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진실은 아직도 떠오르지 않았다…『거짓말이다』

세월호 사고 수색·수습에 참여했던 잠수사 故 김관홍 씨를 모델로 집필

거짓말이다/김탁환 지음/북스피어 펴냄

저자 김탁환 소설가는 앞서 2015년 2월 소설 '목격자들'을 펴냈다. 책의 부제는 '조운선 침몰 사건'. 실제 기록으로 남아 있는 조선 때 조운선(세금 운반 선박)의 다발적 침몰 사건을 모티브로 삼은 작품이다. 저자의 2005년 작 '열녀문의 비밀'을 모티브로 삼은 영화 '조선명탐정: 각시투구꽃의 비밀'(2011)에서 명탐정(김명민 분)과 개장수(오달수 분)가 그랬던 것처럼, 명탐정 김진과 의금부 도사 이명방이 조운선의 침몰 원인을 밝혀내고 범인도 색출해낸다.

여기까지만 보면 여느 추리물과 비슷하다. 그러나 저자가 '목격자들'에서 강조하는 부분은 따로 있다. 이야기 속 말단 관리부터 최고 관료까지 조운선에 각자의 욕망과 이기심을 투영한다. 그러다 조운선 침몰이라는 국가적 재난이 발생한다. 희생자는 아무런 죄도 없는 백성들이었다. 명탐정 김진과 의금부 도사 이명방의 수사 및 추적은 조운선이 왜 침몰했는지 밝히는 것을 넘어, 가엾이 목숨을 잃은 희생자들을 하나하나 읊고 추모하며 기억하는 일이 된다. 이를 저자는 '기억의 마을'을 짓는 일이라고 표현했다. 책 제목 '목격자들'이 나온 배경이다.

'목격자들'이 던지는 메시지는 이렇다. 기억의 마을을 짓기 위해 우리는 구경꾼이 아닌, 목격자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목격자들'은 살아남은 자들이 죽은 자들을 잊지 않고 기억하는 방법을 알려주고, 재난 앞에서 국가와 사회공동체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질문도 던진다. 이야기 말미에서 조선의 왕 정조는 참사에 책임을 지는 자세까지 보여줬다.

'목격자들'이 가리키는 사건이 있다. 저자가 소설을 집필하기 한 달 전에 목격한 세월호 사고다. 정확히 말하면 세월호 사고 때문에 저자는 '목격자들'을 쓰기 시작했다. 이 작품에서 강조한 '남은 자들의 책무'를 저자는 소설 '거짓말이다' 출간으로 이어나가는 셈이다. 그동안 '불멸의 이순신' '허균, 최후의 19일' '혁명-광활한 인간 정도전' 등에서 주로 수백 년 전의 역사를 현재에 투영해 온 저자가 이번에는 가장 최근의 역사를 다룬 것이다.

그럴 만도 했다. 저자는 최근 한 언론 인터뷰에서 "역사 소재의 시간적 거리 때문에 '목격자들'은 세월호 사고의 본질을 정면으로 다루지 못했다"고 밝힌 바 있다. 대신 '목격자들'은 '거짓말이다' 집필의 연결고리가 됐다. 저자는 '목격자들'을 읽은 416기억저장소의 부탁으로 지난 1월부터 세월호 유가족이 출연하는 팟캐스트 방송 '416의 목소리' 진행자로 활동해왔다. 그러다 세월호 사고 수색'수습 작업에 참여한 잠수사 김관홍 씨를 만났다. 저자는 "김관홍 잠수사의 목소리를 중심으로 그동안 다녀간 다른 출연자들의 목소리가 행성처럼 도는 느낌을 받았다. 이 느낌을 살려 무엇인가를 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결국 김관홍 씨는 '거짓말이다'의 주인공, 잠수사 나경수의 모델이 됐다. 책 제목 '거짓말이다'는 저자가 팟캐스트 방송을 진행하며 유가족들로부터 가장 많이 들은 말이자 김 씨가 저자에게 가장 자주 쓴 표현이었다. 지난 2년여 간 세월호 사고의 진실에 끼어든 수많은 거짓말들을 가리킨다.

'거짓말이다'의 줄거리는 이렇다. 거대 여객선이 원인을 알 수 없는 이유로 맹골수도에 침몰한 뒤, 잠수사 나경수는 동료 잠수사로부터 심해에 가라앉은 배의 내부로 진입할 잠수사가 부족하니 도와 달라는 다급한 연락을 받는다. 나경수는 좁은 선내를 어렵게 헤치고 들어가 영문도 모른 채 죽어간 아이들의 마지막 순간을 목격한다. 하지만 몸에 무리가 올 정도로 선내를 들락거리며 아이들을 끌어안고 올라온 나경수를 기다린 것은 시체 한 구당 500만원을 받지 않았느냐는 비난과 동료 잠수사 류창대의 업무상과실치사 혐의 소식이었다. 나경수와 그의 동료 잠수사들은 돈을 노리고 맹골수도에 모인 파렴치한으로 몰리기 시작하는데….

동료 잠수사 류창대의 무죄 판결을 촉구하는 나경수의 탄원서로 시작한 이 소설은, 나경수가 여객선 침몰 사고 희생자 304명을 떠올리는 장면으로 끝이 난다. 그러나 현실의 김관홍 씨는 세월호 사고 수색'수습 작업 후유증에 시달리다 지난달 17일 세상을 떠났다. 저자는 소설 속 나경수의 결말은 생전 김 씨가 듣고 좋아했던 그대로 뒀다. 저자가 독자들에게 바라는 어떤 책무가 있는 듯하다. 이 소설을 통해 다시 목격하게 된 세월호 사고에 대한 목격자들로서(세월호 사고에 대해 오해와 편견을 가진 구경꾼이 아니라), '기억의 마을'을 함께 짓는 일일 것이다. 현재 서울 광화문광장에서는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 정상화를 요구하는 단식 농성이 이어지고 있다. 세월호는 아직 제대로 인양조차 되지 않았다. 책 저자 인세는 모두 세월호 진상 규명 활동을 위해 기부된다.

392쪽, 1만3천800원.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