 11월 6일자 사설에서 '국민득실계산서 놓고 싸우라'며 "원안대로 세종시에 총리실과 9부 2처 2청이 옮겨가면 충청권에도, 다른 지역에도 같이 이익이 되는가"라고 반문했다.
중앙일보는 6일자 '김영희 칼럼'을 통해 "원안 고수를 주장하는 박근혜의 태도를 보면 한숨이 나온다"며 "나라의 지도자에게는 국민에게 한 약속이 잘못된 것이었고, 따라서 그 약속을 지키는 것보다는 버리는 것이 압도적으로 국가이익에 맞는 것이라는 판단이 서면 주저 없이 약속을 깨고 국민에게 그런 사정을 설명하는 용기가 있어야 한다"고 칼날을 들이댔다. 이후 보수언론들은 '세종시'혁신도시의 유령도시화 우려' 카드까지 끄집어내는 무리수까지 뒀다.
◆'수도권 외엔 다 촌'이라는 생각, "질린다 질려!"
2010년 국세청의 발표에 따르면, 연봉 10억원이 넘는 '슈퍼 월급쟁이' 중 92%는 서울과 경기도에 거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도권의 순자산은 평균 3억305만 원으로 비수도권의 평균 1억6천614만 원의 1.8배에 달한다. 수도권의 토지자산은 서울 1천100조 원(31.7%), 경기 980조 원(28.3%), 인천 207조 원(6.0%) 규모로 국가 전체 토지자산의 66%를 차지하고 있다.
수도권과 지방의 양극화가 갈수록 심해지는데도, 당시 수도권 보수 언론들은 정부 부처와 공공기관이 '시골'로 내려가면 안 된다는 논리를 폈다.
조선일보는 노무현 정부 당시에도 지방 혁신도시로의 공공기관 이전을 반대하는 논조를 폈다. 2007년 11월 3일자 여론면 '조선데스크'에는 '중국에서 들은 시장경제 강의'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중국은 당(唐)'송(宋) 시대부터 산업은 불균형하게 발전했다"며 "산업 불균형은 정상적인 현상"이라는 말을 인용 보도했다. 이 칼럼은 한발 더 나아가 노무현 정부는 온갖 반대를 무릅쓰고 허허벌판에 행정복합도시와 10개 혁신도시를 만들어 중앙부처와 공공기관 178개를 지방으로 이전시키는 정책을 밀어붙이고 있다고 썼다.
중앙일보는 한술 더 떴다. 2008년 1월 29일자 '김종수 시시각각'이라는 칼럼은 '지방 균형발전의 미망에서 깨어나자'는 제목의 글을 실었다. 이 칼럼은 지역 오피니언 리더들과 지역민들이 '수도권 규제는 선이요, 그것을 푸는 것은 악'이라는 단순논리를 흡사 종교적 신념처럼 믿고 있다고 비난하며, 지역 균형발전에 대한 열망을 짓밟았다. 그러면서, "수도권을 규제한다 해서 지방이 나아진다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규제를 한다해도 지방경제에 보탬이 안된다"고 못박았다. 또 노무현 정부의 행정복합도시와 혁신도시 건설에 대해 "우선 끌어다 놓고 보자는 지역 이기주의"로 매도했다.
보수언론의 이런 안티속에도 불구하고 혁신도시는 예정대로 추진됐고 건설됐다. 노무현 참여정부 기간 비수도권 국민 1천119만여 명이 수도권 집중화를 반대하고, 더 강력한 지역균형발전정책을 촉구하는 서명운동에 참여했다. 이런 염원에 힘입어 세종시는 만들어졌고, 수도권에 집중된 공공기관은 드디어 지방에 분산 이전됐다.
과연 보수언론의 주장처럼 세종시와 혁신도시가 유령도시가 됐는가. 국가경쟁력이 약화됐는가. 공무원들이 철밥통 직장을 그만뒀는가.
혁신도시가 이제 겨우 걸음마 단계인 탓에 주거, 교통 등에 생활 인프라가 열악한것은 사실이지만 죽어가는 지역경제에 생기를 불어 넣고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수도권 보수언론들은 지금이라도 수도권 규제완화를 통한 '다시 서울공화국'으로의 회귀보다 죽어가는 '지역'을 되돌아보는데 관심을 가져야 한다. 이것이 대한민국이 살 길이다. 지역에도 독자가 있다고 생각한다면 더더욱 그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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